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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 (4) 운동화를 좋아해서 슬픈 아가씨

입력 : 2016-02-18 14:47:00
수정 : 0000-00-00 00:00:00

운동화를 좋아해서 슬픈 아가씨

 

  

 운동화를 좋아해서 슬픈 아가씨가 있다. 바로 내 이야기이다. 일할 때도 월급날이면 운동화부터 한 켤레 사고 나야 마음이 편했다. 뭔가 열심히 일한 나에 대한 보상심리 내지는 나에게 주는 선물 같은 의미가 컸다. 이런 내가 이제 운동화와 작별을 고하려 한다. 그것은 뒤늦은 성인식 같은 거다.

 

 올해부터는 가급적 구두를 신고 샬라라한 분위기를 연출해보려 한다. 물론 어색하다. 키가 커지면서 등이 펴지고 긴장감이 감돈다. 예전에 킬힐을 신고 출근한 날 좀 무리한 탓에 지하철역에 마중나온 엄마에게 슬리퍼를 가져다 달라고 한 적 있는데, 그날 어느 집의 딸도 무리해서 구두를 신고 엄마에게 슬리퍼를 부탁했다. 두 어머니는 지하철 역에서 각자의 딸의 발 앞에 거의 동시에 슬리퍼를 집어 던져준다. 옛다 신어라. 이런 느낌.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두를 신으려고 하는 이유는, 내가 여자라서이다. 언니 말에 의하면 여자는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늘 예쁘게 하고 다녀야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공항에서도 예쁘게 하고 짐을 들려고 하면 도와주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아무튼 그래서 올해부터는 좀더 여성스러운 내 모습을 발견하려고 한다. 여고시절 남자 같은 선배들이 인기가 많았기에 그때의 털털함이 아직 나를 발목 붙잡고 있지만, 봄이 오고 꽃이 피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다. 라고 희망 불어넣기를 한다. 희망 불어넣기를 하면 희망이 생긴다. amel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더배곳 배우미 아멜 김유진

 

 

#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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