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얼굴 (133) 파람이가족봉사단 정문호 단장 -장애우들과 가족 결연, 22년간 사랑실천
수정 : 2023-06-02 09:28:30
아름다운 얼굴 (133) 파람이가족봉사단 정문호 단장
-장애우들과 가족 결연으로 사랑을 실천한다.
- 22년 동안 이어온 봉사, 가족이라 행복하다
▲ 파람이 봉사단 정문호 단장
▲ 2023년 발대식에서 전래놀이를 하는 모습
문산 자택에서 어렵게 그를 만났다. 정문호 단장이 대성동서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 모내기를 돕는 사정으로 1주일 동안 인터뷰가 미루어졌다가 일요일 저녁이 돼서야 만남이 성사됐다. 그가 속한 단체는 파람이 가족봉사단, 그가 단장이다. 오래전부터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에 단장을 맡았다가 그간 코로나로 정식 활동이 중단된 지 3년 만에 본격적인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파람이 가족봉사단은 장애우들과 가족 결연을 맺어 장애우들에게 또 다른 가족을 만들어 주는 민간단체다. 올해로 22년 차 된 봉사단으로 장애우와 봉사자 가족들이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하는 모임이다.
▲ 2014년 정문호가족의 가정체험 사진
장애인과 가족이 결연 맺은 지 22년
파람이가족봉사단은 2001년 만들어진 봉사단체이다. 당시 파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가 장애시설 봉사나, 장애인에게 일회적이거나 간헐적인 봉사로 그치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하여 장애인과 봉사자를 가족 결연을 맺게 해주었다. 장애인들에게 가족이라는 소속감을 주어 정서적 안정감을 주도록 하자는 취재로 만들어진 ‘파람이가족봉사단’. 다른 지역에서는 파람이가족봉사단을 부러워한다. 장애인과 가족결연을 맺고 집으로 데려와 가정체험도 하고, 함께 문화활동도 하고, 봉사학교도 여는 일은 많은 사람이 모여서 우루루 활동하는 것과 달리 생색도 나지 않고, 활동에 드는 정성도 적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국자원봉사대회에서 봉사대상도 받았다.
이후 15년 동안 프로그램은 잘 영글어갔고, 2015년 파람이 가족봉사단은 파주시자원봉사센터로부터 독립해 동호회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2023년 발대식에서 파람이봉사단과 별난독서체험장이 업무협약을 맺었다
▲ 발대식에서 제기던기지 놀이
장애우 4명과 2주마다 만나 짜장파티
정문호 단장은 자원봉사센타 성우현동생의 권유로 시작했다. 지금은 용근, 창근, 지훈, 장훈, 네 명과 결연을 맺어서 2주에 한번씩 만나서 짜장파티를 즐기는 중이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봉사단원이 년 4회 정규모임을 갖는 반면 정문호 단장은 월 2회 만남을 꾸준히 해온 셈이다.
그에게 파람이 봉사단을 하면서 본인이나 가족이 변화한 것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가족들이 결연 맺은 친구들을 장애를 가진 친구가 아닌 조금 불편한 친구로 인식을 하더라고요. 제일 큰 변화는 누구라도 서로 존중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는 꾸밈없이 담백하게 말한다.
창립 초기 30가족으로 시작해 도중에 이사나 장애우시설의 특수상황으로 가족들이 빠지고 새로운 봉사자 가족들이 합류하면서 2022년엔 26가족, 그리고 현재는 17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줄어든 이유에 관해 물었다. 정 회장은 “그간 코로나로 공식교류가 줄고 대신 전화로 연결하다 보니 다소 활기가 죽은 탓도 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가 끝났고 공식적인 교류 활동이 재개된 만큼 참여 가정들도 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16년 여름캠프
▲ 2017년 여름캠프
▲ 2019년 경기도자원봉사단 연합체육대회에 참여했다
분기별로 행사하고, 가족별로 자율적 만남 가져
파람이 가족봉사단은 1년에 4번 공식활동을 해왔다. 분기별로 1번씩 모임을 하는데 봄에는 한해 활동을 시작하는 발대식과 체육대회를 한다. 여름에는 1박 2일 캠프를 열어 물놀이와 피서를 즐긴다. 가을에는 사과 따기나 독서 캠핑, 박물관 탐방 등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활동을 하고 겨울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맞아 봉사자 가정으로 장애우들을 초대해 가족들과 친교를 나누며 가족 체험을 한다. 그러나 공식적인 4회의 모임과는 별도로 개별 가족에 따라 월 1~2회의 자율활동도 활발하다. 같이 식사한다던가 영화를 같이 본다던가 가족 생일에 초대한다거나 하는 활동이다.
▲ 22년 크리스마스때 시설을 돌면서 선물을 전달했다
코로나 기간 중 대면 불허로 방역물품과 과일 선물 전달만
코로나 기간엔 거의 모든 공식행사나 가족 면담이 원천적으로 금지됐다. 장애가족이 시설에 있기 때문에 개별 만남도 불허되었다. 이 기간동안 파람이 봉사단원들은 당시 수요가 폭증했던 마스크를 구입해 시설별로 찾아가 방역물품들을 전달했고 연말에는 사과와 귤을 대량으로 사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달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대면 만남은 막혔지만 봉사 가족들은 장애우 아들과 딸들과 자주 연락하면서 코로나를 이겨냈다. 정문호 회장은 “자주 전화한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물어보고 사진도 보내달라고 한다. 또 밥을 잘 챙겨 먹었는지 뭐를 먹었는지를 물어본다. 별건 아닌 것 같지만 그게 가족 간의 관심과 애정을 지켜가는 힘이다”라고 말했다.
▲ 이용복회원의 딸 결혼식에 파람이봉사단을 만드신 김영선 전 센터장님과 함께
▲ 봉사단원의자녀가 자라 결혼을 했다- 이규만 류춘매회원의 장남 결혼(2021.3)
봉사단활동을 하던 아이들이 성장하여 결혼
역사가 오래다보니, 유치원때 ‘파람이가족봉사단’을 시작했던 아이들이 고등학생, 대학생이 되어, 청년부 모임을 따로 갖기도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청년부가 발대식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행사를 이끌기도 했다. 이 아이들 중 김성남씨 아들, 이규만씨 아들, 이용복씨 딸, 한기황씨 딸, 벌써 4가족의 자녀가 결혼을 했다.
파람이 가족봉사단의 활동이 20년을 넘어가면서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봉사자 가족의 자녀들이 성장해 취직하고 결혼하면서 빈 자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또 장애인 교육시설 일부가 폐쇄돼 장애우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결연이 끊어지는 등 가변적인 요소가 생기고 있다.
▲ 22년 이그나이트파주자원봉사대회에서 서미선총무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파주시자원봉사이그나이트 대회에서 최우수상 수상
파람이 가족봉사단은 작년 파주시에서 개최한 자원봉사 이그나이트 대회에서 그간의 봉사업적을 인정받아 최우수상을 받았다. 작년에 상을 받은 것도 20년 넘게 이어져 온 꾸준한 봉사활동 덕분이다. 이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족이란 힘이다. 서미선 총무는 “가족의 인연을 맺은 만큼 책임감도 커지고 그만큼 서로 챙겨주는 정도 깊어졌다”라고 말했다.
장애우들과의 결연에서 덕을 보는 것은 장애우뿐만 아니라 결연가정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약자를 돕는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아름다운 인격을 형성해 나간다. 서미선 총무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편견 없이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게 되고 체득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 봉사단 발대식을 위해 회의하는 단원들
아버지 훈계에 반문하며 들었던 생각
정문호 회장은 어릴 적 아버지한테서 들었던 이야기를 소개했다. “어릴 적 아버지는 나에게 ‘너보다 잘난 사람을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또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가라’라고 늘 이야기했어요. 그 때 전 “그럼 나보다 어렵고 못난 친구들은 누가 보살피고 힘을 주냐?”라고 반문했어요. 야단은 맞았지만 난 그때부터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을, 또 주변을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라며 파안대소로 눈을 감춘다.
▲ 이기정 전 단장(우측)과 결연맺은 병수씨
격식, 체면 없는 장애우들에게 배운다
장애우와 결연을 꺼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말을 청했다.
“처음엔 부담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에겐 정말 좋은 경험을 선사할 겁니다. 1~2년 장애우들과 교류하다 보면 정말 가족 같은 끈끈함이 생기고 부담 없는 관계가 됩니다”라며 어린 자녀들을 둔 가족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한 회원은 “장애우들과 만나면 격식이 없어집니다. 체면, 격식, 위계, 위선 이런 것이 안통합니다. 음악이 나오면 너나 할 것 없이 나와서 춤 춰요. 쭈빗거리며 주눅 든 비장애인들에게 한마디 하는 것 같아요. 춤 잘 추는 사람만 춤추는 것이라고 누가 가르쳤나요? 우리 파람이봉사단 가족들은 그런 것이 없어요. 이것만으로도 감동입니다.”
파람이 봉사단서 15년째 한 장애우와 결연하고 있다는 한 가족은 “솔직히 이젠 그만하고 싶을 때가 있지만 정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다. 이것이 진짜 가족정신 아니겠나”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 회장은 “장애우와 친하게 될수록 이들에게 배우는 게 많다. 어눌하지만 순진무구한 말과 행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참여문의 정문호회장 010-2352-4837, 서미선 총무 010-4312-6021
김석종 기자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