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 심학산에서 최근 발견 - 2021년 재관측 이후 처음, 보존책을 마련해야
수정 : 2023-06-07 04:47:42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 심학산에서 최근 발견
- 2021년 재관측 이후 처음, 보존책을 마련해야
▲수리부엉이 일러스트 권민호 - 파주에서 32호 게재
2021년 가을 산남동 주택가 근처에서 발견되었다가 그동안 사라졌던 수리부엉이(멸종위기종 2급, 천연기념물 324-2호)가 지난 5월 초 심학산에서 발견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매일 새벽 심학산을 산책하던 최창호 시의원에 의해 5월 초에 발견된 수리부엉이는 심학산 수투바위 틈 사이 공간에서 오랫동안 부동자세로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홀연히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수리부엉이는 간간이 등산객들에 의해 존재가 확인되면서 수리부엉이 개체 보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심학산 일대가 최근 산남동의 난개발과 동패동, 서패동의 대규모 개발 등으로 서식 환경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어 특별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서양에선 지혜의 상징, 동양에선 묘두응으로 불렸던 수리부엉이
맹금류인 수리부엉이는 야행성으로 미세한 불빛과 어둠 속에서도 소리 없이 접근해 먹이를 낚아챈다. 먹이는 주로 쥐, 두더지, 개구리, 도마뱀, 꿩 등이고 부엉이 중에서 가장 사나우며 몸길이가 70센티나 되는 맹금류다. 서양에서는 부엉이를 ‘지혜의 상징’으로 여기며. 미네르바의 부엉이(Owl of Minerva)란 말도 있듯이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와 늘 같이 다녔던 신조(神鳥)로 여겨졌다. 한편 동양에서는 얼굴이 고양이를 닮은 매라고 하여 묘두응(猫頭鷹)이라고 불렀다.
▲ 올 5월초 심학산에서 최장호 시의원이 발견한 수리부엉이
보존관리 주체 문화재청 : 문화재구역 지정되려면 일정 요건 갖추어야
수리부엉이는 멸종위기종 2급으로 분류되어 보존관리는 문화재청이 맡고 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동물팀의 신용운 주무관은 보호구역 설정에 관한 질문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가 파주지역서 최근 새롭게 발견되었다는 보고는 듣고 있다. 그러나 천연기념물 문화재 구역 지정은 개체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설화 같은 인문, 생태, 역사적 가치가 입증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수리부엉이 같은 천연기념물들이 다친 채로 발견되면 지정 치료센터에서 치료받게 한 후 치료비 지원과 방사 등 사후관리를 맡고 있다.
경기도에는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야생동물 구조관리 치료센터가 연천과 평택에 각 1개소가 있고, 고양시 1개소를 포함해 모두 12개의 동물병원을 지정해 천연기념물 치료와 관리를 하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는 적성면 구입리에서 ‘다친 새들의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쉼터에서 다친 조류들을 보호하고 방사하는 일을 한다. 동 협회 관계자인 남 궁 씨는 “검독수리 같은 멸종위기종 1급의 경우에는 문화재청이 아니고 환경부에서 관리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도 내 천연기념물 문화재 구역 지정이 된 곳은 연천 은대리(물거미류 서식지), 연천 임진강 일대(두루미류 도래지), 고양-심학산으로 연결된 한강 하류(재두루미 도래지), 여주 신접리(백로와 왜가리 번식지), 포천 광릉(크낙새 서식지) 등 5개 지역이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원칙적으로 모든 건축은 금지된다.
최근 난개발로 지속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산남동의 한 주민은 “수리부엉이 발견을 계기로 심학산 일대도 문화재 구역 지정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탄현면 법흥리의 수리부엉이, 2017년 (사진 꾸룩새연구소)
탄현면 법흥리 수리부엉이, 시민이 지켜내
파주 시민들이 수리부엉이를 지켜낸 바 있다.
파주 탄현 법흥리의 수리부엉이는 2008년 KBS환경스페셜에 방영되었으며,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학술논문으로도 발표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수리부엉이는 15년 넘게 탄현면 법흥리에 살고 있어, ‘신선봉’이 수리부엉이산이라 명명되고 있다. 산 절벽 절개지에서 둥지를 둔 수리부엉이 가족은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2017년 파주시가 장단콩 브랜드를 테마로 경기북동부 경제특화발전사업 공모에 당선돼 장단콩웰빙마루 조성사업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2017년 5월 파주장단콩 웰빙마루 조성공사 시작했으나, 지역주민들은 ‘장단콩웰빙마루 조성사업 주민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반대에 나섰다. 환경단체와 대책위가 장단콩웰빙마루 건설위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서 수리부엉이를 누락했다며 반대의견을 내고, 그 해 11월에 한강유역환경청은 ‘사업추진 부적절’ 의견을 통보하여 사업이 중지된 바 있다.
산남동 택지개발, 서패동, 동패동 개발로 위협받고 있는 서식 환경
최근 수리부엉이가 발견된 심학산의 서식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전원주택단지로 개발이 시작되면서 높이 195미터에 불과한 심학산은 턱 밑인 150미터까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어 자연환경은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수 년 동안 산남동 주택단지 근처에서 무분별한 개발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비가 오면 토사가 쏟아지고 개발 전에 선행되어야 할 진입로도 정상적으로 확보되지 않고 있어 주민들 간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SBS 전원마을 근처는 오랫동안 계획관리지역으로 지정되어 온갖 물류창고와 대형 트럭들이 좁은 도로를 오가는 등 인간과 동물 모두의 거주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동패리와 서패리도 심학산의 동물 서식 환경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다. 2024년 말 개통 예정인 GTX A노선의 종점인 운정역과 앞으로 개발이 진행될 메디컬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는 수 년 동안 발생할 소음, 먼지, 불빛 등도 서식 환경을 파괴할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2019년, 경기도야생동물구조센터가 구조에 참여한 남양주 주민과 함께 수리부엉이 자연복귀 행사를 가져 야생동물 보호 및 생태계 유지 중요성을 알렸다.
파주시는 천연기념물 보존계획 수립 않아
수리부엉이는 파주시 광탄면 장지산에 소재한 용암사 근처에서도 발견되었고, 교하 오도동에서도 발견되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한편 천연기념물 관리를 맡은 파주시 문화 종무 팀의 공용철 주무관은 “파주시는 한국조류보호협회 경기파주시지회에 사료비와 전기를 지원하고 있다”라며, “천연기념물 관리는 원칙적으로 문화재청 소관이라 파주시에서 따로 보존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심학산 동서남북이 모두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근래 심학산 인근 주택단지에 LED 3만개를 단 건물이 등장하여 제보를 받은 바 있다. 앞으로 운정 3지구 입주가 본격화되면, 심학산이 시민의 자연공원으로 더 큰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심학산에 깃든 멸종위기종 수리부엉이를 잘 보호하며, 사람과 공존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별취재팀
#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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