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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파주읍 갈곡천 수변공사, "생명을 배려않는 공사가 사람에게 행복을 줄까?" 

입력 : 2024-06-05 02:34:11
수정 : 2024-06-05 23:35:27

파주시 파주읍 갈곡천 수변공사, "생명을 배려않는 공사가 사람에게 행복을 줄까?"


- 수풀을 없애는 것은 물흐름을 가속시켜 홍수예방에 반대되는 것

- 수풀은 물을 머금어 홍수와 가뭄을 이겨내도록 하천생태계를 도와

- 수변에 사는 멸종위기종, 법종 보호종 보호도 정책의 기준이 되어야




어제 5월 31일 저녁 6시 30분경 저녁 산책겸 탐조를 하러 갈곡천에 들렀다. 그런데 부곡교 근처에 수변정리 작업이 벌어진 것을 목격했다. 이전에 블로그 남겼듯이 작년 늦가을 부곡교에서 연풍리 초입까지 대략 1.5km 정도에 이르는 거리의 갈곡천 중류에 수변정리가 이뤄진 것을 막지 못했기에 이번에는 꼭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현장모습

 

▲ 포크레인으로 하천의 전구간의 풀을 걷어내고 있다.

▲ 현장위치

 

이미 작업이 이뤄지긴 했지만 상황을 보니 어제가 작업 첫날인 것으로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서 파주시청과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등에 서둘러 전화를 돌리며 이 작업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퇴근 이후의 시간이었고 주말의 시작이었기 때문에 담당자들과 연결이 되지 않았다. 당직자들과의 통화로는 그 어떤 도움이나 해결 방법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나마 파주시청 당직 공무원들에게 '내일 공사 현장에 다시 올테니 내일 만약 공사가 강행된다면 포크레인에라도 뛰어들 것'이라고 강경한 경고를 했다. 이 말을 담당자에게 꼭 남겨달라고 했다. 당시 당직공무원의 전화받던 목소리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내가 과연 내일 포크레인에 뛰어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흔들리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일을 하는게 처음이어서 도움을 얻고자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다가 결국 파주환경연합의 당직자분을 통해서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국민안전신문고' 어플을 통해서 신고를 했고 다음날 다시 방문하기로 했다.

 

억새와 갈대밭이 파괴된 현장

 

억새와 갈대밭이 파괴된 모습(5월 31일), 이전의 모습(5월 16일)

 

그리고 오늘 분명 공사가 다시 이뤄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점심식사 후 다시 현장을 방문했다. 역시나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어제보다 더 넓은 범위까지 파괴되고 있었다

 

현재 갈곡천의 억새와 갈대밭에는 여러 종류이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을 시기이다. 그리고 육추에 들어간 종들에게 빽빽한 억새와 갈대는 유조들의 소중한 은신처가 된다. 또한 억새와 갈대밭은 다양한 양서류, 파충류, 절지류, 곤충들의 서식지이기도 하고 하나의 아름다운 생태계이다. 바로 이것이 고려되지 않은채 무참하게 파괴되고 있었다.

 

더구나 억새와 갈대가 가진 탄소저장 능력과 수질개선 능력 그리고 홍수때 물의 흐름 조절 기능까지 모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수변정리는 그 일차 목표가 다가오는 장마에 물의 흐름을 빠르게 해서 갈곡천이 범람하지 않게 하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갈곡천은 내가 살아온 평생동안 한 번도 범람하지 않았다. 이미 조성된 자연환경이 충분히 물의 흐름을 잘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체주의적 사고로 의심되는 심미안을 가진 경우엔 현재 갈곡천의 자연스러운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자로 댄듯이 정리하는 것을 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갈곡천의 환경은 이미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운 경관을 갖추고 있다. 즉 갈곡천에는 현재 그 어떤 이유로도 인간의 개입이 필요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지난 늦가을에 갈곡천 중류에 이뤄진 수변공사로 인해 현재 갈곡천을 찾는 조류의 숫자가 확 줄었다. 그리고 유선형이던 물의 흐름이 직선화가 되고 중간중간에 있던 수초섬들이 사라진 탓에 유속이 빨라져서 오히려 물이 빠르게 하류로 빠지게 되서 가뭄이 찾아 올 시에 오히려 수량 조절에 악역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지난 공사로 갈곡천에서 '부곡교-연풍3교' 사이의 수초섬과 모래톱이 사라지고 억새와 갈대밭 지형도가 인위적으로 바뀌면서 올해는 예년이면 지금쯤 그곳에 둥지를 틀고 육추를 하던 쇠물닭, 논병아리, 흰뺨검둥오리, 개개비등의 육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천적과 인간에게서 숨어지낼 곳을 잃은 해오라기는 올해들어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고, 흰날개해오라기와 검은댕기해오라기들도 그 숫자가 줄었다. 그리고 갈곡천 갈대와 억새밭에 사는 다양한 생물종을 먹이로 삼는 때까치, 새호리기, 황조롱이의 숫자도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 작년 여름에 갈대밭에 은신중이던 논병아리 유조

 

 

▲ 재작년 6월 초순에 갈곡천에서 육추하던 천연기념물 327호 원앙가족

 

▲ 현재 갈곡천 모래톱과 갈대 억새밭을 은신처와 먹이터로 삼고 살아가는 알락도요

 

▲ 흰날개해오라기

 

▲ 이맘때쯤 갈곡천 갈대와 억새밭에 둥지를 트는 붉은머리오목눈이

 

 

▲ 올해 5월에 갈곡천에 찾아온 쇠물닭의 모습. 그 장소가 공사로 흙탕물이 일어 뿌예졌고 공사 소음으로 인해서 쇠물닭이 먹이활동을 하거나 숨어 있을 수 없다. 또한 공사가 계속된다면 현재 있는 갈대와 억새가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쇠물닭이 육추는 커녕 존재하기도 어려워 질 것이다.

 

 

▲ 현재 공사가 계속 진행된다면 갈곡천에서 다양한 생물종을 대상으로 먹이활동을 벌이는 맹금들 천연기념물 323-8호 황조롱이

 

▲ 천연기념물 323-4호 새매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 새호리기

 

 때까치
 

이런 현실을 떠올리며 공사 진행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그래서 다시 시청 당직실이며 어제 통화한 파주환경운동당직자분과 그분을 통해 연락처를 받은 기자님께 연달아 전화를 돌리며 현 상황을 막을 방법을 찾았다. 그리고 결국 방법이 없어서 경찰까지 불렀다.

 

 

 

▲ 오늘 공사진행하던 현장과 출동한 경찰공무원들이 작업자분을 통해 현 상황을 듣고있다.

 

이런 일을 하는 게 처음이라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기에 떨리고 답답했지만 파주환경운동연합을 통해서 알게 된 기자님과의 통화 덕분에 일을 하나씩 처리 할 수 있었다. 약 한 시간 반 가량 시청에 항의 전화하고 작업자분을 통해서 공사 수주를 따낸 시행업체의 실무자와 사장과도 통화하고 경찰 조사에 임하여 현 상황과 공사중지 이유를 소명했다. 법적 논리 다툼의 영역에서 경험이 없었는데 이는 기자님의 조언으로 풀어갔다. 

 

결과적으로 공사안내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과 휴일에 공사를 진행하는 것을 중심으로 시행업체와 경찰공무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냈고 월요일까지는 공사 중지를 약속 받았다. 이는 기자님의 조언 덕분이었다.

 

끝으로 오늘 시청 당직자들에게 화내며 당장 공사를 멈춰달라고 전화한 악성민원인을 자처했었는데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에겐 당연한게 다른 사람에겐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에겐 환경이 파괴되고 생태계가 무너지는 장면이 너무 가슴 아팠지만, 이에 관심이 없고 또 담장자가 아닌 당직 공무원들에게 공사중지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내 요구는 무리임을 알면서도 했기에 오늘 통화한 공무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약자의 입장, 소리 낼 수 없는 자연을 대변하기 위해서 어찌보면 법 너머의 정의를 요구한 것이기 때문에 법과 규칙에 매여 있고 담당이 아니면 아무래도 일을 처리하기 어려운 당직공무원들에게는 오늘 내 전화가 매우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했다. 어쩔 수 없는 그리고 나와 생각이 다른 당직 공무원들과 나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은 서로에게 큰 에너지 소모와 감정적인 상처가 됐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깨달은 것은 힘이 없는 사람이 아주 작은 일이라도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위해서 움직이려면 큰 결심과 책임감 그리고 타인을 설득할 방법과 논리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내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고 고도의 정신적 노동이 필요하다. 어쩌면 내 경력이나 인간 관계를 걸어야 할 수도 있고, 나아가 법 너머의 정의를 외치기 위해서 때로는 법에 의해 처벌 받을 각오도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민주화 운동이나 환경운동 그리고 현 사회를 조금이라도 진보하도록 하려는 모든 사람들이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도 아주 조금이나마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 많은 에너지를 소진했지만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비록 작은 승리이고 또 월요일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일단 오늘의 공사중지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시간을 벌었다는 것에 안도한다.

 

오늘 내가 제기한 쟁점들이 부디 이번 공사를 진행하도록 한 담당 부서와 담당 공무원의 생각을 바꾸게 되었으면 한다. 충분한 환경영향평가 없이 이루어지는 홍수대비 수변정리라는 명분 없는 완전한 생태계 파괴가 멈춰질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오늘 조언을 많이 해주신 기자님께도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글 사진 : 파주읍 주민 정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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