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책꽂이 - [사람입니다, 고객님-콜센터의 인류학]
수정 : 2023-02-24 07:23:52
신간책꽂이 - [사람입니다, 고객님-콜센터의 인류학]
김관욱 지음/ 창비/2022.1
고객센터에 전화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기 고객이 많다는 멘트, 홈페이지를 이용하라는 멘트를 듣다, 연결되지 않는 콜센터 대기음을 들으면서, "두고 보자, 누가 이기나"라고 오기를 부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확신한다.
콜센터에 대해서 보통의 사람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불통', '통화하기 힘듬', '오랜 대기'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콜센터 직원들이 어떻게 사는지, 노동시장의 구조는 어떤지, 감정노동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등등에 대해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지금 콜센터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지금 전화를 받는 사람은 고객님의 가족일 수 있습니다."라는 멘트마저 공감이 잘 안된다.
이런 나의 관념을 과감히 깨준 책이 이 [사람입니다, 고객님]이다. 근래에 한 청년이 "어떤 의사가 흡연을 연구하면서, 콜센터 노동자들 흡연문제와 노동환경에 대해 얘기하는데, 엄청나요."라고 소개를 해서, 이 책을 보게되었다.
저자는 의사로 군대에서 흡연교육을 담당했었고, 이후 '상담사들이 흡연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이유를 밝히려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2012년부터 콜센터 상담사들과 깊이있는 대화도 하고, 노동조합의 교육과 간부들과의 오랜 교류, 몸펴기운동을 통한 교감 등으로 오랫동안 콜센터의 인류학을 연구했다. 60,70년대 구로공단이 2010년, 2020년대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변했지만, 공순이에서 콜순이로, 공장굴뚝연기에서 담배연기로 바뀌었을 뿐 콜센터의 98%인 여성들의 지위와 환경이 변하지 않았음을 밝힌다. 노동자들의 작업환경뿐만 아니라, 하청구조, 심리, 내부갈등, 질병 현황 등을 깊이있게 정리하고 있다. 나아가, 영국, 인도의 콜산업과 비교하여 한국의 콜산업의 특성도 여러 연구자들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알려준다.
이 책을 보면서, 모름지기 연구라면 이렇게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저자에 대해 존경심이 일었다. 관성적으로 외면해왔던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을 개인적 감정으로 외면해왔음을 반성하며, 콜센터에 전화한 경험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제는 프로레타리아가 아니라 '사이버타리아'의 시대가 왔다.
자유기고가 홍예정
#1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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