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도라산 고속도로 반대, 파주어촌계 어민들 기자회견
수정 : 2019-09-10 08:33:57
임진강 수생태 파괴하고 어민생존 위협하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반대한다
정부가 ‘서울-문산간 고속도로’ 산단IC부터 임진강을 ‘평화대교’라는 이름의 다리로 통과하여 DMZ남방한계선을 따라 도라산역까지 가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노선의 이 도로를 찬성할 수 없다. 특히나 이 노선은 임진강 하구 중립구역 수역 바로 인근에 소위 ‘평화대교’를 건설한다. 평화대교라는 이름의 다리는 임진강에 사는 물고기와 어민들에게는 결코 평화로울 수 없는 다리이다.
강에는 다리교각 하나만 생겨도 유속이 느려져 퇴적량이 늘어나고 강폭이 좁아져 황복과 장어치어가 올라오는데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장어치어의 경우 어린 물고기라 더욱 예민해 공사와 차량통행 시 진동이나, 시멘트 독성에도 영향을 받아 접근하지 못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2~3년 간 황복과 장어치어 수확이 급격하게 줄고 있고, 기수역 어종인 웅어도 줄고 있어 그 원인조사가 시급하다. 그런데 우리 어민들의 생존과 직결된 임진강 수생태계의 변화 원인을 조사하고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다리부터 놓는다는 것에 어떻게 동의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평생 임진강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왔다. 우리 임진강 어민들은 북한과 통하는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죄인아닌 죄인처럼 일을 해왔다. 몇 년 전까지 간첩이 오는지를 감시해야 한다는 이유로 야간 밀물 때면 의무적으로 조명 등을 켜고 노를 저어 배를 띄워야 했다. 군인이 해야 할 경계업무를 우리 어민들에게 맡긴 것이다. 지금도 다리근처는 접근을 하지 못한다.
비가 많이 와 황강댐 물을 갑작스레 방류하면 그물이나 배가 떠내려가고 망가져도 보상해달라는 말도 못하고 참아왔다. 그런 일이 홍수철이면 반복됐다.
이제 평화시대가 온다기에 우리는 한강하구 중립구역 수역에서 북한의 어부들과 한데 어울려 고기를 잡는 것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반대로 평화시대가 온다는데 어부들을 사실상 임진강에서 쫓아내는 도로를 깐다는 것은 대단히 잔인하다. 이것이 한반도 평화를 바란다는 정부가 할 짓인가. 국토교통부는 당장 문산 – 도라산 고속도로 추진 중단하라!
2019. 9. 10
파주어촌계 어민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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