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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돼지열병 희생동물 축혼제 - 파주 온생명교회 한정석 목사의 축혼사

입력 : 2019-12-15 07:06:04
수정 : 2019-12-15 07:10:03

 

 

 

 

산 채로 묻히신 임들에게 용서 받지 못할, 몹쓸 종인 인간이 가신 임들에게  말을 건넬 수 있는 지, 임들이 받아줄른 지 자신이 서지 않습니다.  
 
 우리네 사람 종이 임들의 얼굴을 유심히 마주보며 누구인지, 몸은 어떤지 마음은 어떠한지 임들에게 물어 본 적이 없습니다. 통틀어 그냥 돼지,라고 구분하고는 사람하고는 견줄 수 없이 열등하고 따라서 그 생명을 사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양 하였습니다. 저희들끼리는 생각없이 개. 돼지만  못한 놈이라고 욕설  할 만큼 임들을 업신여겼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임들의 저마다 다른 얼굴들을 떠올리며 말을 건네 봅니다. 임들에게 이름을 지어 봅니다. 살아있음 그 자체로 고마운 님, 꽃다운 님
, 열정적인 님, 슬픔한 님, 다시 볼 님, 그리운 님, 절대로 죽지 않을 님 같은 이름들을 조심스레 입밖으로 내어놓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다시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셨군요. 
 
 살아있던 날들 임들이 머물던 집 안 쪽 눅눅하고 습한 자리들과 그 안에 갇혀 지내야만 하였던, 견디기 어려운 부자유와 억압을 또한 우리는 부끄러이 떠올립니다.      
                                             
 님들은 다른 종들과 마찬가지로, 저 크고작은 바위들이나 들국화들과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생태계의 어엿한 주인공들이었습니다. 다른 종들과 조화로이 어울려 생태계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만은 그 알량한 뛰어남과 출중한 능력으로 생태계를 지배하고 착취하며 모든 아름다운 관계들을 흐트려버리거나 파괴해 왔습니다.  
                                                                                         가신 임들에게 영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이 '사람 중심', 자기 중심, 자기 생각 중심, 냉정함과 무지함, 모질고 모난 선입견을 뼈아프게 반성하며 가신 임들의 안타깝고 서글픈 죽음 앞에, 처연한 주검 앞에 고개를 떨굽니다.      
                                                               
우리 인간 종이 지구별 위에 살아남은들 얼마나 오래이겠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야망이 이뤄낸 문명세계가 생태계와 '있음들'의 존속을 넘어 인간 스스로를 죽음의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인간이 사라져야 지구별에 진정한 평화가 올 거라는 독설과도 같던 이야기가 이젠  당연한 이치가 돼 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다 전부를 잃어버릴 형편입니다. 이제 인간은 인간만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이루어낼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을 때가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인간은 생태계의 지극히 작은 하나의 종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고 다른 동물, 식물, 야생의 모든 '있음'들과 한데 어울려 살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동물, 식물, 야생의 모든 있음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고 그들의 생명을 함부로 하던 데서  손을 떼야 할 것입니다. 자연의 거룩하고 겸손한, '있음'들의 생존과 존속의 권리를 찾아주고 지켜주는 역할에 그치는, 새로운 생태계 공동체를 우리네 인간이 꾸려가는 것이 가신 임들의 죽음을 헛되이 아니 하는 길이라 여깁니다.  
 
 그리고 그 길을 여기 모인 우리는 실현해 보이렵니다.  
 
 가신 임들이여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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