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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과학스토리 (99) _ 과일은 맛이 좋다.

입력 : 2021-12-21 07:15:26
수정 : 0000-00-00 00:00:00

흥미진진한 과학스토리 (99) _ 과일은 맛이 좋다.

 

 

2016229일에 쓰기 시작한 과학 이야기가 어쩌다 보니 100회가 되어간다. 처음 과학이야기를 쓰겠다는 용기를 낸 동기는 단순했다.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아주 많은 어긋난 상식들을 대면하게 하는 것이었다. 근거를 가지고 상식에 도전한 지난 5년의 과정에서 가장 많이 변한 것은 필자다.

처음 글을 시작하면서 소개한 사람은 찬드라 세카르였다. 지금은 상식이 되어버린 블랙홀을 인도의 젊은 유학생이 처음으로 어떤 별이 블랙홀이 되는지를 계산한 것이었다. 블랙홀 수학적으로만 존재하던 시절에 찬드라 세카르는 태양 질량의 1.44배가 되는 천체부터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계산해 낸다. 이 계산을 가장 강력하게 부정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관측을 통해서 증명한 아서 에딩턴 경이었다. 그의 권위는 태양과 같았다면 찬드라 세카르는 그저 이름 없는 별이었다. 스승인 아서가 죽고 나서야 찬드라의 주장은 세상에서 인정을 받았고, 1983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는다. 과학자들은 1999년에 그의 이름을 따서 찬드라 X선 우주관측선을 우주에 띄운다. 전통과 권위는 생각하는 시간과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여준다. 의문을 갖게 되면 골치도 아파지고 에너지 소모 역시 많아진다. 권위있는 00씨가 그랬다고 인용하면 모두가 신앙처럼 믿지만 그게 진짜야?’ 질문을 던지는 순간 엄청난 비난과 증명해야 할 과제를 숙명처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풍성한 먹거리로 가득한 가을 들판을 보면서 전통에 사로잡힌 착한 사람들의 나쁜 거짓말이라는 화두에 사로잡히곤 한다.

   

현대인의 건강을 망치는 가장 큰 적은 소금과 설탕이다. 소금은 고혈압과 당뇨, 암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물질이지만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기도 하다.

얼마 전 동네 사람들과 물회를 먹었는데, 그중 한 명이 물을 듬뿍 부어서 먹었다. 소금이 몸에 해롭기 때문이란다. 틀림이 없는 말이다. 그러면서 그 친구는 공복에 죽염을 물 없이 먹으면 몸에 좋답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깜짝 놀라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기껏 소금을 피하더니 왜 공복에 소금을 먹어?”

이 질문에 충격을 받은 듯하다.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더니 미네랄이 풍부하잖아요라는 예정된 답변을 했다. 미네랄이라는 말 자체는 중금속도 포함되지만 과학이라는 포장을 씌우기에는 딱 좋은 답이다. 0.1%의 미네랄을 먹기 위해 99.9%의 소금을 먹다니! 그것도 9번이나 구워서 수분마저 쪽 빼버린 소금을 물도 없이 먹는다고? 미네랄이 정답이면 그냥 종합영양제 먹어야지 왜 소금을 함께 먹지?

아마 소금이 귀했던 먼 옛날에 스님들은 간수를 빼는 것도 모자라 불에 구워서 수분을 증발시킨 소금을 소량씩 아껴 먹었던 것이 더 합리적 추론이 아닐까? 당시는 소금이 금처럼 귀했지만 현재는 너무 먹어서 병이 되는 세상이다.

과일은 건강에 좋아요라는 말도 이제는 틀린 말이다. 설탕이 건강을 해치고 있어서 설탕 대신 비싼 올리고당이 팔리는 세상이다.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설탕이 몸에 해롭다면 과당과 포도당이 풍부한 과일 역시 몸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

과일이 이로운가 해로운가, 구운 소금이 몸에 좋은가 나쁜가의 논쟁은 정말 힘들다. 과일이 나쁘다고 하면 과수 농가의 반발이 클 것이고, 소금이 나쁘다 하면 염전 주인들이 화를 낼 것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건강에 가장 큰 적은 과도한 염분과 설탕임은 분명하다. 착한 사람들이 선한 의도로 과일과 죽염을 권하지만 그 안에 실제로는 소금과 설탕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죽염과 과일이라는 포장지 속에는 우리가 그렇게 피해야 하는 소금과 설탕이 가득하다. 실제 과일은 향과 맛이 좋다. 그러나 과일은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해롭고 또 다른 누구에게는 건강에 이롭다. 늘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과일은 맛이 좋다고 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과학이야기를 시작한 이래 상식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던지면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은 역시 필자 본인이 분명하다.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페이스북 독서그룹 <과학책을 읽는 보통 사람들> 보통 회원 허 심
#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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