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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시민이 막았다.

입력 : 2014-11-07 23:44:00
수정 : 0000-00-00 00:00:00

 



 



대북전단, 결국 시민 스스로 막았다!



인근 농민들, 농사용 트랙터 19대로 임진각 진입 막아



탄현 자유로극장 2차 살포 시도도 지역 상인들이 무산시켜



 





2014년 10월 25일은 파주시민들에게있어 스스로 안전을 지켜낸 자랑스러운 날인 한편 정부와 경찰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참담한 하루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하여 “살포지점을 타격하겠다”고 수차례 경고한 가운데 자유북한운동연합, 대북전단날리기연합, 대한민국구국채널 등의 극우단체들이 10월 25일 오후 1시 파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할 것이라고 예고하자   지역사회에는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에 임진각상인회 등 지역 주민과 사회단체 회원 20여명은 23일 오전 11시 파주시청 본관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저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대북전단 살포에 따른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관련법 제정을 정부에 요구했고, ‘대북전단 살포 및 애기봉등탑 반대 주민 공동대책위원회’도 오후 2시부터 대북전단 살포가 예고된 파주시 임진각과 인근 오두산 통일동산 주차장에 천막을 치고 48시간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오죽하면 한창 바쁜 추수철에 농기계까지 끌고 나오게 만드느냐?”



예고했던 25일 아침 통일촌과 해마루촌, 대성리의 농민들이 농사용 트랙터 19대를 끌고 나와 임진각 진입로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오죽하면 한창 바쁜 추수철에 농기계까지 끌고 나오게 만드느냐?”며 전단살포를 방관하는 정부를 비난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대북전단 살포행위의 중단을 촉구했다.



오전 11시 30분 극우단체 회원 40여명을 태운 버스가 문산읍 마정리 쪽 임진각 입구에 당도하자 시민들과 극우단체 회원들 사이에 대치상황이 시작되었다. 시민들은 “당신들은  뿌리고 가면 그만이지만 우리는 무슨 죄냐?”라며 격렬히 항의했고 극우단체 회원들도 시민들을 향해 “김정은의 지령을 충실히 집행하는 남한의 종북세력들”이라며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시민들과 극우단체 회원들이 충돌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이 인간띠를 만들어 양측의 충돌을 방지했다.   



“복면을 쓴 종북세력이 면도칼로 협박하고 풍선과 전단을 도둑질해 갔다”



 



12시 20분 경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접이식 면도칼을 들어보이며 “복면을 쓴 종북세력이 면도칼을 가져와서 협박하고 풍선과 전단을 도둑질해 갔다”며 “아무리 종북노비들이 우리를 막으려고 해도 우리는 꺾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파주경찰서 소속 정세곤 지능팀장은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증거로 주민 1명을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했다. 갑작스러운 연행에 흥분한 시민들과 취재진이 몰려들어 임진각 내 도로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이에 시민들은 “경찰이 극우단체의 전단 살포는 방조하면서 시민들만 막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문산읍에 사는 김정선(37)씨는 한 극우단체 회원이 자신을 ‘김정은의 명령을 받은 종북세력이 파주시민 행세를 한다?고 모함하여 신분증으로 보여주며 파주시민임을 확인시켜 주었더니 ‘파주사람이면 다냐? 난 대한민국 국민이다? 라고 응수하더라 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오후 4시 경, 꼬박 반나절 동안 시도된 극우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시도가 파주주민들에 의해 가로막히자 극우단체 회원들은 타고 왔던 전세버스와 수소가스를 실은 트럭을 후진시키기 시작했다. 이들이 장소를 옮겨서 대북전단 살포를 시도할 것을 우려한 시민들이 가스트럭을 막아서자 경찰은 시민들을 밀쳐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이 길바닥에 넘어지자 시민들은 파주경찰서장에게 항의를 했다.



 





김종구 파주서장 “우리 관내에서 전단을 살포하지 않도록 조치” 약속



이에 김종구 파주경찰서장은 “우리 관내에서 전단을 살포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 약속하며 “가스트럭을 보내주자”고 시민을 설득했고 시민들은 이를 받아들여 극우단체의 퇴로를 열어주었다.  그러나 경찰서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극우단체 회원들이 통일전망대 부근 자유로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전단 살포를 시도했고 여기서도 전단 살포를 막은 것은 경찰이 아니라 ‘맛고을 번영회’를 비롯한 지역상인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주민들의 치밀한 방어에 전단살포 장소를 찾지 못하던 극우단체 회원들은 5시 10분 경에 국가대표 축구훈련장에서 900여 미터 떨어진 공터에서 전단 살포를 재차 시도하였으나 여기서 조차 주민들의 강력한 저지로 무산되었다. 



뒤늦게 도착한 경찰은 주민들과 극우단체 회원들 간의 물리적 충돌을 막는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결국 오후 6시경 날이 어둑해 지자 극우단체 회원들이 철수를 시작했고 이에 주민들과 경찰도 해산하여 파주에서의 상황은 종료되었다. 



파주에서 전단살포를 저지당한 극우단체 회원들은 결국 김포시의 한 야산으로 이동하여 대북전단 2만장이 담긴 풍선 한 개를 띄운 것으로 확인되었다. 



글 | 특별취재반    사진제공 | 아시아뉴스통신 



 



 



대북전단, 작년엔 막더니?  올해는 왜? 



2013년 5월과 6월 전단 살포 시도 때는 경찰 저지로 무산



‘법적 근거’ 아닌 ‘정략적 판단’에 따라 정부 대응 달라지나? 



 



최근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민간단체의 활동을 제지할 법적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방관하고 있으나 작년까지만 해도 주민의 안전과 진보-보수간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전단 살포를 막아왔던 것으로 밝혀져 정부가 법적 근거보다 정략적 판단에 따라 대북전단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김성곤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임진각에서 전단 살포를 시도했으나 경찰이 두 번 모두 차량진입을 막은 바 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8년과 2012년에도 각각 경찰이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올해 10월 10일과 25일에 임진각 등지에서 있었던 대북전단 살포 시도에 대해서 경찰은 어떠한 제지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전단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파주시민 1명을 체포하고 전단살포용 차량의 이동을 저지하는 시민들을 밀쳐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응방식은 정부가 대북전단 문제를 법적 근거가 아닌 정략적 필요에 따라 접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이미 알려진 데로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이 총리실과 안전행정부로부터 억대의 지원금을 받아왔다는 사실이나 전단 살포계획을 사전에 예고하여 진보-보수세력 간의 충돌을 의도적으로 야기한다는 점은 이러한 의구심을 뒷받침 한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추측임을 전제로 “최근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지지도가 작년에 비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보수 성향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이벤트가 필요했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이탈하는 중도층을 잡아야 하는 시점이며 정치이벤트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제지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글 | 이지호 편집위원  



 



 



시의회, 시민안전 위해 ‘한목소리’ 못내나?



파주시의회 <대북전단 중단촉구 결의안> 새누리 전원반대로 부결



안소희 - 안명규 의원 ‘결의안 채택 부결’ 책임 공방



 





 



31일 오전 11시에 열린 파주시의회 171회 2차 본회의에서 안소희 의원(통합진보당) 등 3명이 발의한 ‘대북전단 살포중단 결의안’이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반대하는 가운데 찬성 6표, 반대 8표로 부결되었다. 



이날 상정되었던 결의안은 ‘주민의 생명과 안전, 생계를 위협하는 일부 탈북 단체의 대북전단살포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는 내용과 더불어 ‘정부와 통일부가 앞장서서 42만 파주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이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의문으로 채택하여 통일부에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주민의 생명과 안전, 생계에 대한 기본 입장에는 동의하지만 근본적으로 대북전단 자체가 북한주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는 점과 결의문 내용 중에 인용된 ‘전단살포 때문에 불안한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우리에게 해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표현이 사실관계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결의문 채택에 반대했다. 대신 법적 구속력이 없는 ‘파주시지역 내 대북전단살포 자제 촉구 성명서’로 대체하고 이를 통일부가 아닌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에 호소하자고 주장했다.



결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시민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서 조차도 시의회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대한 책임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새누리당 안명규 의원은 “결의문 내용이 문제가 있어 안소희 의원에게 내용수정을 요구했으나 거부했기 때문에 반대할 수 밖에 없다”면서 결의문 채택이 무산된 책임을 안소희 의원 쪽으로 돌렸으나 안소희 의원은 “안명규 의원이 거부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이 만들어온 성명서이지 결의문에 대한 수정의견이나 합의안이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본회의 직후 새누리당 의원들은 미리 준비해온 ‘파주시지역 내 대북전단살포 자제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고, 안소희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대북전단 중단촉구 결의문’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의안으로 채택되지 못했지만 이를 통일부에 전달하고 장관 면담 등을 추진하는 등 대북전단 살포 저지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글 · 사진 | 이지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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