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농민회 민통선안 임진강변 덕진산성에서 ‘평화와 풍년기원 해맞이’
파주농민회 민통선안 임진강변 덕진산성에서 ‘평화와 풍년기원 해맞이’
“남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독수리들이 힘차게 날았다”
노현기 (전 파주환경운동연합 의장)
파주농민회가 민간인통제구역 안 덕진산성에서 ‘평화와 풍년 기원 해맞이’를 했다. 덕진산성은 민간인통제구역 안 임진강변에 있는 고구려, 신라시대부터 방어목적으로 만든 유적지이다. 삼국시대부터 임진강, 한강하구가 접경지역이었음을 보여주는 곳이다. 덕진산성위에서 내려다 보는 초평도가 있는 임진강은 누구나 감탄할만치 아름답다. 이곳에서 일몰과 일출을 모두 볼 수 있다.
새해 첫날 아직은 캄캄한 오전 6시부터 전진대교에 승용차들이 속속 도착했다. 늘 통일대교에서 모였는데 올해는 출입증이 없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 출입을 원활히 하기 위해 통행량이 적은 전진대교로 출입했다. 파주농민회에서 문자로 보내준 초청장을 검문하는 군인들에게 보여준 후 파주농민회 집행위원이 명단 확인을 한 후 10여대씩 전진대교로 임진강을 건넜다. 올해는 신분증을 맡기는 번거로움도 생략했다.
십여분 넘게 가파른 산길을 올라 덕진산성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 올라가는데 이미 동쪽하는 산마루 너머는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강변에서는 기러기떼가 ‘끼룩~끼룩~’ 수다를 떨며 임진강에서 논으로 출근을 한다. 역시 출근 준비를 하는 두루미들은 ‘꾸룩~꾸룩~’ 소리를 내고 있다.
구름 한점 없는 날씨라 참가한 농민들과 시민들은 잔뜩 기대를 갖고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정리에서 DMZ스테이라는 게스트하우스 윤설현대표가 ‘DMZ WAZTS’라는 작은 축제에서 공연했던 분을 포함 세분의 젊은이들과 함께 와 산성위에 자리잡았다.
드디어 동쪽인 남쪽 하늘에서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커다란 독수리 몇 마리가 태양을 향해 힘차게 날았다. 그 순간 산성 위에서는 현악 3중주로 연주하는 아리랑이 흘렀다. 남쪽에서 떠서 북쪽 하늘로 넘어가는 태양이다. 분단지역인 서부DMZ일원이기에 동쪽인 남한땅에서 떠올라 북한땅인 서쪽으로 지는 슬픈 태양이다.
파주농민회가 파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해마다하는 ‘평화와 풍년기원 해맞이’는 임진강변 논을 지키기 위한 농민들과 파주시민들의 7년동안의 연대투쟁에서 시작됐다.
‘임진강판 4대강사업’이라 불렸던 임진강 준설사업을 막기위해 파주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논을 뺏기게 되는 농민들이 뭉쳤다. 파주 농민들이 워낙 보수적이어서 정부가 하는 일은 덮어놓고 찬성만했던 터라 국토부와 환경부, 심지어 조건부동의를 했던 1사단 조차 깜짝 놀랐다.
한창 힘겨운 싸움을 하던 어느해 연말에 ‘임진강준설반대농민대책위’ 송년회에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 참여 인사들을 초청했다. 7년 동안 힘겨운 싸움을 벌여 임진강 준설반대 싸움에서 승리한 2018년 농민들과 함께하는 송년회를 계속하고 싶었던 파주환경운동연합 제안으로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가 합동 송년회를 열고 농민들을 초청했다. 작은 선물도 교환하기로 했는데 농민들은 쌀푸대를 어깨에 짊어지고 왔다. 그 자리에서 농민들이 제안했다.
”우리 새해에 덕진산성에서 해맞이를 하자.“
그렇게 소망했던 덕진산성에서 해맞이는 2023년부터야 가능했다. 민북지역 출입농민들이 군갑질 항의시위 끝에 2022년 4월 파주농민회를 창립했고, 파주시와 1사단, 그리고 파주농민회가 참여하는 ‘민관군 정례협의회’가 설치됐다. 협의회에서 2023년 해맞이를 덕진산성에서 할 수 있도록 일출 전 출입을 허용하라는 농민회의 요구가 1사단에 받아들여졌다. 초평도가 있는 멋진 임진강과 어우러진 덕진산성에서는 어떤 해는 신비스런 운해 사이에 떠오르는 새해 첫 태양을 연출하는 등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2년동안 일출을 보지 못했다. 날씨가 뒷밭침해 주지 않았다. 한 참가자는 윤석렬이 감옥가니 2년만에 덕진산성 일출을 봤다며 올해는 운수대통이라고 싱글벙글했다.
해돋이를 기다리는 동안 전환식 파주농민회 공동대표의 간단한 인사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임진강지키기시민대책위 전 공동대표이자 평화마을 ‘짓자’ 천호균 대표는 말했다.
“매년 1월 1일, 파주 민통선 안 덕진산성에서 우리는 만납니다. 모두 각자의 일로 바삐 다르게 살아가지만 이날만은 같은 마음, 같은 생각으로 이 자리에 모입니다. 다름이 첨예하게 마주하는 접경의 땅, 이곳에서 희망처럼 새로 떠오르는 붉은 해와 함께하며, 우리는 남과 북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포용하는 창조의 기운을 받습니다. 그리고 다시 소원합니다. 파주가 평화로 파주하길. 2026년, 이 경계의 땅에서 평화가 시작되는 새해가 되기를 함께 빌어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