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152> 파주장애인태권도협회 전기열 회장
파주시장애인태권도단은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전국장애인태권도대회, 각종 시장배 태권도 대회 등에서 종합우승이나 부문별 1,2위를 석권하기 때문이다.
품새 개인전, 품새 단체전, 스피드발차기, 이동발차기, 격파, 태권체조 등 각종 부문에서 파주시 장애인태권도 선수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장애인태권도 선수들은 대체로 발달장애인들이다. 이 장애인태권도 선수들은 이동발차기 행동을 하는 것조차 힘들다. 선 자리에서 그냥 발을 올리는 것도 어려운데, 움직여서 발차기를 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동작에 속한다. 이 이동발차기를 파주시장애인태권협회 선수들은 매일 연습을 하여 소화해낸다. 그러니, 각종 전국대회, 장애인대회에서 우수상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파주시장애인태권도 선수단, 각종 대회에서 우승
파주시장애인태권도협회는 2008년 3월 1일 창립한 뒤 2009년 10월 6일 경기도 장애인 태권도 협회 우수 협회 인정받았다.
2022년 12월에는 ‘제1회 파주시장배 전국장애인 한마음태권도대회’를 개최하였고, 이후 매년 파주시장배 태권도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2024년 9월 28일 ‘제3회 파주시장배 전국장애인 한마음태권도대회’에서도 파주가 종합우승을 거머쥐어 대회 개최이후 연속 3회 종합우승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작년 8월 31일 수원시 보훈재활체육센터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4회 수원시장애인태권도협회장(배) 경인한마음태권도대회’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올해 5월 24일 안성시 안성맞춤실내체육관에서 경기도장애인태권도협회가 주최한 ‘제9회 경기도장애인태권도협회장(배) 전국장애인태권도대회’에서도 금 9개 획득하는 선전을 펼쳤다.
6월 14일 광명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8회 광명시장배 전국장애인태권도대회’에서 김효정 선수가 품새 개인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2관왕을 차지했다.
6월 28일, 수원 광교씨름전용체육관에서 열린 ‘제5회 수원시장애인태권도협회장(배) 장애인태권도대회’에서 남자 19명, 여자 5명 등 24명의 선수가 출전하여 품새와 스피드발차기, 이동발차기, 격파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태권체조 단체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전국의 장애인태권도계에서는 파주선수단의 독보적인 실력을 무척 부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자극받아 다른 시군의 선수단도 실력을 올리는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전기열의 인생 전부가 태권도
파주시 장애인태권도 선수단의 뛰어난 실력에는 전기열 회장의 노력이 배어있다.
70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이는 전기열 회장은 1955년생이다. 성남에서 수십 년간 태권도장을 했다. 성남시 대표선수로도 활약하다가, 초청받아서 중국에 있었다. 2007년에 귀국했는데, 처제가 파주에 있어서 바로 파주로 왔다. 그의 나이 52세. 금촌로타리 인근에 백호태권도장을 열었다.
2009년에 장애인태권도협회가 처음 생겼다. 협회에서 장애인태권도 사범, 장애인태권도 심판 자격증을 교육을 개설했다. 이에 전기열 회장은 제1회로 장애인태권도 사범, 장애인태권도 심판 자격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받았다. 당시 비장애인 사범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장애인태권도 사범 자격에 응시할 수 있었다. 2009년도에 장애인태권도 사범 자격증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전기열 회장뿐이었다.
장애인태권도 사범 자격증을 받았으니, 파주시에서 장애인태권도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문을 두드렸으나 외면당했다. 당시에는 장애인체육회도 없을 때였다(장애인태권도 협회가 생긴 10년 후에 장애인체육회가 생겼다). 하는 수 없이 개인 돈을 들여서 장애인태권도협회를 만들었다.
전국 최초 장애인태권도장
백호태권도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모두 회원으로 받아 같이 연습하기도 하고, 시간대를 달리해서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어울리지 못하였다. 장애인 부모는 ‘장애인들이 따라가기 힘들다’라고 불만이었고, 비장애인 부모는 ‘장애인과 함께하니 진도가 못 나간다.’라며 불만이었다. 전체의 30% 정도의 부모는 이해하였지만, 70%가 불만이었다.
그래서 2015년에 장애인전문태권도장을 개원했다. 장애인만을 회원으로 받는 태권도장은 전국 최초였다.
처음에는 운영이 어려웠으나 소문이 나면서 일반도장에 다니는 장애인들도 오고, 태권도장에 갈 생각을 못하던 장애인들도 찾아와서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비장애인들보다는 장애인이 훨씬 말도 잘 듣고, 실력도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면 보람이 큽니다. 비장애인에게 가르치는 건 원래 잘하는 애들이니까 라고 생각해요. 아예 아무것도 못하던 장애인들이 품새하는 것을 보면 부모들이 좋아합니다. 아이들이 좋게 변화하고 실력이 늘고 전국대회와 경기도대회에서 수상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면, 아주 보람이 큽니다.”
전기열 단장은 발달장애인들이 태권도를 배우며 생기는 변화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보였다.
“장애인 태권의 목적은 재활입니다”
태권도를 하면 좋은 점은 재활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태권도 목적이 재활에 있어요. 화가 나서 텔레비전을 12대 부셨다는 친구, 게임이 안된다고 핸드폰을 10대 내던진 아이가 태권도를 배우면서 텔레비전이나 핸드폰을 부수지 않으니 좋아진 거죠. 부모 말 안듣고 차를 발로 막 차버리던 아이가 태권도를 배우면서 차분해지고 좋아졌다는 거예요. 부모님이 부모가 너무 행복하다고 합니다.”
전기열 회장은 장애인이 태권도를 배우는 것은 재활이라고 단언한다.
한국체육학회에 기재된 [장애인의 운동 참여가 건강과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은 “신체활동 참여를 통해 주관적 건강에 대한 평가와 삶의 만족은 높게 나타났고 스트레스와 우울함은 낮게 나타났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전기열 회장은 “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해 약 처방을 중심으로 한 그룹과, 신체활동을 하도록 한 그룹을 비교했을 때 신체활동, 체육활동 그룹의 재활효과가 컸다”라며 장애체육이란 개념을 만든 독일의 의학박사의 말을 인용했다. 그는 장애인체육활동이 갖는 재활과 삶의 만족도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떠돌이 생활 마감하고 ‘새 둥지’ 마련
파주시장애인태권도협회는 작년 6월 22일에 금촌동 광우빌딩으로 이전하고 개소식을 했다. 장애인태권도장을 개원하고 9년 만에 둥지를 마련한 셈이다. 그간의 노력과 열정이 지역사회에 널리 퍼졌는지, 이 이전개소식에는 시도의원과 장애인체육회, 파주시사회복지협의회, 파주시니어클럽, 김포대 태권도융합학과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하여 자리가 비좁아 둘레에 서 있어야 했다. 기자들도 많이 참석했고, 박정 국회의원은 축기를 보내왔다.
전기열 회장은 이날 개관사를 통해 “오늘 사무실 이전 개소까지 많은 내빈과 임원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며 “15년간 한 길을 걸어오면서 그동안 ‘뜨내기 생활’도 많이 해왔다”라며 길거리에서 연습하다 시끄럽다고 쫓겨났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장애인들을 위해 매주 간식과 빵을 지원해 주고 있는 최명성 파주시사회복지협의회장에게도 고맙다고 인사했다.
장애인태권도협회의 운영은 20명의 이사가 매달 5만 원씩 후원금을 내주어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태권도 선수들은 30여 명이다. 협회에서 장애인을 직업선수로 취업시켜주어 회사에서 100여만 원의 월급을 받고, 매일 도장에 와서 5시간씩 있게 된다. 간식도 먹고, 저녁도 먹는 친구들도 20여 명에 이른다.
이 친구들의 간식, 식비도 적잖아 걱정인데, 이사들과 파주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감사해한다.
고양파주두레생협 업무협약 체결
파주시장애인태권도협회와 고양파주두레생협(이사장 조희경)이 지난 6월 20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의 업무협약은 전기열 회장이 장애인태권도 선수들의 무료급식을 운영하면서 느끼게 된 먹거리 애로사항 때문이었다. 건강하고 안전한 유기농 먹거리를 유통하며 지역사회에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고양파주두레생협이 장애인들의 체육활동에 관심을 보여서 이 협약이 성사되었다.
경기도 장애인생활체육대회
오는 9월 12일과 13일에 경기도 장애인생활체육대회를 파주에서 연다. 올해가 4회째이다.
이번 대회는 ‘아름다운 도전, 감동 가득 파주, 하나 되는 경기’라는 구호 아래 2일간 파주시 전역에서 19개 종목에 약 5천 명의 생활체육인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그동안 파주시 장애인태권도선수단이 연속 3회 종합우승을 해왔다. 그간 다른 단체에서 파주를 따라 실력을 높이기 위해 애써왔기에 올해 4회 대회에서는 연승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장애인체육회에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요. 도민체전에는 신경을 쓰지만, 생활체육대회는 급이 좀 낮다고 보는지...” 전기열 회장이 시민들의 관심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그동안 파주시장애인태권도협회는 전국대회, 지방대회 등 여러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으나, 파주시의 지원이 없음을 안타까와했다.
“각종 대회에 나갈 때마다 그동안 ‘파주로 가자’라는 노래에 맞춰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면서 파주시를 널리 알렸는데도 반응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안해요. 다른 음악에 맞춰서 합니다.” 서운함과 아쉬움이 섞인 한숨이 절로 나왔다.
장애인 체육 관련 2025년 예산 내역
□ 장애인체육 육성 1,076,606,000원
□ 장애인체육 행사 189,740,000원
□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 배치 64,788,000원
□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 지원 210,672,000원
□ 발달재활서비스 바우처 지원(국고) 78,831,000원
□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 배치(기금) 32,394,000원
□ 장애인 스포츠강좌이용권 지원(기금) 45,144,000원
□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 처우개선 1,426,000원
장애인 복지 중 체육복지에 신경써야
“체육복지가 조금 약해요. 일반 장애인 시설이라든가 복지는 지원이 있지만, 체육복지는 없어요.”
파주시 장애인체육회에 10개의 체육단체가 소속되어 있다. 당구, 태권도, 탁구, 볼링, 골프, 배드민턴, 보치아, 게이트볼, 슐런, 수영이 소속 단체이다. 체육활동이 장애인들에게 재활과 활기를 주고 있음을 볼 때, 더 많은 장애인이 체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체육복지에 신경을 써야할 때라고 보인다.
장애인 복지 서비스 예산이 총 865억이다. 장애인 시설과 장애수당, 활동보조인 서비스 등 기본 복지에 대체로 소요되지만, 표에서 보듯이 장애인 체육복지는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장애인복지예산 총액중 장애인체육 관련 예산은 17억으로 장애인 복지예산의 1.9%에 불과하다.
2024년 12월 기준 파주시 인구는 511,308명, 이중 등록장애인은 22,912명이다. 등록장애인 비율은 4.48%이다. 이웃한 고양시의 등록장애인 비율은 3.93%이고, 김포시는 3.87%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전기열 회장은 “파주는 장애인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자운학교와 새얼학교가 있어서 파주 쪽으로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운정신도시를 중심으로 특수교육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올 8월 파주시 학부모들이 특수학교 개설은 요구하며 피켓 시위와 간담회, 3,000여 명의 서명을 담은 탄원서를 경기도교육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렇게 파주시의 장애인 비율이 높은 만큼, 장애인체육에 관한 관심도 높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열 회장은 말했다.
“장애인 체육, 장애인태권도에 좀 더 관심을 두고 신경도 써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우리 장애인들이 메달을 타고 입상했을 경우,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 격려 한 마디가 절실합니다.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관심만 바라는 전기열 회장의 말씀이 오히려 가슴을 찔렀다. 단 1천만 원, 단 1억 원으로도 파주시장애인태권도 선수들이 더 늘어나고, 더 힘차질 수 있을텐데... 내가 더 큰 꿈을 그려보았다. 장애인태권도 선수단이 두 팔 뻗고 태권도를 배우고, 부모들이 자리에 앉아 응원할 수 있는 널찍한 상설체육관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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