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찾아가는저널리즘 지상중계 - 건강한 풀뿌리 언론이 없는 민주주의는 가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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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찾아가는저널리즘 지상중계
건강한 풀뿌리 언론이 없는 민주주의는 가짜입니다
본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찾아가는 저널리즘’ 사업에 공모하여, 매달 1회씩 총 6회의 저널리즘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5번째 강좌는 지역신문의 모범으로 꼽히는 옥천신문 황민호 대표의 강의였습니다. 주민들에게 밀착하여, 100% 유료독자로 운영되는 옥천신문의 현황과 철학을 지상으로 나누고자 정리하였습니다.
옥천신문 황민호 대표
89년 군민주로 옥천신문 창간
89,90년도에 전국의 들불처럼 풀뿌리 언론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지방자치제가 온전하게 시작하는 95년도보다 훨씬 더 일찍 풀뿌리 언론이 만들어진 거죠.
옥천신문은 89년 9월 30일 날 222명의 군민주로 한겨레신문을 모델로 해서 만들었습니다. 한겨레신문 초대발행인인 송건호 선생님이 옥천분입니다.
송건호 선생님이 여러 차례 강연도 하시고, 또 한겨레신문 옥천지국을 하셨던 전 오한흥 대표님이 “우리도 한겨레신문처럼 지역신문을 한번 만들어보자”해서 만들었습니다. 35년 전이죠.
그때 그때는 협동조합이 많이 있지 않아서 주식회사, 국민주의 형태로 한겨레처럼 5천만 원의 자본금으로 신문을 만든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35년 동안 결호 없이 쭉 발행을 해왔습니다.
옥천신문 현황
옥천신문은 정규 직원이 11명입니다. 취재기자가 7명입니다.
옥천의 인구가 4만 8천명 정도 되는데 면적은 대전하고 똑같습니다. 대전은 150만명이 살고
대전 옆에 바로 옥천이 붙어있지요. 근데 여기서 지역의 공론장을 만든다는 거, 지역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거, 무척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무에서 유를 창출한 거고, 지금 11명의 일자리를 주민들이 만들어준 거죠.
지역 공론장을 위해서 저희는 정통 저널리즘으로 추구했고, 신문사에서 다른 사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구독과 광고로만 먹고 살았고, 신문사 재정의 50% 이상이 구독료로 충당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구독자 수가 3천 명 정도 입니다.
금요일 날 신문 배송일인데, 금요일만 되면 신문 늦게 온다고 항의가 오기도 합니다.
아파트에 꽂혀 있는 신문이 도난을 당합니다. 훔쳐갑니다, 신문을. 저희는 유가지 외에는 무가지를 전혀 뿌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가지 없는 100% 유료 신문
홈페이지도 다 로그인해서 들어가야 됩니다. 100% 유료입니다. 2000년도 홈페이지를 런칭할 때부터 지금까지 고수해온 전략입니다.
100% 유료로 했는데, 그때 막 엄청 욕을 많이 먹었어요. 니네가 뭔데 한겨레 조선일보도 다 공짜로 하는데 무슨 시골신문이 돈을 받느냐. 그때 “저희가 땅을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라, 우리 기자들도 열심히 일하는데, 정론직필 하려면 유료여야합니다. 기자들하고 차 한 잔, 밥 한 끼 먹는다는 생각으로 구독료를 내주십시오. 이게 건강한 풀뿌리언론을 만드는 지름길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저희는 구글과 네이버에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일부러 신청조차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구글이나 네이버에 종속되는 순간 우리의 플랫폼은 깨질 것이다. 우리의 플랫폼으로 승부를 건다는 정신입니다. 네이버에 옥천이나 파주를 치면 거의 대부분이 다 보도자료입니다. 100%까지는 아닐지라도 똑같은 뉴스들이 10개 20개 돼요. 공급자 중심의 뉴스, 군청에서 군정을 홍보하기 위한 이런 뉴스들이, 소비자들 주민들 독자들이 필요치 않은 뉴스들 홍보성 기사들이 계속 나옵니다. 앉아서 탁상에서 쓰는 기사들을 복사하고 붙이고... 똑같은 뉴스들이 네이버나 구글에서 계속 판을 칩니다. 우리는 그런 뉴스를 쓰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는 겁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옥천은 파주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곳이지만 기자들이 수시로 계속 지역을 돌아다닙니다. 민원과 제보가 7명의 기자들이 다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 많습니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지면에 보도자료를 싣는 신문이랑 주민들의 민원과 제보를 싣는 신문이랑 어느 것을 읽고 싶겠습니까? 네이버나 구글에 검색하면 다 나온 소식들이 아니라 정말 주민들의 입에서, 기자들의 발로 뛰어다니면서 쓰는 기사들을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의회 계수조정까지 들어갑니다. 의원 간담회까지 들어갑니다. 옥천군 의회는 의원들이 8명 있지만 방청석에는 거의 아무도 없어요. 옥천신문 기자 외에는 없습니다. 옥천신문 기자가 의원들의 발언 한 토막 한 토막을 다 기록합니다. 속기사처럼 거의 다 기록해서 주민들이 읽기 쉽게 가공해서 신문으로 내보냅니다. 어떤 의원들이 어떤 이유로 예산을 삭감했는지, 어떤 발언을 했는지 기사로 씁니다.
공기처럼 민주주의를 느끼려면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이 민주주의라는 효능감이 언제 느껴집니까? 보통 민주주의에 대한 효능감이 언제 느껴진다고 물어보면 투표할 때라고 합니다. 이런 민주주의라면 환타지입니다. 4년마다 5년마다 오는 투표가 민주주의라면, 4년 동안은 내내 민주주의 효능감을 못 느낀다는 거죠.
우리의 민주주의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숨쉬는 공기와 같아야 된다. 숨쉬지 못하면 죽잖아요 그렇죠? 목마르면 마시는 물과 같아야 된다. 배고프면 먹어야 되는 밥과 같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기와 물과 밥, 이것은 일상 사람의 생존 조건, 생명의 생존 조건과 다름없습니다.
그러려면 우리가 공기처럼 민주주의를 느끼려면, 내가 뽑아준 의원이 이 대의제가 정말 실시간으로 나를 위해, 지혜를 위해 돌아가고 있는가를 누군가에게 알려줘야 됩니다. 공유해야 됩니다.
옥천에서는 옥천신문 기자가 의회 열릴 때마다, 간담회 열릴 때마다 의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중계하면서 내가 뽑아준 의원들이 뭘 하고 있구나, 옥천군에서 예산이 얼마인데 이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고 있구나 라는 것들을 소상히 알고 있는 거죠.
옥천신문이 금요일 오전에 싹 뿌려지면 주민들이 신문을 보고 전화를 합니다.
야, 너 왜 이런 발언했어? 군수 왜 이거 이렇게 해? 작은 공동체이기 때문에 다 아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렇고 바로바로 실시간으로 민에 의해서 의회가 제어되는 순간입니다,
견제와 비판과 감시가 안 되는데 어떻게 지방자치
공무원들 중에서 내부 제보자가 엄청 많습니다. 군수가 뻘짓거리하려고 예산을 쓰려고 하는데
이거 말을 못하겠고, 꼭 신문에서 얘기해 주면 조금 덜할까 봐. 그래서 내부 고발자들, 정신 똑바로 박혀 있는 공무원들은 신문에 내부 고발을 합니다. 이거 이러니까 이거 제어 좀 해달라. 그렇게 신문에 제보를 하면 예산 낭비를 막을 수가 있는 거죠.
건강한 풀뿌리 신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풀뿌리 언론이 없는데, 건강한 풀뿌리 언론이 없는데가 엄청 많습니다. 건강한 풀뿌리 언론이 없는 민주주의는 가짜입니다. 지방자치는 가짜입니다. 왜냐하면 견제와 비판과 감시가 안 되는데 어떻게 지방자치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고 하겠습니까?
옥천신문사에서 영동신문 만든 지 2년 가까이 되는데, 영동 공무원들은 굉장히 불친절하고 실명도 안 가르쳐주고, 자료 얻는 게 엄청 어렵습니다. 국민자문단 회의를 해서 사진까지 찍어놓고 명단 달라니까 명단을 주지 않아요. 실상이 이렇습니다. 옥천과 영동은 정말 다른 길을 걸었구나 알게되었습니다.
시민 제보 모두 기사로
옥천신문에 들어온 제보 중에 한 번도 쓰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어느 학생이 2년 동안 파지를 줍는 할머니를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도왔던 학생 선행을 1면에 딱 사진으로 넣었거든요. 할머니가 고맙다고 천 원 준 것을 지갑 속에 항상 보관하면서 “가장 무거운 돈”이라고 학생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런 학생의 이야기부터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씁니다. 커뮤니티 저널리즘이죠.
일반 언론에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나옵니까? 힘 있고, 돈 많고, 유명하고, 죄 지은 사람들. 보통 이 네 부류가 신문에 나옵니다. 보통 사람들은 나오지 않아요.
나에게 필요한 뉴스, 내가 지역에 살면서 정말 얻고 싶은 정보, 만나고 싶은 사람들,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공론장에 나와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실으려고 합니다.
어떤 분은 개가 새끼를 12마리 낳았다고 제보하고, 엄청 큰 고구마를 캤다고 제보하고, 우리 집 소가 쌍둥이 낳았다고, 황금 미꾸라지를 봤다고 제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호랑이 발자국을 발견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어요. 어떤 제보이든 웬만하면 갑니다. 가서 만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떠니 저떠니”, “어느 연예인이 누구 사귀었다 헤어졌다더라” 이런 뉴스와 “너 옥천신문 봤어? 너 니네 마을 나왔다더라?”, “니네 할머니 나왔네?”, “누구네 손주 상 받았네?” 이런 뉴스랑 어느 것이 공동체와 지역 활성화에 더 기여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학생회장 인터뷰도 다 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이장들, 새마을지도자나 바뀐 이장들 다 인터뷰합니다. 그리고 나 인터뷰 좀 해달라고 연락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서 합니다.
지역에서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모두가 특별하다 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지역신문은 스스로를 보는 거울
언론을 보통 흔히 세상을 보는 뭐라고 합니까?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많이 하죠. 그런데 지역신문은 스스로를 보는 거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내가 사는 지역이 어떠한지 거울을 비춰서
보는 겁니다.
공동체는 각자의 다른 이유로 같은 시공간을 누리게 되는 게 공동체입니다. 그러니까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같이 어울려 살다 보니까 싸울 수밖에 없죠. 갈등이 일어나죠. 갈등은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갈등을 하면서도 단단해지고 다져지는 거거든요.
우리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만날 수가 없어요. 개인정보보호로 인해서 명단도 안 알려주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적으로 계속 봉사하며 같이 살피면서 우리 지역에 어려운 사람들이 없을까? 또 이 제도권의 정책 속에서 소외된 사람은 없을까? 이런 고민들을 항상 체질적으로 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비판하지 않고 감시받지 않은, 견뎌지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썩게 되어 있다고 부패하고 부조리하게 되어 있다고 사람들은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목격자의 역할을 하고, 누군가가 감시자의 역할을 하고, 누군가 그 힘을 견제한다면 그나마 더 망가지진 않을 겁니다.
지역신문 이라는 공론장에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주민이 주인인 세상, 주민의 역사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의원들이나 선출직들이나, 공무원들에 대한 끊임없는 감시와 견제와 비판, 그래서 제어를 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힘이 공론장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것은 오직 시민사회가 해야하는 일입니다.
정리 임현주 기자
#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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