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①] 수학 공청회 논쟁 : 수학 전쟁(Math War)이 뭐라고요?(녹취 및 동영상)
수정 : 0000-00-00 00:00:00
"수학 전쟁(Math War) : 미국에서 학부모들이 수학을 어렵게 가르치라 했다고요?"
■ 2015 수학 교육과정 개편 교육부 최종 시안 공청회 대논쟁 지상 중계 보도자료(2015. 9. 9.)
▲ 당일 토론자로 나선 장경윤 교수(건국대 수학교육과)와 최수일 대표(우리 단체 수학사교육포럼)의 모습
■ 장경윤 교수 발표 : "미국은 수학을 어렵게 하는데 왜 우리는 거꾸로 갑니까?"
오늘이 마지막 공청회입니다. 작년 11월에서부터 올해 4월까지 거의 5개월간의 개발한 수학 교과들이 22개입니다. 그 연구진 38명이 22개 교과를 개발한 것 이건 정말 초능력적인 일입니다. 연구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1, 2차 공청회에서 빠진 몇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배움을 즐기는 교육을 위해서 수학을 쉽게 하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포자, 즉 수학을 사실상 포기한 학생은 수학 내용이 어렵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수학이 어렵기 때문에 학습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 그래야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수학이 어려워서 포기한다는 말과 수학이 어렵지만 꼭 해야 되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동일한 것이 아닙니다. 수학이 어려워지면 사교육이 생긴다는 분석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 그럼 수능 수학이 쉬워지니까 최근에 물수능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그러면 수학 사교육을 더 이상 안하나요? 미국에서도 수학이 그렇게 쉽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LA.에서도 한국 사람들은 그래도 수학 사교육을 받습니다.
물론 수학을 재미있게 할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나 ‘학습’이라는 말이 무엇입니까? ‘배울 학, 익힐 습’이예요. 학습은 익히는 과정에서 괴로운 것이 조금은 있는 법이에요. 어렵다고 해서 수학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많이 생긴다면 좀 재밌게 가르칠 필요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것은 하지 말자,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활동 중심의 수학교육, ‘하는 수학(doing math)’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각 나라들이 학생들의 수학 활동을 강조하고 최근에 우리도 수학체험전, 수학 센터 건립 등 학생 수학 활동을 강조하는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세계가 가는 방향에 비추어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일례를 들어, 미국의 경우 1989년에 미국의 수학교사회가 1990년대 수학교육의 방향을 설정한 책이 NCTM Standards 라는 책을 세권 냈습니다. 그 책들에 학생 활동을 강조하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소위 구성주의 철학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그것이 2000년도에 ‘Standards 2000’으로 바뀌었어요. 그러면서 학생 중심의 교육 위에 어려운 내용이 가미되었습니다.
우리는 중학교에서 자꾸 증명을 빼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Standards 2000에서는 추론 및 증명에 해당되는 Reasoning and Proof라는 말을 썼어요. 2010년까지 미국에서는 국가 교육과정이랄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40개 정도의 주 정부들이 모여서 그 주의 교육과정을 만들고 그것을 교육과정 공통 기준(Common Core State Standards)을 정해서 2010년에 발표를 했는데, 이 교육과정에 어려운 내용이 상당히 들어갔습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최근에 “수학 전쟁(Math War)”이라는 책을 중심으로 어려운 수학을 공부하게 하자는 흐름까지 나왔습니다. 여기에 앞장선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학부모들입니다. 한국은 학부모들이 나서서 수학을 쉽게 만들자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학부모들은 수학이 너무 쉬워서 안 되겠다,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런 요구의 흐름이 “수학 전쟁”으로 나타난 것이지요. 이것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1997년에 우리 7차 교육과정이 들어올 때 일본은 1998년에 교육과정 바꿨어요. 유토리 교육, 삶의 여유를 즐기는 교육이라는 취지에서 느슨한 교육과정을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2009년에 유토리 교육은 실패다라고 선언하고 그것을 포기하고 돌아섰습니다. 수학 연간 수업 시수가 우리나라 초등학교에는 주당 4시간이에요. 그런데 일본은 2009년부터 주당 5시간입니다. 그 시간만 해도 800시간 대 1,011시간인데 일본은 45분 수업이고 우리는 40분 수업입니다. 우리나라 학생이 일본보다 70% 밖에 수학을 배우지 않는 것입니다. 중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중학교 45분, 일본은 50분 수업이에요. 우리는 일본의 85%밖에 안 됩니다.
국가 경쟁력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공교육에서 수학 시간이 부족한데 그럼 이것은 어디에서 채워야 될까? 고민하다가, 그럼 내용을 줄이면 될 것 아닌가, 이렇게 결정을 한 것인데, 이것은 무책임한 일이지요.
[중략]
고등학교 선택과목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수능이 쉬워져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부할 학생들은 공부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발목을 잡으면 안 됩니다. 저희가 뼈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7차 교육과정에서 월반은 안 되고 유급은 되는 이상한 교육과정을 만들었다가 IMF 때 경제가 어려워서 그 정책을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대학 입시에서는 AP 과목이라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대학 입시 과정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교과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한국도 허용해야합니다. 수능은 쉬워도 되고 또한 수학이 불필요한 학생은 안 해도 됩니다. 그러나 어려운 내용을 공부할 학생들은 공부하게 해줘야 합니다. 학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들 자신감 없어지기 때문에 일부 학생들조차 어려운 수학을 하지 못하게 하라, 이렇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수능에 대해서 한마디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1월 신문을 보면, 학생들도 73% 쉬운 수능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대학입시 선발과 관련해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 수포자를 양산한다고 수학을 쉽게 냈더니, 전 과목 수능 만점자가 123명이 나왔습니다. 또한 고교에서 수학 시험을 통해 절대평가로 학생들에게 올 A를 줄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대학 가기 위해 수능을 봤다가 자기가 5등급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에 아이들의 절망감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나는 수학을 잘하는 줄 알았는데 세계에 나갔더니 형편 없더라, 그런 학생들을 만들지는 말아야 합니다.
오늘 공청회에 오신 분들 가운데 나이 50대, 60대 되신 분들은 기억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이고, 외국에 경우에는 1960년대에 수학이 엄청 어려워진 적이 있습니다. 1957년에 러시아에서 스푸트니크라는 인공위성을 최초로 쏘아 올렸지요.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죠. 그래서 미국에서 물리, 수학 등 이공계 과목들이 어려워진 시절이 있었어요. 이래서 수학이 어려워졌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 들어서 수학이 점점 쉬워지는 추세에 있다가 최근 들어 다른 나라들은 안 되겠다고 방향을 트는 마당에, 우리는 그 반대로 간다면 앞으로 이것을 누가 책임을 질 것입니까? 우리는 책임있는 사람들이 되어야합니다. 어렵지만 도전할 수 있는 것, 어렵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 이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청회인데 감정적으로 얘기해서 죄송합니다.
■ 최수일 대표 발표 : “미국 중고 수학은 현재도 우리 중학교에 겨우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제가 오늘 발제자이신 박경미 교수님 원고를 받아서 거기에 대한 원고를 썼지만 장교수님 이야기의 논찬을 듣고 나서 아무래도 응답을 해야 하겠다고 판단되어 먼저 몇 가지 이에 대한 저의 답변을 드립니다. 먼저 장 교수님은 CCSS, 미국의 2010년 교육과정이 상당히 질이 높아졌다고 하셨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바로 잡습니다.
저희가 지난 5월 28일에 세계 6개국 수학 교과서 국제 비교 컨퍼런스에서 2010년의 미국의 교육과정을 우리나라의 2009년 교육과정과 비교했습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초등학교는 우리나라보다 쎄게 가르쳐 왔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 현상이 그대로 벌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이후에서는 우리보다 현저하게 낮은, 중고등학교 전체 합쳐봤자 우리나라 중학교에 겨우 해당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즉,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미국의 CCSS에 거의 없습니다. 장 교수님의 오류를 바로잡습니다.
그 다음에 최근의 “수학 전쟁 Math War”을 언급하셨는데, 이건 최근 논쟁이 아니고 벌써 20년 이상 된 논쟁입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서적인 “Math War”(저자:Carmen M Latterell)이 지었고요. Math War 이 책은 수학자와 수학교육학자들의 싸움과 관련된 논쟁 도서입니다. 학부모들과는 관계없고요. 말하자면 초중고와 대학교와의 싸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책을 쓸 당시에는 미국은 수학교육학자들이 수학자들에 비해 6:4로 우세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고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2:8입니다. 수학교육학자들은 힘이 거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번 개정 과정에서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수학 교육과정을 바라보는 게 아니고, 주로 학문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봅니다. 그런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아직도 수학 교육학자들은 힘이 20%밖에 안 되고, 수학자들의 힘이 80%나 되는 그런 나라입니다.
일본의 교육과정과 우리나라를 비교해 주셨는데, 맞습니다. 현재 일본은 수학 교육을 상당히 강화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시수는 일본의 70-80%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가르칠 내용을 비교하면 우리가 일본보다 많습니다. 그 분석은 지난 5월 28일 수학 국제 비교 컨퍼런스에서 우리가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보다 많은 내용을 일본의 70-80% 밖에 안 되는 시간에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학계는 내용을 줄이라는 우리의 지적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국가더러 수학 시수를 좀 더 확보하라고 요구해야합니다. 수학이 정말 중요하다면 수학 교육, 시간, 학교 시수를 늘려서 일본만큼 가르치자고 주장하는 것이 옳은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수학 시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만큼 정부나 수학자나 수학교육학자들이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결과, 시간이 부족하니까 거기에 맞게 내용을 조정하라는 것이 시민들의 요구입니다.
또 한 가지 반론입니다. 장 교수님은 수학을 공부할 때, ‘학생들은 힘들어도 인내해야 한다. 수학은 어려운 것이니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수학은 어렵지 않습니다. 수학은 어렵게 가르치지 않아야 합니다. 초중고가 역점을 두어야할 것은 수학이 아닌, 수학교육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수학자가 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수학을 못하는 것이 어찌 아이들 책임입니까?(눈물) 이것은 무리한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교사들에게 악역을 시키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따라서 교사들이 원활히 가르칠 수 있도록 제대로 잘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본격적으로 박경미 교수님 토론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5가지의 개정 방향, 저도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만약에 방향이 그렇지 않았다면 저희도 이번 개정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았을 것인데, 개정 방향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특히 학습 부담 경감 실현, 그리고 학습자의 정의적 측면 강조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저는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누적된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 일방적 주입식 교육입니다. 이런 교육이 지금 학교에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학생들의 수업에 대해 참여가 부족하고, 그로 인해 자기 주도적 학습이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 변별력을 명분으로 대학교 수능과 수리논술, 그리고 학교 내신 시험마저 교육과정의 성취 수준을 어긴 지나치게 어려운 수준의 문제 출제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이 두 가지를 고치는 것이 이번 교육과정의 핵심입니다. 물론 거듭되는 개정, 벌써 4년마다 세 번씩 개정되는 것 때문에 현장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단체가 개정을 찬성하고 있는 것은 이런 가치를 봤기 때문입니다. 저도 과거에 세 번이나 참여했기 때문에 그 과정을 압니다만, 이번 연구진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수고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꼭 개선해야 하는 나머지 문제들이 있습니다. 만약에 이번에 이것을 개정하지 않으면 단기간의 개정은 더 이상 힘들 것입니다.
저희 단체가 지금까지 계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미적분Ⅱ에 관한 문제입니다. 수포자가 발생한 원인을 박경미 교수님은 내용의 감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결론적으로 내용의 감축을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교수학습 방법과 평가의 변화를 위해서는 학습량 감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동의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내용이 감축되는 데에 대한 거부감은 있겠지만, 교수학습 방법을 바꿔야 하고 평가를 바꿔야 하고, 수업을 바꿔야 한다면 그런 수업을 위해 현재와 같은 수준의 내용은 줄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뒤에서 다시 거론하겠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장점이라고 부각될 수 있는 것은, 교수 학습 유의사항에 과거와는 달리 "수학적 역량"을 많이 집어넣은 것입니다. 평가 유의사항도 바람직한 변화입니다. 학교는 이런 수업이 일어나야 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규정으로는 학교가 수업을 바꿀 수 없습니다. 학교 수업이 어떻게 바뀌는지는 학교 현장을 가보시면 압니다. 제발 대학에 앉아서 학교 수업 바꾸려고 문구만 다루지 않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2009 개정 교육과정 역시 2007 교육과정보다 20%가 경감되었습니다. 저는 학교 현장을 방문해 교사들의 수업을 계속 컨설팅하면서 두 가지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내용이 20% 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업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줄어든 내용으로 과거와 같은 주입식 수업을 해가지고 진도를 빼버리면 10월달에 수업이 끝난다는 것입니다. 내용이 줄어서 확보된 여유 시간에 계속 문제 풀이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수학교육을 제대로 해보겠다고 학생의 참여를 이끌고 토론수업, 추론수업 등을 시도하는 교사들은 20% 학습량 감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도에 쫓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수학교육 내용이 많다는 것입니다.
수학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 누구의 말을 들어야합니까? 제대로 수업하는 교사들의 의견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수업을 변화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풀이 주입식 수업만 하는 교사들에겐 내용이 많을 리 없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수업하고 제대로 평가하려는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내용이 많아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수업과 평가를 혁신하려면 내용을 감축할 도리밖에 없습니다. 내용 감축을 안 하면 현장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들은 가르칠 내용이 많아서 진도 나가기 바쁘다는 핑계를 아직도 대고 있으니까요. 그런 핑계 댈 수 없도록 확실히 내용을 줄여주고 거기에 따른 교과서를 개발해야 합니다.
교육부와 수학과 교육과정 연구진이 제안한 시안은 아직도 약속한 학생들의 학습 부담 경감 20%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목표 달성의 결정적인 키는, 고등학교 일반선택으로 편성된 미적분Ⅱ가 쥐고 있습니다. 미적분Ⅱ를 대학 과정으로 올려야 하는 이유를 저는 네 가지로 제시했습니다. 미적분Ⅱ는 고2 이후 일반선택 교과목으로 적당하지 않습니다. 일반선택 4과목(수학Ⅰ, 미적분Ⅰ,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은 학생들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만든 과목입니다. 그러나 미적분Ⅱ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앞의 두 과목(수학Ⅰ, 미적분Ⅰ)을 반드시 이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미적분Ⅱ를 이수하라고 한다면, 저절로 세 과목을 이수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것은 종속적인 관계입니다. 이것은 선택 과목의 취지에도 어긋납니다. 그리고 문과학생들이 미적분Ⅱ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과목 선택권을 제한받고 있는 것입니다.
박경미 교수님이 ‘미적분Ⅱ’가 대학에서 100% 겹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는데 100%라는 의미는 고등학교의 관점에서 100%라고 한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고등학교에 나오는 미적분Ⅱ의 내용이 대학교의 미적분 책에 100% 나옵니다. 그리고 대학교는 거기에 추가해서 내용이 더 있는 것입니다.
또한 수학계가 착각하는 것은 고등학교의 미적분Ⅱ의 설명 방식과 대학교의 미적분학 설명 방식이 다르다고 하는데, 다르지 않습니다. 왜 다르지 않냐 하면 최근의 대학이 이공계 수학책을 바꿨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공계 수학은 국제적인 공학 인증제도에 의해서 전 세계가 거의 비슷한 교과서를 쓰고 있습니다. 제가 경문사라는 수학 전문 출판사에 가서 우리나라 전 대학에서 사용하는 미적분학 대학교재를 고둥학교 교과서와 비교했습니다. 한 자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내용이 대학에서 그대로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2년 전에 중위권 대학에서 미적분학을 강의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책과 똑같이 강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미적분학에 주당 세 시간만 할애해서 제대로 가르치기 힘들다고 말씀하시는데, 그런 대학은 우리나라에서 2-3개 대학에 불과합니다. 고교에서 안 가르치면 주당 세 시간 씩 1학기만 미적분학을 가르치는 대학은 힘들겠죠.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은 두 학기에 6학점, 즉 2학기에 걸쳐서 배우고 있습니다. 외국 대학교는 대부분 3학기 동안 걸쳐서 가르칩니다. 우리 대학들도 수학을 빨리 가르칩니다. 미적분Ⅱ가 일반선택에 있으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미적분Ⅱ를 하려다보면, 수학Ⅰ, 미적분Ⅰ을 비롯해서 고등학교 1학년 공통 수학도 미적분에 귀속되니 그것도 열심히 공부해야합니다. 따라서 줄일 수가 없는 겁니다. 학습량 경감을 하고, 그 여유 속에서 교사들이 새로운 수업 방법과 새로운 평가로 교실을 바꾸려면, 미적분Ⅱ를 없애야만 합니다.
그리고 미적분Ⅱ를 가르쳐 본 많은 현장 교사들은 미적분Ⅱ는 공식 위주의 암기 교육으로 접근하면서 결국 공식만 외우는 것이다, sin을 미분하면 cos이고 cos을 미분하면 -sin이다 이런 것을 외우는 거라는 것입니다. 지금 21세기에 인터넷이 없는 시절의 지식을 외워야 하는 시절이 아닙니다. 지금 어디서나 그런 공식을 찾을 수 있는데 왜 그것을 굳이 수업에서 가르칠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런 식의 수업방법은 ‘사고’가 아니라 ‘기교’를 키워주는 것입니다. 미적분Ⅱ는 대학 과정으로 이동해야합니다.
수학계는 미적분Ⅱ를 없애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것처럼 말합니다. 그분들은 7차 교육과정 개정 때도 그랬습니다. 특히 지금은 빠진 복소수라는 지식이 있습니다. 복소수가 7차 교육과정에서 없어질 때 많은 수학자들이 국가 망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5년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망하지 않았습니다. 박경미 교수님이 수능 과목으로 미적분Ⅱ는 선택되지 않을 수 있다. 아마도 아닐 것이다 라고 전망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7차 이후에 세 번의 교육과정이 개정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계속 싸워 왔습니다. 싸워 왔지만 수학의 모든 일반 선택 과목들이 수능 과목으로 채택되었지, 일부가 선택되지는 않습니다. 수학계가 보통 힘이 쎈 것이 아닙니다.
이번 수능 개정 때에도 전체 수학 5개 교과목(공통 수학, 수학 1, 미적분Ⅰ, 미적분 Ⅱ, 확률과 통계)을 모두 수능 범위에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있을 것입니다. 왜냐구요? 여태까지 그래왔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미적분Ⅱ를 수능 과목으로 지정하면 그와 연관이 되는 하위 교과목인 수학 Ⅰ, 미적분Ⅰ(공식 명칭은 수학 Ⅱ)이 다 수능 과목으로 들어오는 셈입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거기에 확률 통계 과목까지 지정하면 말이 두 과목이지 실제로는 5과목을 다 공부해야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섣불리 미적분 Ⅱ는 선택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적분은 고등학교 2학년 이후에 진로선택 그리고 고급과목까지 무려 12개의 과목에서 미적분 관련 과목이 6개 과목이 됩니다. 50%나 됩니다. 미적분Ⅱ 하나 일반 선택에서 대학과정으로 이동해도 심화수학에 미적분 내용이 있고, 또 고급수학에서도 반복됩니다. 이렇게 미적분을 중복해서 편성함으로 미적분이 필요 없는 학생들의 선택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물론이요 미적분 Ⅱ 이전의 다른 교육 내용을 줄여 학습량 20% 감축을 하려는 목표에도 방해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적분Ⅱ는 반드시 대학과정으로 이동해야합니다.
[중략]
교수학습과 평가와 관련해서는,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교과서가 중요합니다. 박 교수님은 내용이 줄어들면 그만큼 수능 출제 과정에서 난이도 높은 내용이 출제될 것이라서 학생들이 힘들 것이라 했지만, 그것은 수능이 성취기준을 어기고 출제했기 때문입니다. 성취기준이 엄연한 기준이 있고 그것을 지키는 데 고난이도 문제가 있을 수 없습니다. 평가 수준 역시 국가 수준의 성취기준을 지키면 다 해결되는 문제인데 여태껏 수학계가 지키지 않았습니다. 지금 EBS 책들이 조금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수능특강이나 수능완성에서 고난이도 문제, 성취기준에 없는 문제들을 출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학부모들, 특히 중학교 1학년 학부모님들은 이번 교육과정 개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번 교육과정이 자녀들에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적용받는 아이들은 지금 중학교 1학년 이하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은 선행학습하기 싫다고 합니다.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제발 선행하지 않게 해달라는 게 학부모들의 소원입니다. 따라서 교육부는 이번 수학 개편 방향도 그렇듯이 학생들 학습 부담을 줄여줄려면 수능도 공통과목으로 축소해야하고, 이를 교육과정 개편과 함께 발표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 장경윤 교수 발표 동영상보기 클릭
▲ 최수일 대표 발표 동영상보기 클릭
2015. 9. 9.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