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아름다운얼굴(154) 남사당놀이보존회 파주지부 차창호 소장 - 파주에서 피어나는 ‘남사당놀이’
파주의 아름다운얼굴(154) 남사당놀이보존회 파주지부 차창호 소장
파주에서 피어나는 ‘남사당놀이’
- 남사당놀이 미니콘서트, “국악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어요”
▲ 2020년 임진각 평화누리 공연
▲ 2025년 장단콩 축제에서 줄타기를 하는 차창호 소장
파주의 대표적인 축제를 꼽으라 하면 임진각에서 열리는 인삼축제와 장단콩축제일 것이다. 이중 단연 장단콩축제는 전국의 모든 축제가 끝나는 11월에 열려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위상을 가진 축제이다. 올해도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장단콩 축제가 임진각에서 열렸다. 파주시는 3일간 총매출액이 32억 원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 축제기간중 단연 돋보였던 것은 남사당놀이였다. 남사당놀이보존회 파주지부의 사물놀이, 줄타기, 버나 공연을 비롯하여 차창호씨의 재치있는 사회로 사람들은 자리를 뜰 줄 몰랐다.
이 날 출연한 공연자들은 국가무형문화재 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인 차창호씨와 그의 제자들로 파주웅담초교, 법원여중, 광일중, 삼광중, 파주여고 등 파주학생들이었다.
▲ 2021년 파평초에서의 공연
국가무형문화재,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인 남사당놀이
장단콩축제에서 공연을 한 팀은 남사당놀이보존회 파주지부이다. 이 단체는 국가무형문화재 남사당놀이보존회 산하단체로 남사당놀이 이수자 차창호씨를 단장으로 하고, 여러 전수자들이 활동하는 전문 연희 단체이다. 남사당놀이 여섯 마당과 전통 놀이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공연, 제자 양성, 교육과의 융복합 콘텐츠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국가 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는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 무형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남사당놀이는 풍물, 버나, 살판, 어름, 덧뵈기, 덜미 등 여섯마당으로 구성된다. 풍물은 일종의 농악놀이로 흔히 접하는 사물놀이이다. 버나는 쳇바퀴나 대접 등을 막대기나 담뱃대 등으로 돌리는 묘기이다. 살판은 오늘날의 덤블링(재주넘기)과 같은 땅재주로, 잘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 판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름은 줄타기 곡예를 이르는 말로 얼음 위를 조심스럽게 걷는 것만큼 어렵다 하여 남사당패내에서만 쓰여지던 말이었으나 점차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었다. 덧뵈기는 탈을 쓰고 하는 일종의 탈놀이이다. 덜미는 인형의 목덜미를 잡고 조종하여서 덜미라 하는데, 주요등장인물에 따라 꼭두각시놀음, 박첨지놀음 등으로 불리운다고 한다.
▲ 남산골 한옥마을(230624) 국가지정무형문화제3호 남사당놀이 줄타기-차창호 소장과 차영현
남사당놀이보존회 파주지부 차창호 소장
차창호 소장은 중요무형문화재 3호 남사당놀이 이수자이다. 남사당놀이 젊은 이수자로 이루어진 ‘덜미’연희단 단원이며, (사)국가무형유산남사당놀이보존회 멤버이다.
72년생인 그는 19세에 서울예술전문대학 국악과에 입학하여 이수영 선생과 남기수 선생을 만났다. 이수영 선생은 남사당놀이 인간문화재 예능보유자 고 남운용(1907~1979) 선생의 마지막 전수자이다.
“지금 얘기로 하면 BTS급인거죠. 그때 당시에 우리 선생님이 남사당 50명을 벌어먹였을 정도였거든요. 우리 선생님들이 약간 대나무 같아. 불의를 못 참고. 근데 제가 선생을 따라가잖아요.” 이수영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 배어난다.
인간문화재가 되길 거부한 이수영 선생은 살아 생전 명성을 마다하며 남사당 발끝에서 땅끝으로 가는 유랑예인의 곧은 삶을 살아갔다고 알려졌다. 이 이수영 선생에게서 배운 예인들로 이광수, 김덕수, 김용배, 남기수, 남기문 등이 있다.
“가수 장사익 선생님하고는 3집 앨범도 같이 하고... 선생님이 전국 투어는 5년 하는데 같이 다니고... 결혼 축가를 장사익 선생이 해줬습니다.”
35년간 공연과 교육을 꾸준히
차창호씨는 자신이 이수영선생의 애제자였다고 자랑하면서, 남사당놀이 국가지정 10명의 이수자중 한 명으로 지난 35년간 공연과 교육을 꾸준히 해왔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으로, 2013년에는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줄타기 공연을 했고, 2015년에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의 ‘세계무형유산활용 관광자원화사업’에 선정되어 거제시에서 ‘천지개벽 남사당 콘서트’ 6마당놀이를 공연했다. 차창호 소장은 이 ‘천지개벽’의 대표였다.
2023년 제42회 대한민국국악제·남산골한옥마을 줄타기 공연, 2024년 행주문화제 줄타기 공연, 올해는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 자녀들과 함께 줄타기 공연을 했다. 매년 국내 및 미·중·일·호주·아랍국가 등 50회이상 공연을 하고 있다.
2024년 11월 서울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열린 ‘남사당 유니버스:원로’ 공연은 특별한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사)국가무형유산 남사당놀이보존회(이사장 김복만)가 주관하는 공연으로 남사당놀이 원로 예술인과 젊은 예술가들의 세대 간 예술이 전수되는 장이었다. 이 자리에 차창호 소장은 남기수 선생과 소고춤 공연을 함께하여 큰 박수를 받았다. 선생과 제자가 함께하며 예술을 전수하는 장면에 감동받아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온가족이 남사당놀이패이다. 좌로부터 막내 연빈, 둘째 영서, 차창호 소장, 큰아들 차영현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주민으로
차창호 소장에게는 세 자녀가 있다. 차영현, 차영서, 차영빈이다.
2003년에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에 이사와서 네 살이던 큰 아들 영현이에게 줄타기를 가르쳤다. 금신초등학교를 다니다가 피겨스케이트로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자, 일산초교에서 후원하겠다고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일산초로 전학을 한 후, 대화중학교, 화정고를 거쳐 고려대학교 국제 스포츠학부에 진학하여 현재 4학년이다. 그는 국가대표 피겨남자대표로 프랑스 쿠르슈벨에서 열린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촉망받는 선수이다.
둘째 딸 영서도 금신초, 광일중을 거쳐 파주여고 3학년으로 재학중인데, 피겨스케이팅 경기도 대표선수이다. 막내 차영빈도 광일중학교 2학년으로, 대를 이어 남사당놀이의 맥을 잇고 있다. 자녀 셋이 모두 남사당놀이의 핵심멤버이다. 이렇게 온 가족이 남사당놀이를 연마하며 월롱면 영태리에 25년째 살고 있다.
▲남사당 12발 상모를 돌리며 피겨를 타는 차소장의 큰 아들 차영현 국가대표
피겨로 남사당을 전세계에 알리고픈 아들 차영현
고려대에 다니는 큰 아들 차영현은 월롱장학회에서 장학금을 받고있다. 그리고 초록우산재단에서도 장학금을 받는다. 피겨스케이트 선수로 뛰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에, 차 소장은 사회에서 아들을 지원해주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지난 달 초록우산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우리 아들이 PPT발표를 했어요. 아들이 올림픽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자기는 꿈이 하나 더 생겼다고하는 거예요. 우리 남사당을 스케이트를 통해서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게 원래 꿈인데, 하나 더 생겼다고. ‘나도 누군가에게 꿈을 실어줄 수 있도록 후원하는 게 제 꿈입니다’그러더라고요. 초록우산 때문에... 그래서 대표도, 직원들도 다 눈물 흘리고 난리 났어요. 나도 깜짝 놀랐어요.”
차소장과 아들은 남사당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한다. 그래서 차소장은 아들을 위해 직접 피겨스케이트 자격증을 따고, 조지훈의 ‘승무’를 콘텐츠로 피겨 안무를 만들었다. 아들 차영현을 예뻐하시던 KBS 지휘자 고 이준호 선생의 곡을 ‘승무’음악으로 썼다. 남사당놀이 12발 상모를 돌리며 피겨를 하는 모습으로 스포츠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 동영상은 인기가 많아 100만뷰를 넘겼다.
▲후지tv에 방영된 일본에서의 공연
살아있는 교육으로 문화를 맛보게 하고 싶어서
그는 매년 일본학교에서 남사당놀이 공연도 하고, 체험교육도 한다. 25년째이다.
“일본 교육부는 애들이 오페라를 보고 싶어하면, 이태리 사람들을 초대해서 보여줘요. 공연자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교통비를 제공하고. 제가 그걸 보고 남사동놀이패가 학교로 찾아가겠다고, 남사당놀이미니콘서트를 만들었어요”
그는 일본의 그 시스템이 부러웠다. 자신을 초청하면서 집에서 나설 때부터 쓰는 버스비부터 공연이 끝나서 집에 도착할때까지의 일체의 비용과 공연비를 지급했다. 그리고 일본 학생들이 남사당놀이를 직접 맛보고 체험하는 것이다. 그의 남사당놀이 교육이 후지TV에도 나왔다.
이 경험을 살려서 학교로 찾아가는 미니콘서트를 하는데 인기가 좋다. 아이들이 몸으로 하는 활동을 보면서 몰입을 경험한다. 아이들이 말했다 한다.“국악이 이렇게 재밌는지 몰랐습니다”
▲2025년 가온초교에서의 공연
파주의 새싹을 키우고 있어
차창호 소장의 남사당패는 올해도 어김없이 파주의 웅담초, 가온초등학교, 덕암초교, 고양시 장항초에서 남사당놀이 줄타기 공연을 했다. 남사당 놀이 여섯마당 중 풍물, 버나 외에도 탈놀이, 인형극도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종목이다. 이렇게 우리 전통문화에 대해 맛을 보고, 즐기고,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발품을 팔고있다. 파주 한마음체육대회에서도 공연을 했다.
지금은 웅담초등학교, 적암초등학교, 심학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매주 남사당놀이를 가르치고 있다. “응담초교는 전교생이 다 하잖아요. 교장선생님이 좋아해서. 얘네들은 학원을 안 가잖아요. 내가 가서 나랑 노는 거야. 뒤집기하고...상모돌리고, 버나하고..” 웅담초는 올해도 작년에 이어 경기도 청소년예술제에서 풍물놀이 장려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영태리 주민을 위해 무료로 줄타기 공연을 해주었다.
금촌역 앞에서 3년간 남사당보존회 파주지부를 운영하다가, 지금은 사무실을 고양시로 옮겼다. 교육을 받는 아이들중 열의를 보이는 학생들은 배우고싶다고 국가무용문화재 사무실이 있는 선정릉역까지도 온다고 한다. 파주에서 가면 2시간이 넘게 걸리는 데 온다는 것이다.
“보광사 주지스님이 보광사에 와서 밥도 주면서 연습하도록 했는데, 보광사 가는 버스가 1시간에 1번 있어서... 교통편 때문에 아이들이 고생입니다.”
이렇게 남사당놀이를 배우겠다고 열성인 아이들이 10명 정도 된다고 한다. “수업 끝나면 그냥 못 보내잖아요. ‘선생님 짜장면 먹어요’해요. 그러면 탕수육도 하나 시켜야 돼요. 그러면 4주에 애들 밥값으로만 30만 원씩 나가는 거예요. 집사람이 그것도 한두 번이지 라고 불평해요.”
그래도 그는 이렇게 열성인 제자들이 사랑스럽다.
▲2025년 행주산성에서의 쌍줄타기 공연
“쌍줄타기, 전세계에서 저희 밖에 못해요.”
차소장은 교육만이 아니라, 남사당놀이를 연구하면서 끝없이 기예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쌍줄타기. 이것은 전세계에서 저희밖에 못해요. 기원전 200년 전 자료에 쌍줄타기가 있더라고요. 타는 사람의 무게와 밸런스가 달라서 아주 위험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는 곳이 없어요. 전 세계에 우리 밖에 없습니다. 저와 첫째와 막내 셋이 탑니다.”
말하자면 줄타기에 둘이 올라가서 기예를 보이는 것이다.
그는 남사당놀이 6개를 다 할 수 있는 팀은 자신들 밖에 없다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제 수업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교수법도 가르쳐요. 공연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수법,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제가 가르쳐요. 저는 5살부터 90살까지 수업을 다 할 수 있으니까. 그럼 아시겠지만 5살 수업하고 90살 수업은 달라야 되잖아요.” 실기 교사자격증이 있다는 그는 35년간 쌓아온 교육에 대해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남사당놀이 기술만이 아니라, 교수법까지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래야, 배운이가 또 다른 이에게 가르쳐서 남사당놀이가 널리 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파주축제가 파주사람 키워주자!”
그의 바람이 있다면 파주에서 파주사람들을 키워주는 스포츠, 문화, 축제 풍토가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파주의 무수히 많은 축제가 있는데, 여기에 파주 예능인 문화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파주문화인들이 공연비를 받으면 파주에서 쓰고, 파주 아이들에게 맛난 것을 사주지 않겠냐는 것이다. 스포츠계에서도 다양한 종목에 골고루 후원해준다면 청소년들이 꿈을 맘껏 키울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파주축제가, 파주의 문화와 스포츠가 파주 아이들을 키우고, 파주의 문화인을 살리고, 파주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의 시스템이 되어야한다.그는 이것을 절감하고 있었다.
“지역축제에 지역의 아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있어야 하고..그래야 아이들의 미래도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임현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