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중단하라 - 4월 23일 임진각- “탈북민은 인권있고, 민통선 주민은 인권이 없냐”
수정 : 2025-04-23 08:52:17
대북전단 살포 중단하라 - 4월 23일 임진각
“탈북민은 인권있고, 민통선 주민은 인권이 없냐”
‘접경지역 주민에게 안전을, 한반도에 평화를’ … 대북전단 살포쇼에 하루 날린 접경지역
우리 동네 마정리에 임진각이 있다. 잔디가 넓은 평화누리 공원, 혹은 아주 큰 야외공연장이 임진각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다. 하지만 임진각은 자리한 곳, 임진각이라는 공원이 생긴 과정을 볼 때 1950년 6월25일 새벽부터 1953년 7월27일 밤 10시 정전협정까지 한국전쟁 3년을 고스란히 겪은 아픈 장소이다. 또 정전협정 이후로도 분단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임진각에는 실향민들이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제를 올리는 망배단이 있고 민간인통제구역 철책선이 있다. 철책선 안으로는 분단의 강 임진강이 흐르고 임진강 건너에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는 통일촌 마을이 있다.
임진각의 지리적 특징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염원하는 행사를 하고, 전쟁의 흔적을 보면서 평화의 중요성을 체험하는 교육현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 때부터 북한으로 일부 탈북자단체들이 전단을 담은 풍선을 날리겠다고 하여 지역주민들을 긴장시키는 장소가 됐다.
북한을 향해 험악한 말을 퍼붓고, 대북 방송을 시작하는 등 긴장을 조성했던 윤석렬 정권 들어서는 더 잦았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새벽 2시에 기습적으로 풍선을 날리려고 하여 김경일 시장과 공무원들 파주 경찰들이 한밤중에 이들과 몸싸움을 벌이며 막기도 했다. 풍선을 날리기 위한 시도를 하고 난 뒤면 어김없이 북에서 오물 풍선이 날아왔다.
내란사태 이후 멈췄다 생각했는데 2025. 4. 23 납북자단체가 임진각에서 대북 풍선을 날리겠다고 선전포고했다. 풍선을 날리겠다는 납북자센터 앞에서는 전날 저녁부터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파주시민단체와 문산읍 주민단체 곳곳에서 접경지역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전단을 막기위해 임진각으로 와달라는 단체톡이 쉬임없이 울렸다.
이미 안전위험구역으로 경기도와 파주시가 선포한지라 이른 아침부터 경기북부청 특수경찰대와 경기북부 경찰 5백여명이 차벽을 설치하고 납북자단체를 에워쌌다.
[평화위기 파주비상행동]과 [평화와 연대를 위한 접경지역주민모임] 그리고 종교인들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기자회견과 평화행동이 오전 10시부터 열렸다. 민통선 안에 있는 장단면 주민들도 같은 시각에 트렉터를 끌고 나왔고 문산읍 이장단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도 피켓을 들고 왔다. 파주시장은 공무원들과 함께 모든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김재연 진보당 대통령 후보도 시민단체들에 앞서 기자회견을 했다.
경찰저지선 앞에서 봤더니 납북자단체가 천막을 설치하고 ‘송환’, ‘생사 확인’이라 적힌 작은 풍선이 보였다. 풍선에는 감옥에 갇힌 김정은 모습이 그려진 작은 현수막이 달려있었다.
시민들은 “북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풍선을 여기서 날리겠다고 해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냐”고 항의했다. 생사확인 요구는 국방부나 정부청사 앞에 가서 하라고 했다.
바람은 북에서 남으로 불고 있어 고정시켜 놓은 풍선은 남쪽으로 날고 있었다. 비행금지구역이기 때문에 드론은 키 큰 나무 높이 정도밖에 날지 못했다. 결국 이들은 오늘도 풍선을 날리지 못했다. 지난해처럼 풍선을 준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파주경찰서 한 경찰은 “오늘도 늑대소년이 쇼를 했군”하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트렉터를 끌고 나왔다 인근 식당에 온 농민 한 분은 “바쁜 농사철에 뭔 지랄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오늘 밤도 농사일 바쁜 지역 농민들은 괴기스런 대남방송에 잠못 이룰 것이다. 대북방송 확성기 성능이 좋으니까 방송을 못 듣게 하려고 대남방송 스피커도 성능이 더 좋은 것을 다시 설치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공무원, 경찰들을 동원하는 것에 막대한 국민세금을 썼다. 시민들은 농사일 등 하루 밥벌이를 못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서울, 경기, 인천 시민단체 사람들과 종교인들도 먼 곳까지 달려와 평화를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해 나서야 했다.
그들에게 간절하게 호소하고 싶다. 다른 이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할 자유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노현기 파주시민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