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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 "전쟁포로 안학섭 노병 즉각 송환하라"

오피니언 | 작성일: 2025-08-22 19:51:57 | 수정일: 2025-08-22 19:51:57

특별 기고 - "전쟁포로 안학섭 노병 즉각 송환하라"

전쟁포로 안학섭 노병 송환촉구대회... 임진강역과 통일대교 풍경

   

                                                                글,사진  노현기

 

 

6.25때 전쟁포로로 잡혔는데 간첩으로 둔갑돼 세계 최장기수가 된 안학섭 선생이 자신이 겪은 일과 평화를 바라는 글을 적어 읽고 있다ⓒ 노현기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진 뒤 땡볕은 더 후덥지근 했다땀이 줄줄 흘러 몸에 이상이 온 젊은 사람도 그늘에 가 앉았는데 96세 나이의 안학섭 선생이 땅볕이 내리쬐는 임진강역 앞에 끝까지 앉아 있었다.

 임진강역은 남북관계에서 아주 상징적인 장소이다임진강역은 김대중 정부 시절 경의선 철도를 개성까지 연결할 때 만들어졌다경의선을 연결하고 처음 기차를 운행할 때 남북 철도노동자들이 시승식을 하고 와 임진강역에 내려 기념사진을 찍었다.

 

 

전쟁포로 안학섭노병 송환촉구대회가 열린 임진강역은 경의선이 개성까지 연결된후 남북철도 노동자들이 시승식을 하고와 기념사진을 찍은 곳이다ⓒ 노현기 

 

 

우리 동네 박호연 어르신에 따르면 원래 임진강역은 지금 자리가 아니었다고 한다. '좀 더 아래 있었다'고 하는데아마도 지금보다 임진강 쪽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6.25때 마정리사목리 일대는 폭격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경의선은 문산역까지만 복원했고 근처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표지석이 오랫동안 있었다북쪽 경의선도, 1호선 국도도 개성에서 끊겼을 거다.

안학섭 선생 송환촉구대회를 임진강역에서 한다는 것에도 나는 의미를 뒀다동지들 곁에 묻히고 싶다며 2025년 8월 20일 임진강역 앞에 왔던 안학섭 선생은 우리 정부 관할인 민통선조차도 한발 자국을 내딛지 못했다그만큼 분단의 벽악화된 남북관계가 만든 장벽은 높고 두꺼웠다.

 

"전쟁포로 안학섭 노병 즉각 송환하라"

현수막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남파간첩이나 빨치산인 줄 알았는데 23세의 전쟁포로였다.

 

"체포 당시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941부대 분대장으로서 마땅히 전쟁포로의 신분에 합당한 대우를 받았어야 했습니다그러나 나를 잡은 그들은 정규군이라는 신분을 무시하고 이적 간첩죄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혼자서 걷지도 못하고 서 있지도 못하지만 목소리에는 힘 있고 결기도 있었다.

 

전쟁포로 안학섭노병 즉각 송환하라젊은이들도 많았지만 나이든 사람이 많이 참석한 송환촉구대회 ⓒ 노현기

안학섭 선생은 전쟁포로이니 정전협정 후 본인이 원하면 송환됐어야 하는데 간첩으로 둔갑됐다진짜 '남파간첩'이 10년 형을 받았는데 무기징역을 받았다돼지우리 같았던 육군형무소에 한방에 90명을 몰아넣었다고 한다.

 

그 이후는 우리가 기사나 소설당사자들의 증언으로 알 듯이 전향공작 공작 때 무시무시한 모진 고문을 당했다가장 심했던 전향공작은 73년 7월부터 74년 봄까지 있던 고문이었고그때 많은 장기수들이 고문이나 후유증으로 죽었다고 한다안학섭 선생은 죽음보다 심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고문이 고통스러울수록 굴복하는 것이 자존심 상하고 치욕스럽게 느껴졌다고 한다.

 그는 이전에 송환 때 왜 북으로 가지 않았냐는 질문에 '나의 선택이다남는 것도 나의 선택이고가는 것도 내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분단과 전쟁의 역사는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됩니다역사의 희생양은 안학섭 하나로 족합니다평화의 통일의 새 역사를 만듭시다나의 발걸음이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그의 메시지 결론이었다안학섭 선생이 탄 승용차를 앞세우고 참가자들은 통일대교 검문소까지 행진해 갔다중요한 선약이 있어 행진을 함께 못하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 42년 4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한 세계 최장기수인데 전쟁포로를 간첩으로 둔갑시켰고죽기 전에 북으로 보내란다고 설명했다택시기사는 대뜸 말했다.

 

"세상에 우리나라가 정말 야만의 나라였네요그렇게 연세가 많으신데 이제 보내드려야죠."

 

저녁에 동네 국밥집에서는 민간인통제구역 안에서 농사짓는 농부들통일촌 사는 농부들이 저녁을 먹으러 왔다농부들은 한결같이 물어봤다.

 

"낮에 통일대교 같이 있었지통일촌에선 낮에 그 어르신 이야기로 난리가 났어고향가서 죽고 싶다는데 보내드려야지우리 부모님도 죽을 때는 고향에 묻히고 싶다고 했는데."

 "낮에 통일대교에서 시위하던 그 어르신 무슨 일이래요?"

 

통일대교에서 기자회견이나 시위를 많이 하지만 이렇게 화제가 된 적은 없었다모두들 보내드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안학섭 선생과 비전향 장기수들을 송환하기 위해 남북이 만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그래서 다시 끊긴 경의선 열차를 임진강역에서 타고 친구들과 박연폭포에 가서 글과 그림을 지으며 놀고 싶다안학섭 선생이 한 발자국도 딛지 못한 민간인통제구역 안 통일대교를 달리고, DMZ 넘어서 황진이 무덤에 가 술 한잔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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