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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59) 부엉이산을 지키는 사람들

입력 : 2017-06-21 10:33:00
수정 : 0000-00-00 00:00:00


“부엉이랑 같이 살고싶어요”




탄현면 영어마을 건너편, 유승앙브와즈 뒷산에 장단콩웰빙마루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마을이 화들짝 놀랐다. “그게 뭐야?” “장독대가 만 개래.” “독 하나에 20만원 주고 분양받는다는데...” “에고 거기 주차장이 50대 주차로 설계되어있대. 그래서 나중에는 저쪽 앞산까지 주차장 만든다는 소리도 있더라구.” 전하는 소식을 달랐지만 결국은 한 목소리. “조용히 살고 싶어 여기 왔어요.” 지난 6월 2일 탄현작은도서관에서 만난 주민들의 소리였다.


 
▲ 장단콩웰빙마루는 법흥리마을 주거단지 바로 옆에 건설될 예정이다.


파주의 랜드마크가 되겠다는 ‘파주장단콩웰빙마루’

유승앙브와즈 뒷산, 속죄와 화해의 성당 앞산에 ‘파주장단콩웰빙마루’가 조성된다. 탄현면 법흥리 1,785번지, 138,122.30m²(4만여평)의 대지에 제2종 근린생활시설(음식점)로 관리사무소, 음식점, 판매점, 체험시설, 생산가공시설이 들어서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파주시가 밝힌 사업 안내에 의하면 전망대, 체험동, 생산가공동, 판매동, 관리동 건물이 총건축면적 1,300여평, 연면적 1,900평으로 들어서고, 장독대와 옹기체험마당 공간이 조성된다. 총사업비는 210억 7천만원이다. 도비 100억, 시비 50억, 민자 60억 7천만원이며, 공사기간은 2017년 4월 10일부터 2018년 10월 1일까지이다.

파주시는 이 장단콩웰빙마루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파주 장단콩, 부가가치를 찾자(7배 상승효과). 25년간 방치된 시유지를 활용하자. 잊혀진 땅을 기회의 장으로 만들자. 체험 체류형 관광산업으로 1차(생산)×2차(가공)×3차(유통,판매,관광 융합)=6차산업의 모델을 만들자. 농업, 농촌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미래 먹거리 산업을 육성하자.” 파주시는 이와 같은 파주장단콩웰빙마루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6년 2월 주식회사 파주장단콩웰빙마루를 설립하였다. 사무실은 파주시 보훈회관 1층에 있다.

파주시는 파주장단콩웰빙마루의 경제적 효과로 콩생산소득이 2016년 72억원(500가구 800ha)에서 2025년 108억(750농사 1,200ha)로 늘고, 연간 56만명의 신규관광객 유발효과가 있어, 15,000명의 고용이 늘고, 지역소득이 1,000억 증가한다고 전망을 내놓았다. (2015년 6월 16일 본지 홈페이지 참고)

 

부엉이산을 지키는 사람들

그러나 정작, 이 부엉이산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몰랐다. 지난 4월에서야 내용을 알게 되었다고... 그래서 화들짝 놀란 주민들이 ‘부엉이산을 지키는 사람들’이란 모임을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향토사학자 김성수 선생은 수리부엉이가 사는 이 산의 원래 이름은 ‘신선봉’이었다고 한다. 평평한 산마루에 바둑판처럼 새겨진 바윗돌이 있어서 그리 불렸는데, 개발과정에서 깎여버렸다 한다. 10여년 전만해도 까까중 돌산처럼 버려져 있던 시유지였다.

탄현면의 지금 모습이 좋아 이사오고 정착한 사람들, 탄현면을 고향으로 삼은 평범한 탄현면의 주민들을 만나보았다.

 

“여기로 이사 와서 비염도 없어지고, 아이도 낳았어요.”

“저는 이 마을에 들어온 지 4년이 되었어요. 서울 풍납동에서 태어나서 거기서 쭉 살다가... 제가 살던 동네를 떠나온 것도 처음이예요. 그 때 자연이 가깝고, 쉴 곳이 필요했어요. 정말 많이 돌아다녔어요. 1년 동안 계속 찾아다녔죠. 그 때 유승 2단지에 아시는 분이 있어서 와보고 이쪽으로 이사 왔어요. 호흡기가 안 좋아서 인후염, 비염이 있었는데, 여기 이사 와서 없어졌어요. 산책 다니며 몸과 마음이 치유되었어요.

처음에 저 부엉이산 모양이 이상해서 좋아하지 않았는데, 봄이 되면 개나리, 아카시아, 산딸나무가 계속 피는 걸 보니 점점 좋아지더라구요. 내가 참 좋은 곳으로 왔구나 싶은게... 여기 효자그린빌로 이사 와서 그렇게 애써도 안 생기던 아이도 생겼어요. 지금 돌이 지났죠. 제 딸에게는 여기가 고향입니다.

요새 운정 신도시에 가보면 산들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 눈에 확실히 보여요. 산을 깎는다는 게 이해가 안돼요. 숲을 보존해야한다고 다들 알고 있잖아요.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 쓰고 다니면서.... 왜 있는 산을 깎아서 개발하겠다는 거지요?”

 

“아카시 향 때문에 정착한 제가 왜 수리부엉이 신세가 돼버렸죠, 하룻밤 새?”

“저는 여기 오기 싫었어요. 4년 전 5월, 이 먼 유승앙브와즈로 남편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바람에 볼이 부어 이사왔어요. 산보 나갔던 남편이 말없이 아까시꽃 한 송이 들고와서 주었는데, 그 아카시아 향으로 마음이 풀렸나봐요. 청량한 공기, 반려동물에 대한 주민들의 호의도 마음에 들었고요. 또 살아보니 녹지가 풍부한 우리 아파트의 입지를 자랑하게 됐고 음식을 나누는 이웃이 생기니 이곳에 아주 터를 잡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그런데 장단콩 뭐라는 사업에 대한 공청회 소식이 재작년부터인가 간간이 들려왔고, 다녀오신 분들이 이 동네가 발전하게 될 아주 야심찬 프로젝트라고 하시기에, 잘됐구나, 발전이니까!라고 무심히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귀동냥을 하다보니, 산의 4분의 1이 깎이고, 나무도 베어지고, 수리부엉이서식지가 환경영향평가에서 빠지고, 그 된장을 만드는 공정에 연료, 냄새, 교통량 등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 20kg들이 항아리 만 개에 담길 된장의 소비는 과연 가능한지, 그 산에 들이는 예산, 그 사업이 지속하게 하는 데 들어갈 지원금은 주민들의 세금이라는데...

수리부엉이가 앙브와즈 아파트를 지을 때에도 안 떠났지만 이번엔 바로 그 산을 폭파하는 거고, 요행히 다 지었을 때까지 안 떠났다해도, 그 이후 북적대는 사람들과 차량에 먹이활동을 못해 다른 서식지를 찾아 떠난다면... 수리부엉이가 살 수 없을 정도의 환경이라면 사람이 살기에도 좋지 않은 환경이 되는 거지요. 그래서 저도, 저 산이 들쑤셔지고 콩 삶고 띄우고 발효하는 냄새가 어마하게(만 개의 항아리!)넘어 오고, 초여름 밤이면 밀려오는 아카시 향기 맞으러 창문을 여는 대신 닫아야하고, 관광객이 몰려온다면 수리부엉이 처럼 떠날 겁니다.”

 

“친구가 ‘공기가 맛있다’고 했는데...풍경도 내 재산이고. 행복추구권도 있지요.”

“여기로 이사온 지 6년쯤 되었어요. 6~7년 전에, 친구가 첼시에서 일해서 놀러왔는데, 공기가 참 좋았어요. 저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15번이나 이사했어요. 1년에 1번 정도. 그런데, 여기는 공기가 참좋은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 터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에 유승앙브와즈에 살다가 효자그린빌로 갔다가 작년에 다시 유승으로 왔어요. 이쪽이 제게 맞는 것 같아요.

여기서부터 헤이리까지 6km인데 아침에 1시간 정도 돌면 정말 좋아요. 지금은 4년 전하고도 공기가 달라요. 언제부턴가 걷고 나면 가래가 끓어요. 그러던 상황인데, 어느날 갑자기 산을 없앤대요. 나는 저 산 때문에 여기 사는데. 너무 화가 나는거예요.

나는 집 뒤에 산이 있어 여기 택했는데....누구 허락 받고 누구 동의얻고 산을 없애느냐는 거냐며 이웃들이 많이 화를 내고 있어요. 저도 그 중 하나이고.

풍경도 내 재산이고. 내가 원하는 삶을 찾아온 나의 행복추구권도 있지않나요? 시에서 주민들의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바꾼다는 것은 시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게 아쉬워요.

재작년에 친구가 놀러와서 차에서 내리면서 하는 말이 ‘공기가 맛있다.’였어요.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 정말 행복해요. 밤에 수분기 있는 차가운 공기가 뺨에 닿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아요. 왼쪽에 부엉이산, 오른쪽이 주택지. 이 풍경이 너무 좋아요.”

 

“포크레인으로 능지처참하듯 버드나무가 잘려서... 우리가 살래이모라 부르던 나무였어요.”

“처음에는 산이 없어진다는 소리를 듣고 울고다녔어요. 저는 울고 다녀도 공감을 얻지 못했는데, 흥분한 상태여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4월에 알았어요. 산 하나가 없어지는 것을 왜 몰랐을까? 그러다 서명을 받으러 다니며 반대 의사가 많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서명하면서 얘기를 하게 되고, 의사를 소통하고, 서명이 서로를 연결하는 도구가 되더라구요.

저는 2006년도 5월에 이사왔어요. 이사짐 놓고 산에 올랐는데, 메타쉐콰이어를 뚝뚝 심어놓은 길을 따라 오르니 산마루가 펼쳐져 있고, 놀이기구도 있고, 벤치도 있고, 임진강 교하 한강 유승 학교 다 보이고....정말 눈이 확 트이는 느낌이었어요. 그것이 인연이 되어 이 부엉이산에서(우리는 아지트산이라 불러요) 지치지 않고 놀았어요.

그리고 10년사이에 나무가 자라서 산이 멋있어지고, 예뻐졌어요. 채석장이던 이 산은 우리 둘째와 동갑이예요. 아이가 성숙해지는 것처럼 산도 성숙해져서 요새는 의젓해보여요.

그런데, 이 산에 ‘장단콩웰빙마루’가 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요. 장단콩이랑 이 부엉이산이 무슨 관계래요? 어차피 ‘장단’이란 곳에 세우는 것이 아니라면, 파주의 다른 곳이어도 무리가 없을텐데요.

5월 14일 일요일 밤에 산입구에 있던 버드나무가 잘렸어요. 그냥 베어놓은 것도 아니고 포크레인으로 능지처참하듯 찢겨져있었어요. 잔인하게. 너무 충격받았습니다.그 나무는 우리가 살래이모라 부르던 나무였어요.”


 
▲ 부엉이산 정상에서는 임진강 한강 북한땅까지 다 보인다. -부엉이산에서 내려다본 법흥리 마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면 어떡해요? 우리에게 저 산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예요.”

‘부엉이산을 지키는 사람들’의 바람은 소박했다. 그냥 이대로 이 자연과 함께 여기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모두들 부엉이산과 이 동네를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었다.

“입구에 서있던 버드나무 이파리가 치렁치렁해서 그 밑에 들어가면 살래이모(버드나무 이름)가 쓰담쓰담해줬어요.” “남편이 갖다준 아카시 꽃 향이 나를 붙들었지요.” “공기가 맛있어요.” “여기서 귀한 딸아이를 얻었어요. 딸 아이의 고향을 이대로 지켜주고 싶어요.”

모두들 부엉이산과 추억을 갖고있었다.

이 부엉이산에는 수리부엉이가 살고 있다. 이 수리 부엉이는 ‘멸종위기종 2급·천연기념물 324-2호’로 지정되어있다. 말하자면, 고려청자 같은 귀한 생명이 탄현면에 깃들어 살고 있는 것이다. 수리부엉이는 통상 30여년을 산다고 한다. 이 수리부엉이는 15세가량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13년쯤 살았다한다. 장단콩웰빙마루 공사가 2년 정도 걸리니, 얼추 수리부엉이 수명이 다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공사관계자가 하는 것을 들었다며, 주민들이 분노했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 배를 가르는 행위예요. 황금알을 자기들이 갖는다고 착각을 하시는데. 개발해서 정말 집값이 1억씩 2억씩 오를까요? 그게 아니거든요. 고작 1, 2천 만원 올리려고....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왜 집값이 오른다고 생각하는 지 모르겠어요. 설령 오른다한들 이 자연과 깨끗한 공기와 저 수리부엉이의 삶터가 돈으로 환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박희정씨가 진심으로 담아 말하면서 이 산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표현했다. 모두 맞다고 박수를 쳤다.


우리가 이 곳에 사는 이유가 바로 저 돌산, 부엉이산
”저 뒷산의 개발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법흥리 전체를 개발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저게 되면 옆산을 부수고, 그 뒷산을 없애고. 그래서 처음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지요. 이 동네에서 산과 녹음을 없애면 이곳은 아무것도 아니예요. 이 동네의 가치는 도시도 아니고, 농촌도 아닌 중간지역이라는 점이예요. 이런 곳이 정말 귀하거든요. 농촌이면서도 자유로가 가까워서. 여기서 자연을 빼고나면 아무것도 아닌 동네가 되어요. 교통불편하고, 편의시설 없고, 학교도 없고. 더구나 여기 된장공장이 들어서면 공해가 발생하고. 이 동네 메리트가 없어지는 거예요. 저 헐벗은 돌 산 하나가 뭐가 중요하냐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오는 겁니다.” 전영기씨가 ‘부엉이산 지킴이’의 의미를 확연히 드러내주었다. 이원씨는 아름다운 전망을 펼쳤다. “캐나다가 아름다운 자연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값싼 공산품을 위한 산업화와 자연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고... 부탄정부가 오랫동안 전기가 안들어오던 어느 산 속 마을에 송전탑을 세우려다, 그곳에 학들이 살고 있어서, 고민 끝에 학이냐 전기냐 주민 투표에 부쳤는데, 100퍼센트 학을 선택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이런 선택을 앞에 두었을 때, ‘기-승-전-경제’의 논리에 쉽게 백기를 들어온 우리가 반성해야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이런 개발방식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 아닐까요? 월성 핵발전소의 재가동 멈춘 일, 임진강준설 막은 일을 생각하면 또 희망을 가지게 되네요.”

인터뷰를 마치고 부엉이산을 올랐다. 조민숙씨는 지금도 아이들과 부엉이산에서 논다고 했다. 잘려진 살래이모 버드나무에게서 생명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의 말이 크게 울린다. “흔한 것이 소중한 것이잖아요. 공기, 물, 나무....흔한 것이지만, 소중한 것 아닌가요? 그게 전부일 수 있는데.....산이 주는 이 생명력을 나누며 살고싶다는게 욕심인가요?”

 

임현주 기자

 

#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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