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교육 연재(10, 마지막회) 실수를 부끄러워하는 AI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동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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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교육 연재(10) - 마지막회
실수를 부끄러워하는 AI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동미술
Chat GPT가 등장했습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 질문에 답하고 주제에 맞춰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림까지 그리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놀라움과 두려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기술 발달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위협받을 직종을 예측하는 기사도 어렵지 않게 마주합니다.
AI가 그린 그림을 보는 순간 저희 예술가 부부는 ‘예술만큼은 AI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겠구나' 싶었습니다. 이미 예전에 정리된 화풍을 분석 종합한 후 명령 값에 맞춰 구성했을 뿐, 대단히 새로운 면모는 없었습니다. 높은 기술적 부분까지 스트레스 없이 짧은 시간에 수행해 내는 능력에 감탄했을 뿐이죠. 그런 기술적 부분은 예술에서도 분명히 사용될 것입니다. 파스텔이나 유화나 사진처럼 하나의 도구로서 말이죠.
결국엔 ‘무엇을 담아낼 것인가'라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고, 담아내는 표현의 방법적 문제는 ‘무엇'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그릇으로서 작용한다는 사실을 미루어 봤을 때, 인공지능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 오감과 정서적 오감의 경험 축적을 통한 창의력일 것입니다.
여러 기사를 종합해 보면 동일한 결론을 얻습니다. 기계적 계산은 계산하는 기계(계산기)가 더 잘하듯, 기계적 학습을 바탕으로 한 능력 또한 Machine Learning을 탑재한 인공지능이 더 뛰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것으로 두 가지를 꼽는데, ‘공감 능력'을 기반으로 처리해야 하는 일, 그리고 같은 문장이라도 감정적 호소를 통한 내용 전달이라 합니다.
며칠 전, 웹툰작가가 장래 희망이라는 초등학생이 “아이패드에 그림 연습을 하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희 선생들의 견해는 단호하게 ‘반대’입니다. 종이 위에서 서걱거리는 연필의 느낌, 부드러움과 거침을 동시에 지닌 목탄의 부서지는 가루, 재료를 다루는 나의 모든 관절에까지 진득함이 발리는 듯한 오일파스텔, 그 모든 재료가 종이의 두께와 종류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고, 나무 위에서 캔버스 위에서 또 다릅니다. 예술창작은 재료의 특성과 기술적 표현력을 주제에 맞춰 배치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예술적 갈증을 해갈하기 위해 이제껏 보아왔던 그림이 아닌 다른 것이 필요하고, 이제껏 그려왔던 나의 그림과는 달라야 합니다. 과거의 ‘성공으로 인정받은’ 것들을 종합 분석한 것으로는 절대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실패한 것으로부터 ‘실패를 실패로 보지 않고’ 또 다른 가능성으로 볼 수 있어야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모든 감각으로 그들을 느끼고, 마음이란 정서적 공간에 그들을 쌓아 두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상상으로 ‘무엇’을 어렴풋이 그려낼 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디지털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 오감을 통한 정서적 경험을 축적할 수 없고, 자신의 창의력을 최대로 끌어 올리는 데엔 장애물로 작용할 것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업체에 종사하는 가정일수록 자녀를 기술로부터 떼어 놓으려 노력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업체가 포진해 있는 실리콘밸리의 경영진 자녀는 고등학교 이전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뿐 아니라 컴퓨터와 프로젝터까지 사용하지 않는 교실에서 종이책과 칠판으로 공부하고, 자연 속에서 흙장난하며 지낸다고 합니다. 공감 능력이란 것이 마주한 사람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나누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니 디지털 매체 의존성이 높아질수록 공감 능력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하고,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되고 모든 모방의 원본은 자연이며 가장 많은 색상을 보유한 것도 자연이라는 진실을 기억한다면, 실리콘밸리 경영진이 선택한 자녀의 교육방식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인공지능이 결코 넘볼 수 없는 소통과 공감 능력은 마주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것이고, 아이의 창의력을 최대치로 올려주는 교육은 디지털 매체를 멀리하고 자연을 가까이해야 하는 것이죠.
AI시대를 맞아 우리 아이의 미래가 살짝 걱정되셨다면, 당장 아이와 함께 야외로 나가서, 거창한 자연이 아닐지라도, 풀 한 포기를 찾아 들여다보고 만져보며 드로잉 한 점 끼적이는 것은 어떠하실지.
아동미술 교육 연재를 마치며. 스마트폰을 한 번도 소유해 본 적 없는 밤고지미술작업실 김영준.
#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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