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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일산에서 터졌는데 왜 파주시 물이 사흘이나 끊기지?

오피니언 | 작성일: 2025-11-19 10:09:40 | 수정일: 2025-11-19 10:16:44

일산에서 터졌는데 왜 파주시 물이 사흘이나 끊기지

34개 하천에 물이 흘러가는데 먹을 물은 없었다

                                      

 

파주시에 압도적으로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지역에 사흘 동안 물이 나오지 않아 시민들이 난리가 났다식당은 문을 닫고 편의점과 마트에 생수가 동났다

 

수도권 광역상수도 공사사고로 오늘 13:00시부터 운정동야당동상지석동 금촌동조리읍 일원 단수입니다사용하실 수돗물을 미리 받아놓으시길 바랍니다.” 

 

파주시가 지난 1114일 오후 1223분에 띄운 안전안내문자였다파주시 23만 가구 중 17만 가구가 모여 사는 지역들이다피해 가구수가 72.9%가 될 것으로 파주시는 예측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상황보고를 한 페이스북 글에는 시민들의 불만의 글이 줄줄이 달렸다퇴근했더니 물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하냐씻지 못하는 것은 하루쯤 버티겠는데 화장실은 어떻게 하냐부터 당장 시장 그만두라는 댓글도 달렸다파주시 공무원들은 수많은 항의 전화에 시달리며 밤새 고생했을 것이다.  

 

사고는 언제든 날 수 있다사고가 났을 때 시민들은 행정이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평가한다.  이번 단수 사태는 사고 발생과 사후 대처에 한강유역환경청과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 잘못이 크다수자원공사는 사고가 나고 세 시간이나 지나서야 파주시에 통보했다그런데 파주시의 대처도 우왕좌왕좌충우돌이었다언제부터 물이 나오는지 안내조차 없다가 15일에 오늘 중 복구하겠다고 했지만 16일에서야 물이 나왔다물탱크가 큰 아파트는 수돗물이 빨리 나오고 빌라나 단독에 사는 집에는 늦게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수도관은 일산에서 터졌는데 일산이 아니라 파주시에 물이 나오지 않는지 질문하는 사람이 없다수돗물이 끊기지 않은 지역은 왜 나오는지도 궁금해하지 않았다그저 물 나오는 동네 사는 사람들을 잠시 부러워할 뿐이다

파주는 팔당댐에서 한강물을 쓰는 지역과 임진강 물을 쓰는 지역이 있다이번에 수돗물이 끊긴 동네는 팔당물을 먹는 지역이다이번 단수 사태는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파주시는 국가하천 4개를 포함해 34개의 지방하천이 흐른다기초자치단체 중에 이 정도 많은 하천이 흐르는 곳이 없다국가하천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하구에 파주가 위치해 있다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하천과 일곱 번째 큰 하천 하구가 있는 지역이다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류지천이 많고시골지역이니 뚜껑 덮은 복개하천도 없다

이 하천의 물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임진강과 한강이라는 두 개의 큰 강물에만 의존하고 있다한강물은 서울경기인천이 모두 끌어다 쓰고 있고임진강은 북쪽이 황강댐 물을 막고 있다팔당댐은 2030년부터는 공급할 물이 없다고 한다임진강은 가뭄 때면 북쪽에서 물을 내려보내지 않고홍수 때는 엄청 쏟아부어 연천파주에 홍수피해를 주기도 한다농업용수와 공업용수도 대부분 두 개의 하천에 의존한다.  

서울은 지천들 대부분을 복개 했고인천은 도심 기준으로 16개 지방하천 밖에 없다파주는 한강과 임진강 빼고도 지방하천 이상이 32개나 되는데 그 물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다

지방하천의 하천정비주변개발을 심의하는 경기도하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2년간 참여한 적이 있다회의는 하천부지에서 제외해 달라는 폐천’ 안건이 대부분이었다하천부지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소유하고 관리하는데 하천부지에서 제외하면 아파트나 기타 건설사업을 위한 땅으로 팔아먹을 수 있다폐천해 달라는 곳 주변은 어김없이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었다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는 동문리 못말의 두꺼비연못. 연못, 둠벙, 자연형농수로는 빗물저장 기능으로 만들었지만 다양한 생명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답답하던 차에 당시 하천관리위원으로 참여하던 백경오 국립한경대 교수와 국토환경연구원 이현정 박사와 의논해 지방하천 주변에 둠벙같은 크고 저류지를 만들어 농사에 이용할 빗물저장시설을 늘리자는 안건을 제출했다저류지는 생물다양성을 높이는데도 유용하다수리수문학자 둘이나 같이 제안했는데도 경기도 담당부서 공무원들은 안건이 제출됐다는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경기도 소유 부지인 하천부지를 팔아 장사할 생각만 한다고 생각했다국가하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배수로를 관리하는 농어촌공사는 자연형 농배수로를 시멘트로 바르고 있다자연형 농배수로는 물이 잘 흐르도록 봄철에 준설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귀찮아서 시멘트수로로 바꾸고 있다관리를 안하니 시멘트로 바꿔 물이 잘 빠지도록 해달라는 농민들의 요구도 많다고 한다시멘트 수로는 개구리와 동물들사람도 빠져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파주시 도시설계와 계획은 더 포괄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파주시는 서울시와 안양시를 합친 정도로 넓은 면적인데 운정교하 지역 8.26%에 인구 53.7%가 운집해 살고 있다나머지 넓고 넓은 지역은 논밭이다대단히 기형적인 도시구조다인구집중 현상이 대한민국 축소판이다.  

그런데 현재 작성 중인 파주시 2040 도시기본계획에는 현재 57만 3천 명의 인구를 2040년에는 77만 2천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저출산 시대에 목표인구를 그렇게 잡은 근거도 불분명하지만, 77만 명이 살 수 있는 상수도하수도전기 등 필요한 시설계획이 없다온실가스 60% 감축목표를 세웠는데 그것도 어떻게 감축할지 계획이 없다쓰레기는 처리계획도 없다도로는 모두 서울과 파주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와 GTX, KTX 등 건설만 있다.  

이번 단수 사태를 계기로 파주시는 2040 도시기본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또 수돗물은 시민들이 쓰는 대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떨 쓰도록 하는 대책도 세워야 한다농촌지역에 살기 때문에 가뭄 때마다 농민들이 애태우는 것을 본다트럭에 물을 가득 싣고 논으로 밭으로 종일 달린다올해도 들깨 심을 때 비가 오지않아 농민들 애를 태웠다그럴때도 도시지역에서는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물을 펑펑 쓰고 있다시민들 생활도 바뀌어야 하지만 그보다 행정이 바뀌어야 한다

파주 농촌지역 대부분은 우수와 하수관이 분리돼 있지 않다이건 한강유역환경청 관할인데 하수관로 예산은 도심지역에만 주고 있다오늘 설거지청소빨래를 하는데 쓴 물을 그냥 하천으로 흘려보낸다

우수와 하수관 분리와 빗물 저장과 이용은 홍수 예방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국립한경대 백경오 교수는 임진강판 4대강 사업이라 불렸던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사업을 국토부가 추진하려고 할 때 홍수예방은 임진강 준설이 아니라 하수관로 개선 같은 내수배제 사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고가 났는데 고치지 않고 똑같이 가면 정부와 자치단체가 재난이 된다이번 파주 단수사태를 교훈삼아 건물만 화려하게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는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밥은 하루 굶어도 살지만 물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다시장과 시도의원국회의원들은 생색이 나지 않더라도 시민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일했으면 좋겠다

 노현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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