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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열의 미디어칼럼(20) 아이들의 손에서 스마트기기를 빼앗아야 하는가?

오피니언 | 작성일: 2025-09-16 13:53:49 | 수정일: 2025-09-16 13:53:49

윤장열의 미디어칼럼(20) 아이들의 손에서 스마트기기를 빼앗아야 하는가?

 

윤장열(언론학자)

 

독일의 16세 이하 학생에게 휴대폰을 금지하는 모습(ai 제작)

 

최근 독일의 여러 주()들은 새 학기부터 학교 내 휴대폰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브레멘 시는 아예 초등학교부터 10학년까지 휴대폰을 보이지 않게 보관하도록 의무화했다다른 주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규제 정책의 목적은 분명하다집중력 향상사회적 기술의 회복그리고 아이들을 디지털 과부하에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한 금지가 만능은 아니라고 말한다독일의 심리학자 카타리나 샤이터 교수는 스마트폰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일 수 있다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서로 어울리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금지의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한다아이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일방적 조치 역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이 논쟁은 독일을 넘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지난 9, EU 집행위원장은 흡연이나 음주에 연령 제한이 있듯소셜미디어에도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며 미성년자의 SNS 사용 금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실제로 호주는 세계 최초로 부모 동의와 상관없이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개설을 전면 금지하는 법을 올해 12월부터 시행한다

 

이를 위반한 플랫폼에는 막대한 벌금이 부과된다프랑스 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틱톡을 청소년 심리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는 최악의 SNS”로 규정하며 강력 규제를 촉구했다단순히 기기를 교실에서 치우는 문제를 넘어디지털 환경 자체가 청소년 보호의 사각지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 논쟁을 한국에 그대로 던져본다한국 사회는 어느덧 디지털 강국이라는 수식어를 즐겨 쓴다정부와 기업은 앞다투어 AI 교육코딩 교육콘텐츠 제작 툴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빠져 있는 것 같다아이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스마트기기가 아이들을 오히려 스마트하지 않게 하는 건 아닐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더 잘 활용하기와 더 많이 생산하기에 치우쳐 있다그러나 이는 아이들을 플랫폼 경쟁에 더 깊이 끌어들이는 일이 될 수 있다문제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기술이 만들어내는 중독적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거리를 두고 선택할 힘을 기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청소년 우울증사이버 괴롭힘혐오와 차별적 콘텐츠 노출그리고 주의력 결핍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이는 기술 기업의 알고리즘이 아이들의 시간을 상품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이다학교와 사회가 여기에 맞서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단순히 영상을 잘 만드는 법이 아니라언제 기기를 내려놓고 친구와 대화할지를 선택하는 힘이다.

 

독일과 유럽의 사례는 우리에게 거울이 된다단순히 쓰지 못하게 하자는 접근과 더 잘 쓰게 하자는 접근 사이에서한국 사회는 여전히 후자에만 매달려 있는 것 같다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기술과 인간 사이의 균형이다아이들이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것은 새로운 앱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적절한 절제와 사회적 관계를 지켜주는 안전망이다. SNS를 둘러싼 세계적 규제 논의는 우리 사회가 이제야 던져야 할 근본적 질문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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