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물찾기 (28) 하수구 대통령

입력 : 2017-03-17 19:18:00
수정 : 0000-00-00 00:00:00






하수구 대통령
 

지난 2월, 변기 덕분에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부주의함의 극치로 변기 물통이 깨졌다. 다급한 나머지 건물 관리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4층에 있는 작업실에 부리나케 올라오셨다. 무언가. 면밀히 살펴보시는 듯 했지만 거금 30만원이라는 견적을 남기고 내려가셨다.

 

요즘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가 않아 다시 다급모드로 구글링(구글 검색)을 해서 운정쯤에 위치한 기술자분과 연락이 닿았다. 그분은 '당신의 심정을 모두 이해합니다.'라는 투의 목소리로 지금 내가 라면을 끓이고 있으니 20분 후 방문해도 되냐고 물었다. 마음 속으로는 당장 와주세요였지만 애써 침착한 척 하며 그러세요~라고 말했다.(눈물)

 

기다리면서 놀면 뭐하나 싶어 깨진 부위와 브랜드명, 형태등을 찍어 휴대폰으로 전송해드리고 깨진 변기에 작별인사를 고할 때 쯤 아저씨가 오셨다. 아저씨는 미리 전송받은 사진과 가장 유사한 제품인 변기 물통을 들고 4층까지 단숨에 올라오신 듯 했다. 그리고 퉁탕퉁탕, 끼로륵끼로륵(나사 조이는 소리)가 10여 분쯤 들리더니 갑자기 쏴아~하고 시원한 물소리가 작업실 전체를 감싸 안았다. 일순간 나는 광명을 맛보았다.

 

아저씨... 감사함을 표현할길 없어 커피를 한잔 타서 드리고 얼마예요?라고 묻는 순간 10만원입니다. 라고 하시더니 명함을 남기고 사라지셨는데 명함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 이른바 <하수구 대통령>. 그는 대통령이었다. 아주 빠르고 정확한 대통령. 숨은 고수였다. 그 이름이 참 멋이 났다.

 

(김유진, 아멜)

 
#60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