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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정연진의 ok 통일 이야기 ③ 동학사상

입력 : 2016-09-21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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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상을 ‘통일 밑거름’으로

 

▲서울에서 동학시민대학에서 강연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함께 의기투합하다. 2016년 6월.

  

‘민중은 개, 돼지와 같다’,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한다’라는 교육부 고위관리의 어이없는 발언이 전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던 지난 7월, <로스앤젤레스 타임즈>도 그 사건을 크게 보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발언은 현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입장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미국 신문이 보기에도 그냥 넘길만한 사건이 아니었나 보다.

 

21세기에 마냥 거꾸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 정말이지 대한민국 집권층은 국민을 어떠한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인가. 일본의 자위대가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기념식을 했고, 국가의 안보와 안위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길인지 단 한 차례의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사드 배치를 졸속 결정해 버리고는 반대의견은 무조건 ‘국론분열’이라 몰아붙이고 있다.

 

‘사람이 하늘이다’ 만민평등사상

시국이 이러하기에 120여년전 ‘사람이 하늘이다’라고 만인이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세상을 변화시키려했던 동학인들과 그들의 사상이 새삼스럽게 더욱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그것도 유교적 신분질서가 엄격한 조선사회에서 당시로서는 매우 혁명적인 만민평등의 사상을 꿈꾸고 실천하기 위해 일어선 사람들. 이 땅의 불평등한 봉건모순과 외세의 침략에 맞서 들불처럼 일어섰던 그들의 목소리가 21세기 현 시점에서 더욱 절실히 메아리친다.

 

19년째 열리는 보은취회

국내에서 열리는 동학집회는 정읍에서 열리는 황토현동학혁명기념제, 신만민공동회, 보은취회에 참석했고, 이어서 동학시민대학에서 통일운동에 대해 강연까지 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었다.

 

보은취회 행사는 19년째 보은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는데, 기념제 성격이 짙은 여타 동학행사와 달리 정부지원 없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이다. 주최측의 설명에 의하면 ‘취회(聚會)는 모이고 흩어짐이 자유로운 모임’을 뜻하며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모였다 흩어지는 민중 정신을 이어가는 행사라고 한다. 행사 기간동안 야영을 하며 산책, 명상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들살이’를 기본으로, 락樂풍류마당, 청년토크쇼, 역사맞이굿, 홍익시장, 동학풍류마당, 동학순례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박맹수원광대교수의 동학혁명설명

 

세계민중운동사에 빛나는 동학농민혁명

전봉준의 봉기에 주력한 종래의 연구와는 달리, 2대 교주 최시형이 동학의 전파에 얼마나 광범위하고 지대한 역할을 해냈는지 밝혀낸 동학전문가인 원광대 박맹수 교수에 따르면,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세계 민중운동사에서 동학농민혁명 만큼 강력한 이념과 강인한 조직을 갖추고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르는 민중들이 1년 이상 무장항쟁을 벌인 역사는 일찍이 없었다고 한다.

 

13명의 여성작가들이 참여한 동학에 관한 다큐 소설을 기획하고 출간한 고은광순 선생님에 따르면 동학이 결코 일부 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국 8도에 골고루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유무상자-‘가진 자와 없는 자가 서로 돕는다’는 사상

동학혁명에서 드러나는 가장 혁명적 사상 중의 하나가 또 유무상자(有無相資, 가진 자와 없는 자가 서로 돕는다)라는 정신이다. 양반 상놈, 적서와 남녀의 차별없이 서로 존대하고 배고픈 자들과 밥을 나누어 먹으며 아픈 자를 고쳐주는 유무상자 정신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단계에 이르러서는 조선 민중 전체를 위한 경제혁명의 중요 원리로 발전되기에 이른다.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은 동학농민혁명이 중요한 통일이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학사상에 대해 남북한 모두 거부감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비록 농민군들이 바라던 반봉건 평등사회 구현과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반침략’ 지향은 당대에 실현되지 못했지만, 동학혁명의 시대정신은 중요한 유산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동학의 평등사상과 경제 혁명사상, 백성이 주인이라는 사상을 통일의 밑걸음으로 만들 수 있다면 지구촌에서 환영받는 통일코리아의 비전도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보통사람이 주인이 되는 통일운동

보은취회에 참가한지 열흘 정도 흘렀을 때 동학시민대학에 초청되어 강연하게 되었다. 지난 2년간 신만민공동회와 보은취회에 참가한 사람들로 구성된 ‘동학혁명실천행동’은 매달 시민대학을 개최한다. 6월 13일 서울시의회회관에서 ‘보통사람이 주인이 되는 통일운동’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수많은 동시대 동학인을 만나고 교감을 나누게 된 것이 큰 기쁨이자 보람으로 남는다.

 

동학혁명의 이상을 오늘날의 시대정신으로 살려내고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지고 통일코리아가 성큼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에서 하늘을 발견하고 옆 사람에게서 하늘을 발견해 보자. 그래서 저 마다 하늘을 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동학혁명 정신을 통일시대 횃불로 살려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부터 할 수 있을까?

 

로스앤젤레스에서 AOK(Action for One Korea)가 광복과 분단 71년을 기해 기획한 행사인, 70년만에 고향 땅 북녘하늘을 찾아가는 김대실 감독님의 <사람이 하늘이다>(People are the Sky)‘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회에서 그 해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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