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금융을 멈춰라, '공정금리심의위원회' 설치가 답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저신용자 고금리’ 지적은 금융공공성 회복하라는 시대적 요구다
조일출 (사)기본소득 파주상임대표, 국정기획위원회 경제1분과 자문위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고신용자에게 낮은 금리를 주고, 저신용자에게는 연 15.9% 고금리를 매기는 금융체계는 가장 잔인한 시스템"이라며, "경제성장률 1%대 시대에 이보다 10배 높은 이자를 서민이 어떻게 감당하며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는 고금리 구조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와 금융에 부여된 공공적 책무를 강력하게 지적한 것이다.
4대 금융지주의 2024년 대출이자 수익은 41조 9천억 원에 달한다. 예금금리는 억제된 채 대출금리만 폭등해 서민과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그 결과,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하는 역진적 부담 구조가 고착되었고, 이는 소비와 내수 위축으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국민 세금으로 회생한 준공공적 산업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168조 7천억 원이며, 이 중 47조 원은 아직도 회수되지 않았다. 공적 자금으로 회생한 금융기관이 사적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계약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제도적 개입은 포퓰리즘이나 신용사회 붕괴 논란이 아니라 금융기본권 차원의 민주주의적 통제 수단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공정금리심의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위원회'가 노동자의 '임금권리'를 보장하듯, 금융시장에도 '공정금리심의위원회'를 통해 서민과 자영업자의 '금융권리'를 보장해야한다.
'공정금리심의위원회'는 금융기관의 예대마진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공정이익 수준으로 유지시켜 대출금리가 간접적으로 제한되도록 한다. 이는 금융권이 반발하는 가산금리 원가공개 문제와 같은 직접규제 방식을 피하면서도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다. 학계, 시민사회, 금융당국, 금융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다원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면 정책의 정당성과 사회적 수용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지적 후 금융당국이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재정적 지원 방식 외에도 금융시스템 자체에 내재된 구조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직접적 제도 장치인 '공정금리심의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민금융안정기금'은 분명 중요한 정책 수단이지만, 그 효과는 조건부나 제한적이다. 예산규모, 출연주체, 집행방식 등에 따라 유연성과 효과성에 한계가 있다. 반면 '공정금리심의위원회'는 금융시장의 가격 구조 자체를 공공적 기준으로 재설계하는 기구다. 이는 단순한 재정적 보조를 넘어, 금리 결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공정금리심의위원회'의 설치는 단순한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을 넘어 국가경제 전체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다. 서민과 소상공인의 금융비용이 완화되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고, 이는 내수 활성화와 성장잠재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불평등이 완화되면 사회적 갈등 비용이 줄어들고, 금융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높아진다. 또한 금융정책이 특정계층이 아닌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정당성이 확보되면, 이는 민주주의의 심화를 더욱 가능케 할 것이다.
금융은 단순히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산업이 아니라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의 기반이 되는 공공재이다. 국민 세금으로 회생한 금융기관이 사회적 책무를 회피한다면, 그것은 경제민주주의와 사회정의에 반하는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적처럼 이제 금융은 '국민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야 하며, '잔인한 시스템'이 아닌 '따뜻한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보장할 직접적인 제도적 장치가 바로 '공정금리심의위원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