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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구약성서, 마르지 않는 삶의 지혜

입력 : 2018-03-29 12: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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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책 되새기기

         

구약성서, 마르지 않는 삶의 지혜


   

교회문화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아내와 이제 막 십대가 된 두 딸들을 성서의 세계로 안내해 줄 해설책을 찾고 싶었습니다.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얇아야 합니다. 그래야 끝까지 읽습니다. 동시에 깊어야 합니다. 서양 문명에 깊게 뿌리 박힌 성서의 세계를 보여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일상언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기독교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성서를 처음 접하는 독자와 인류의 영원한 고전인 성서 사이에서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중개하는 책을 찾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성서 속 여성의 이야기를 소중히 다루는 책이었으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욕심을 부린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틈나는 대로 대형 서점과 도서관의 기독교서적 코너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어쩜 이리도 한결같이 기독교 언어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한 책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구약성서, 마르지 않는 지혜>(구미정, 사계절) 입니다.

책장을 넘기면서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주니어클래식시리즈 입니다. 구약성서 전체의 흐름을 청소년 눈높이로 강의하듯 서술했습니다. 이야기의 맛을 살렸습니다. 누가 뭐라해도 구약성서는 이야기입니다. 천지창조, 에덴동산, 카인과 아벨, 노아의 홍수, 바벨탑, 아브라함 등등 이야기의 연속선상에서 밑바닥에 흐르는 일련의 흐름을 잡아내어 쉽게 설명합니다.

큰 딸은 책을 읽고 갓난아이 모세를 살린 여러 여성들의 활약상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합니다. 이집트 파라오 밑에서 노예로 살던 히브리 민족을 홍해를 가르며 구출한 불세출의 혁명가가 바로 모세입니다. 그런 모세가 갓 태어났을 때, 이집트의 파라오는 히브리 남자아이를 모조리 죽이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히브리 산파를 비롯한 여러 여성들의 은밀한 도움으로 모세는 기적적으로 살아납니다. 이 부분에서 구미정 교수님의 맛깔나는 해설 한 토막 옮겨봅니다.

히브리 산파들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국가 권력의 야만적인 횡포에 맞서 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을 펼친 위대한 원조 할매가 된다. 제국의 공포정치를 끝장내고 하나님의 생명정치가 시작되는데 힘을 보탠 새 창조의 동반자였다’ (p113)

표지 그림이 렘브란트의 <예언자 안나>입니다. ‘주름진 손이 성서에 맞닿아 있는 것처럼, 신앙이란 삶으로 살아 낼 때 비로소 온전해 진다는 해설이 함께 합니다. 기독교가 개독교라고 불리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서는 참으로 바르고 맑으면서도 깊고도 재미난 지혜의 창고임을 이토록 쉬운 글로 표현해 주신 구미정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저자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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