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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㊹ 긍정청년 한기명과 장애인 연극인들

입력 : 2016-09-28 1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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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연극 ‘바보 이반’을 만나다

“연극하면서 마음이 힐링되고, 밝아졌어요”

 

 

톨스토이의 ‘바보이반’은 책으로도, 만화로도, 이야기로도 많이 접해본 내용이다. 이 [바보 이반]을 장애인연극으로 무대에 올린다 해서 대학로를 찾았다. 이 [바보 이반] 연극에 파주청년 한기명<사진 중앙>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이번 호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은 뇌병변 1급 장애인이지만, 비장애인보다 더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년 한기명씨이다. 그를 만나러 간 대학로 이음센터 5층 공연장에서 연극을 보고, 1층 카페에서 인터뷰를 했다. 한기명씨는 출연진들을 불러 모으고, 인터뷰를 같이하고, 사진도 같이 찍자했다. 이 ‘함께하는 문화’는 이들 사이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어서 나도 따라 흘러갔다.

 

“장애인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장애더라구요”

긍정 청년 한기명의 꿈은 연극배우

연극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봉사활동이었다 한다. 한기명씨는 지금 23세 청년이지만, 얼굴은 앳되어 보인다.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자운학교 전공과(고교졸업생을 대상으로하는 취업훈련 과정)도 다녔다.

 

장애인극단이 있다는 것을 알아 2015년에 ‘멋진친구들’이라는 극단에 들어갔다. 수색역에 있는데 매주 즐거운 마음으로 간다. 지금은 햄릿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한기명씨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회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리고 무척 사교적이다. 파주의 오래된 작은 도서관인 ‘하얀초록도서관’에서 그는 상주하다시피 했다.

 

학교를 파하고 나면 도서관으로 와서 또래 친구와 후배들을 챙기기도 하고 간섭하기도 하면서 즐거이 생활했다.

 

관장인 베로니카를 붙들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자원봉사하러 온 여러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며 사귀기도 했다. 그리고 ‘하얀초록도서관’에서 배운 자신감과 긍정성으로 파주의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 평생학습축제나 인삼축제나 임진강 걷기 등 여러 행사에서 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는 선천성 장애인이다. 오른 팔을 제대로 쓸 수 없고, 왼쪽 눈이 불편한 상태이다. 그리고 말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또박또박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를 특징짓는 것은 긍정성이다. 그는 지금 취업뉴스와 채용정보를 카페나 블로그에 올리는 일을 반상근으로 집에서 하고 있다.

 

“예전에 꿈이 개그맨 아니었어?” 그는 늘 자기 꿈이 개그맨이라며, 남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연극배우로 바뀌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개그맨이 되려고 연극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개그맨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연극배우가 되려고요.”

 

▲애인과 함께 포즈를 취하다.
 

‘멋진사람들’극단에서 여자친구를 사귀고 있다고 한다. 인천에서 연극을 하러 오는 장애인이다.

“어떻게 연애하는데? 파주랑 인천은 너무 멀잖아.”

“극단에서 만나요. 공연티켓이 있을 때 데이트 신청하기도 하고요.”

그는 이번 ‘바보인반’ 연극에서 이반의 둘째형인 타라스 역할을 맡았다.

 

조영희 (여, 66년생, 언어장애 4급) ‘바보 이반’에서 시몬 역할

 

조영희씨는 수원 장애인극단 ‘난다’의 대표이다.

 

수원시 자립생활센터(IL)에 장애인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것을 통칭 야학이라고 하는데, 이 야학팀에서 연극반 수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난다’ 극단 소속이 된다. 지금 15명의 단원이 있는데, 와상장애인(누어있어야만 하는 장애인)도 와서 연극을 한다. 올 상반기에 ‘심청이는 죽지 않았다’는 연극을 했다. 자립센터 통해 시나 복지기금회 같은 곳에서 1년에 한 번씩 지원을 받아서 교육발표회처럼 공연하는 것이다. 지원이 없으면 마당에서라도 연극을 한다고 한다.

 

“장애인 연극을 하면서 욕심을 내려놓은 것 같아요. 연극하기전에는 나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어요. 시력이 안좋은 사람에게는 눈이 되어주고, 다리가 안좋은 사람에게는 다리가 되어주는 걸 배웠어요. 먼저 가서 1등하는 것이 아니라 다같이 가서 함께 1등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연극활동을 통해 마음이 힐링 되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것 같아 좋아요.”

 

김지선(여, 86년생, 뇌병변 2급) ‘바보 이반’에서 세몬 역할

 

김지선씨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심리학을 복수전공한 인재이다. 이후 장애인 행정도우미로 동사무소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서 행정도우미 일을 그만 두었는데, 이후 취직이 안되어 고민이라 했다. 이렇게 취직이 힘들 줄 몰랐다고.

 

“중학교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장애인이니까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찾아보니까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디션 보고, 선발되어 처음 연극해요. 연극을 하니까 안좋았던 발음도 좋아지고, 성격도 밝아졌어요.”

 

한흥모(남, 67년생, 하반신마비장애) ‘바보 이반’에서 악마 역할

 

대학을 졸업했다. 노래를 하고 싶은데 발음이 잘 안되어 걱정이었는데, 아는 친구가 연극하면 나아진다고 해서 지원해서 연극을 하게 되었다. 연습은 신도림 극장 고리를 빌려서 했는데 올 때는 지하철을 타고 갈 때는 신길동 집까지 전동휠체어로 다녔다는 의지의 사나이다.

 

“연극을 하면서 발음에 신경쓰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극단대표(연출가, 전영준)님과 많은 얘기를 하다보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죠. 발음을 성우처럼 잘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성우처럼 발음을 한다면, 성우가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제가 즐거이 연습하고 노력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바보 이반’ 연출가 전영준 (극단 21 대표)

 

장애인이 연극을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져 연극을 공연한다? 일반인도 하기 쉽지 않은 연극을 장애인과 함께 할 생각을 한 연출가를 만나보았다.

 

“장애인연극을 하게 된 계기는?”

“운명이죠. 장애인을 만나게 되었고, 연출을 맡게 되고, 처음에는 할 수 있을까? 막상 해보니 할 수 있었고. 그래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죠. 할 수 있는 것을 올리면 되는데, 내가 잘 올리려 생각해서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더라구요. 장애란 그냥 극복할 수 있는 건데...”

 

극단 21의 대표인 전영준씨는 6~7년부터 장애인을 만나면서 같이 연극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연극이 꼭 완성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접게 되었다고 했다. 연극을 왜 하는가? 연극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를 생각해보았다. 연극을 하거나 보는 사람이 자신감을 갖거나, 삶의 활력소가 된다면 좋지 않겠는가? 그 자체로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즐겁게 연출을 하고 있다고.

  

“연극에는 관객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의미 전달과 관객 만족을 위해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만들면 나을 것이라 생각해서 대본을 그렇게 짜고 연습합니다. 사람들이 장애인이 연극을 한다면 반신반의하는데, 몸이 불편하면 목소리로 연기하면 되지요.”

 

장애인문화협회에서 오디션 공고를 내어, 장애인들중 연극에 출연할 사람을 뽑고, 2달 동안 연습을 하여 공연을 올리게 된다. 장애인문화협회가 장애인연극에 지원을 하기 때문에 이뤄지는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깨비 2 박준혁
 

“장애인과 연극하다보면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 같은데, 비장애인 연극인들이 함께 하면서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면?”

 

“겉으로 보이는 것만 장애가 아니다. 우리 비장애인들은 모든 것을 마음껏 자유롭게 사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작은 것에 만족하지 못한 것도 장애거든요. 오히려 반대로 우리는 겸손함을 배우게 되어요. 그리고, 장애인들과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거리감이 없어지고, 편견도 없어져요.”

 

▲바보 이반 연극이 끝난 후 출연자들이 무대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바보 이반’팀 “정말 행복합니다”

이 ‘바보이반’팀은 6월 달에 오디션을 보고 1주일에 2번씩, 2~3시간 동안 연습을 했다. 장애인 연극팀은 전영준 대표와 대화를 많이 했다. 대표와 생각을 나누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도 생기고, 연습하는 방법도 깨치고, 스스로 연습에 몰두하게 되었다.

 

“어차피 연습은 혼자 하는 거죠? 여기 와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요. 과정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나누면서, 서로의 자존감을 높여주었던 것이 좋았다고 출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연극을 해서 얻는 가장 큰 장점은 뭐예요?” “마음이 열려요.” 조영희씨가 답했다. 멋쟁이 김지선씨는 “뭔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라고 답했다.

한흥모씨의 대답은 “내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연극무대에 있는 타라스 한기명.

 

파주의 멋진 청년, 긍정남은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지요. 남들 눈치보면서 할 것 못하면서 사느냐, 아니면 당당하게 살 것이냐 하는 문제라 생각해요. 길에서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거든요. 이상하게 생겼다고. 그런데 저는 그것을 ‘유명한 스타 보듯이 쳐다본다’고 받아들이니 문제가 없어요.”

 

‘바보 이반’ 연극은 다같이 이반의 생각을 입모아 제창하는 것으로 끝난다.

 

“천천히 가야 합니다.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땀을 흘려야 합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여러분 우리 밥먹고 해요.”

 

그렇다. 우리는 이미 행복하다. 여러분~~ 우리 밥먹고 해요.

 

 

 

글·사진 임현주 기자

 

 

 

#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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