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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63) 임진강예술단장 백영숙

입력 : 2017-08-24 16:34:00
수정 : 0000-00-00 00:00:00

파주의 아름다운 얼굴 (63) 임진강예술단장 백영숙

 

강처럼 하나로 '임진강예술단'  


 


그를 만나면 힘이 난다. 강인한 정신과 따뜻한 마음이란 두 개의 동아줄이 꽈배기처럼 꼬여서 백영숙이 된 듯하다.

새터민들만으로 구성된 예술단이 있다. 임진강 예술단이다. 이 임진강 예술단은 TV출연도 많이 하고, 각종 축제에 적극 참여하면서 여러 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오두산전망대에서 월 2회 정기 공연을 하면서 실향민이나 새터민의 설움을 달래주고 있다.

그 임진강예술단이 파주에 있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임진강처럼 하나로 흐르고 싶은 예술단. 장군 같은 그가 예술단장이다. 전직 군인이 예술단장?

 

매년 새터민 독거노인을 위한 나들이 봉사

지난 78일 임진강 예술단 3주년 행사로 남과 북이 하나되는 페스티벌 음악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백영숙 단장과 김준태부시장이 50여명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고, 새터민 자녀 7명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강화로 예술단 연수를 간다고 했다. 큰 행사를 치르고, 공연없는 날을 잡아 단원들이 편히 쉬고 놀다 오겠거니 해서 잘다녀왔냐고 인사했다.

새터민 독거노인을 모시고 가는 거예요. 한국이라는데 와서 못 가본데를 우리가 한 번씩 모시고 다니면서 가이드하는 거지요. 저녁에는 우리가 노래하고 공연하고, 음악장비 다 갖고 가서. 어르신들 맘껏 즐기시게... 할머니들 할아버지들은 얘들처럼 놀거든요.”

새터민 어르신을 모시고 나들이 하는 행사였다. 임진강 예술단이 십시일반으로 회비를 걷어 운영하는데, 이 중 일부를 저축하고, 임원들이 정기 후원을 해서 비용을 충당한다고 했다. 그래도 비용이 적잖아서 새터민 독거노인을 매년 반씩 나눠서 나들이 간다고 했다. 백영숙 단장은 이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안타깝다 말했다.

정말이지 백영숙 단장에게는 이란 없나보다.

어르신을 모시고 나들이한 단합대회

"짐을 풀고 보니 앞뒤가 꽉 막히고 숨 막혀서

지금 남한에는 탈북한 새터민들이 3만 명이다. 이들 중 15%~20%가 정착하고, 나머지는 아직까지 정착을 못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서 정착하고 싶은데도 안되고, 나이가 들어서 대한민국에 오다보니 특별히 할 수가 있는 없기도 하고,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는 분들도 있다.

하나원을 교육을 받고 국민임대 주택을 하나 받고는, 지역도 모르고 버스를 어떻게 타는 지도 모르고, 아무 연고도 없는 데 한국사회에서 정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나 하나만 보더라도, 나는 그래도 북한에서 군인 생활도 다 해봤고, 다른 사람보다 강인한 의지가 있는 사람인데... 대한민국에 첫발을 새로운 인생을 살자고 짐을 풀었는데 풀고 보니까 앞뒤가 꽉 막히고 숨 막혀서... 아들 하나 데리고 왔는데 누워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봐야 묘안이 생기지 않아. 며칠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집 앞에 마트가 있어 채소라도 조금 사려고 나가보니까... 벼룩신문이 벽에 걸려 있었어요. 그때는 그게 벼룩신문인지 뭔지도 모르고 신문이라도 갖고 들어가서 좀 읽어 볼라고 갖고 들어 갔는데...”

그 벼룩신문에서 구인란을 보고 용기를 내서 전화를 했다. 제빵업체였는데, 면접을 봐서 합격을 했고, 일을 시작했다. 한국에 와서 한 달이 좀 넘어서 시작한 일이다.

 

운정행복센터에서 열린 행사에 문산 수억고 해바라기봉사단과 함께


3년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처음 받아본 월급이 148만원. 5일 근무여서 토요일 일요일 쉬는 것도 아까웠다.

북한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서 집 앞에서 일할 수가 없었어요. 북한에서 그래도 직위도 있고 그런 사람이었는데... ‘근데 식당에서 사발 까신다하면... 그때 당시는 우선 우리 탈북민들이 이해 못할 거 같고, 사람이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멀리 문산에 있는 회사 구내식당에 들어갔어요. 제빵회사에서 주 5일 근무하고, 토요일 일요일은 구내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하고..”

한국에 와서 3년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고 한다. 아들도 취업하고, 통장에 돈이 쌓이는 재미로 쉬지 않았다. 명절도 없었다. 오히려 명절에는 돈을 더 주니 명절 생각도 안했다. 돈이 모여 둘째 아들을 데려오려다가 브로커에게 500만원을 사기당했다. 다시 시도해서 아들을 데리고 왔다.

내 자부심은 대한민국에 내 아들을 데려온 것입니다. 내가 만약에 아들을 못 데려왔으면 한국에서 어떤 좋은 일을 해도 그건 성공이 아니겠지요.”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아들까지 데려와서 정착했다고 자부하는 그가 어떻게 예술단을 만들게 되었을까?

 
북한이탈주민 정착이 통일로 가는 길


북한 예술단원이 모인 임진강예술단

 

아들을 데리고 오고 나니, 정착했다는 자부심이 들었다. 그런데, 주위의 새터민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북한에서 어릴 때부터 배우 생활을 하던 사람, 무용을 했던 사람들이 정착하지 못하고, 좋아하던 예술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을 모아서 뭔가를 하려고 해보았다. 돈과 상관없이 그저 자신의 재능을 펼치고 싶어도, 머리삔 하나부터 의상, 악기 모든 게 돈이었다.

우리에게 돈을 내 줄 사람이 있을 리가 있나요. 그래서 일단 만들자. 일단은 내가 단체장을 맡아서 하겠소하고 나섰어요. 북한에서 나름 배운 군인 정신 하나로 내 통장에 있던 4,500만원 내놨어요. 이걸 가지고 시작하고, 그 다음 방법은 그 때 가서 생각하자 했지요. 그 돈으로 무대의상을 사고, 최소한의 예술단 명칭 갖추고... 그때부터 조금씩 조금씩 무대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어디 출연해서 출연료가 좀 들어오면 배우들 생계를 우선해서 최소한의 경비를 주고 나머지는 또 무대의상 사고, 악기 사고. 이렇게 단원들이 협조해줘서 지금의 임진강예술단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파주시가 파주스타디움 한 켠의 사무실을 무상임대해줘서 이용하고, 생활체육회 에어로빅팀과 연습실을 같이 사용있다. 또 경기도로부터 전문 예술단체로 인정 받아, 공연섭외도 적잖게 들어온다. 올해부터는 오두산전망대에서 월 2회 무료공연을 하고 있어서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4회로 늘리자는 제안도 들어왔다고 한다.

 

 




우리는 파주시의 홍보대사

임진강 예술단은 어느 행사에 내놔도 나무랄 데 없습니다. 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가면 사람들이 물어요. ‘어디 가면 저런 멋있는 북한 공연을 볼 수 있는가하고. 그러면 우리는 파주에서 왔습니다라고 해요.”

백영숙 단장은 파주시가 아직 북한 이탈주민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표했다. 아직도 단원들이 낮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단원생계를 걱정해야하는 단장의 입장에서, 파주시가 조금만 관심을 준다면 홍보역할도 더 잘하고, 새터민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탈북민들이 무시 안 당하고, 또 그분들이 밥은 못 먹더라도 죽이라도 먹을 수 있는 최소한 인건비라도 쥐어줄 수 있는 방법을 맨날 맨날 고민해요.”

백영숙단장은 금촌에 북한전통음식점을 냈다. 생계가 안되어 예술단을 나가는 사람도 있어 노력하는 것이다. 식당에 일하러 가는 단원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예술단 운영에 조금이라도 보태고자 식당을 낸 것이다.

임진강예술단이 오늘에 있기까지는 국제케미칼 조은미대표가 매월 200만원씩 후원하고 있고, 김경선 고문, 곽순용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나눔과 후원이 있었다며 백영숙단장은 몇 번이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지금은 지정기부단체로 등록되어 개인도 후원할 수 있다.

파주에는 금릉, 선유리, 운정에 520여 세대의 새터민이 살고 있는데, 다른 지역에 비해 정착률이 높은 편이라한다. 이 임진강예술단이 있어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본지 무료법률상담 변호사 전수미 양태정 변호사를 임진강예술단 자문변호사 위촉했다


우리는 독일보다 우월한 통일을 할 수 있어요

문화 예술적으로 남북통일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걸림돌이 될 게 없다고 답했다. 피부도 같고, 문화 예술도 같고, 음식도 어느 정도 비슷해서 전혀 문제가 안된다 했다. 오히려 우리들의 인식이 걸림돌이라 말했다.

“‘남한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을 먹여줘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이 걸림돌이라 생각해요. 이 인식 개선이 되지 않으면 통일이 되지 않아요. 우리는 독일보다는 우월한 통일을 할 수 있지요. 북한에는 자원이 많고, 남한에는 기술과 장비가 있으니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한국에서 못 가진 자원을 북한에서 캘 수 있고, 이러면 모두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요.”
그러면서 또 덧붙이는 말. “걸림돌이라면 김정은이겠지. 남북이 통일된다면, 누구든 대통령을 내놓아야하잖아. 만일 문재인대통령이 나는 그만둘테니 통일합시다해도 김정은이 대통령할 수 있겠어요? 독재를 할 수 없으니 통일을 원하지 않을 거에요. 남북관계를 잘 마무리해서 대화가 되어서 이산가족 상봉하고, 남북이 왔다갔다하는 길을 여는 것만으로도 통일이 되는 거예요.” 통일에 대해 얘기하면서 통일을 대통령이 하나가 되는 것으로 연상하는 그의 발상이 재밌었다.

 



임진강 에술단 창단 3주년 행사에서 백영숙단장이 감사장을 수여했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이 통일로 가는 길

통일도시인 파주에서는 다른지역보다 먼저 통일을 위해 애써야하는 도시에요. 파주시는 접경도시이므로, 파주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통일에 더 애써야하지요. 그렇다면 통일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북한 이탈주민들이 우선 잘 정착해서,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파주를 알리고, 통일이 되면 먼저 달려가서 북한에 가서 고향을 지키고. 이분들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다는 것을 선전하고... 이분들이 먼저 가서 대한민국에 대한 인식개선을 먼저 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잘 정착해서 잘 사는 것이 통일로 가는 길입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다. 여기 계신 새터민들이야말로, 맨 먼저 북으로 달려가서 남한을 알리는 사람들이 될 터이고, 북한 사람들을 변화시킬 동포들인 것이다.

통일을 일구는 일은 바로 옆에 있었구나. 바로 우리 임진강 예술단, 파주 새터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이었음을...

 

인터뷰어 이한솔 푸른꿈고등학교 2학년

글 사진 임현주 기자

공연사진 임진강예술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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