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지역기후백서 발간 - 에너지전환부터 돌봄까지, 7개 대분류 49개 사례로 그린 ‘한국형 지역 기후정책 지도’
녹색전환연구소, 지역기후백서 발간
- 에너지전환부터 돌봄까지, 7개 대분류 49개 사례로 그린 ‘한국형 지역 기후정책 지도’
- “주민 삶에서 시작된 기후정책이 지역에서 성과 내고 있어”
- 민선 9기 광역·기초 단체장 후보가 지역 여건에 맞는 기후공약을 바로 골라 쓸 수 있도록 49개 사례 정책 카탈로그 형태로 정리”
최근 몇 년간 지역의 기후정책이 눈에 띄는 변화 없이 정체된 것처럼 보였으나, 실제로는 전국 곳곳에서는 전기요금 안정화·이동권 향상·돌봄 확장 등 생활 기반 기후정책이 확산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책상 위 계획이 아니라, 현장의 필요가 기후정책을 이끌어 온 것이다.
녹색전환연구소가 11일 발간한 ‘지역기후백서: 기후위기 너머, 지역에서 찾은 녹색전환의 해법(이하 백서)’은 그간 개별적으로 존재하던 국내 기후정책 49개를 처음으로 하나의 지형으로 정리한 자료다.
백서는 기후정책의 실행 단위가 중앙정부가 아닌 지역에 있고, 에너지전환·교통·건물·복지·재난 대응 등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핵심 정책의 대부분이 지역 현장에서 운영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백서가 말하는 ‘지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적용되고 주민의 생활이 변하는 실행 단위의 공간을 의미한다.
현재 정부에 이어 17개 광역과 226개 기초지자체가 모두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이하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아직 정책 실행 단계에 들어선 사례는 드물다. 다수의 계획에서 기후 목표와 기존 개발·관광·산업 전략이 함께 남아있는 ‘이중 구조’가 확인됐다. 문서상 전략은 마련됐으나 정책 우선순위 조정과 예산 재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정책 문서가 멈춰 있는 동안 지역의 현실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전국 곳곳의 생활 문제에서 출발한 기후정책이 실제 주민의 삶 속에서 먼저 시행되고 축적되고 있었다. 이번 백서는 기후정책이 중앙의 지시로 내려가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검증된 경험이 정책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너지전환부터 돌봄까지: 7대 분야로 재구성한 지역 기후정책 지도
백서에 포함된 49개 사례는 임의로 나열된 목록이 아니다. 연구소는 지난 1년 간 기후정책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수집한 기후정책들을 크게 3가지 기준으로 선별했다. ①정책이 실제로 실행됐는지 ②지역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 ③다른 지역에서도 확산 가능성이 있는지 순이다. 이 과정에서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사업은 제외됐다.
또 백서에는 비교 가능한 해외 정책과 도시 모델도 함께 포함됐다. 그 결과, 기후정책들은 크게 ▲에너지전환 ▲주거권 ▲기후돌봄 ▲이동권 ▲녹색일자리 ▲농업·먹거리·생태 ▲자원순환 및 커뮤니티 등으로 7가지 분야로 재구성됐다.
예를 들어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의 ‘햇빛두레발전 협동조합(구양리협동조합)’은 에너지전환 속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구양리협동조합은 주민 70여 가구가 태양광 발전소 6개소를 공동 소유·운영하며, 수익을 마을기금으로 적립해 경로당 난방비, 공동 돌봄 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는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초·중학교 10곳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진단·실천 사업을 추진했다. 교사·학생·학부모가 함께하는 실천형 기후교육 모델을 구축해 운영한 것이다. 그 결과, 4,764명의 학생 참여 속에 평균 9.7%의 배출 감축과 전력수요 최대 13.2% 절감(연 3,900만 원 예상)을 달성했다.
전북 완주군은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지역 순환경제를 구축하고 12개 직매장, 1,600여 농가가 참여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모델로 성장하며 10년간 5,133억 원 매출, 3,00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덕분에 참여 농가 81%가 연 3,000만 원 이상 안정 소득을 확보했다. 이러한 정책 일관성과 주민 협력의 결과, 완주군은 인구 10만 명을 회복하며 지역소멸 대응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백서는 각 사례마다 다른 지역에서도 실천이 가능할 수 있을지 정책적 제언을 함께 담았다. 특히, 49개 사례는 정책 목적과 대상, 예산 및 조례 근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됐다. 덕분에 민선 9기 광역·기초 단체장 후보들이 지역 여건에 맞는 정책을 바로 골라 공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등 여러 범위의 지자체에서 실시할 수 있는 수준의 정책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어서, 지역 맞춤형 기후 공약을 만드는 데 참고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1.5℃ 경계선 돌파 직면할 민선 9기…“이제는 이행 속도와 정밀성이 관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2년 내 1.5℃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가운데 2026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출범할 민선 9기 지방정부 역시 기후대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지자체 역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책임지고 실행에 옮겨야 할 무거운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실천에 기후의 운명과 주민의 미래 삶이 모두 달려 있다.
나아가 202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석탄을 역전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분산형 에너지 체계는 지방정부의 도시계획·산업구조·예산 배분 방식까지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RE100 확대, 정의로운 전환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백서는 지역 기후정책이 단순한 기술·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복지·생태위기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임을 강조한다. 생태적 한계를 지키면서도 모든 시민에게 적정한 삶의 기반을 보장하는 ‘안전하고 정의로운 공간’을 지역이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점 역시 분명히 한다.
고이지선 지역전환팀장은 “백서에 담긴 사례들은 기후위기가 곧 지역의 삶과 경제를 바꾸는 문제임을 보여준다”며 “지역정부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주민의 생활비와 돌봄, 지역경제가 모두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할 수 있느냐’를 묻는 단계가 아니라 ‘어떻게 더 빨리·더 정밀하게 할 것인가’를 묻는 단계에 와 있다”며 “지역기후백서가 민선 9기 지방 정치인들이 지역에 맞는 기후공약을 설계하고, 당선 이후 곧바로 실행 계획을 짜는 데 쓰일 실천적 지침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기후백서는 녹색전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붙임] 언론 참고용: 지역기후백서 주요 7개 사례 요약본
언론 참고용: 지역기후백서 주요 7개 사례 요약
사례 1|아파트 옥상태양광, 관리비를 줄이고 탄소를 줄이다
아파트 RE100 옥상형 태양광 사업이 대표적이다. 2023년 기준 전국에는 아파트 18만 5,940동이 있으며 이중 4만 7,904동이 경기도에 있다. 이에 경기도는 전기비 부담을 줄이고자 2025년 옥상형 태양광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공모는 2개 단지를 대상으로 했으나, 참여수요가 예상보다 높아 경기 파주·평택·수원시 등 3개 단지가 최종 선정됐다. 설치용량 역시 계획한 270kW(킬로와트)로 확대됐다.
발전 전력은 개별 세대가 아닌 공용 전기료에서 직접 차감되는 구조로 운영된다. 이 방식은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세대가 동일하게 혜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된 첫 공공형 RE100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평택시 사례에서는 4개 동에 설치된 120kW 설비가 연간 약 160MWh(메가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공용 관리비 기준으로 연간 약 2,800만 원 절감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백서는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이 도입될 경우, 국내 전체 가구의 절반이 공용 전기료 절감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효과도 기대된다”며 “주민 합의, 누수 우려, 절차 부담 등 설치 장벽이 여전히 존재해 주민 이해 증진·관리주체 인센티브·자부담 완화 지원 등 제도적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례 2|익숙한 동네 공간을 ‘기후안심쉼터’로
정부가 운영 중인 실내 무더위 쉼터는 약 5만 3,411곳(2023년 기준)에 달한다. 여기에는 농협이나 은행 같은 민간 협력공간도 포함된다. 그러나 대부분 경로당 중심·운영시간 제한·낯설고 불편한 이용 환경 탓에 실제 이용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이러한 한계는 단순 시설 지정이 아니라, ‘생활형 기후돌봄’ 체계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근거가 되고 있다.
그 점에서 서울 은평구의 ‘은평서로돌봄공간’이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이 곳은 폭염 대책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건강·돌봄·사회적 안전망이 결합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단순 냉방 공간과 달리 이 쉼터는 ▲건강 체크 ▲응급 대응 ▲사회복지 상담 등 취약계층 기반 기후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4년 기준 11개 거점 공간을 운영 중이며, 1만 건 이상의 이용 기록이 확인됐다. 홀몸어르신·장애인·저소득층 이용률이 높았다.
광주광역시 역시 사회복지·재난안전·보건 체계를 통합한 기후돌봄 모델을 구축하고 있었다. 일명 ‘광주다움 통합돌봄’이다. 행정복지센터, 경로당 등 지역 기반시설을 폭염 쉼터 기능뿐 아니라, 방문 돌봄 서비스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눈여겨볼 점은 광주시의 경우 사람을 다시 동네로 모으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광주시 동구는 은둔·고립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를 개소했다. 누구나 문을 열고 드나들 수 있는 이 공간에는 하루 평균 50명 이상이 찾아와 식사하고, 세탁실·샤워실·문화 프로그램을 이용하며 관계를 회복한다.
일부 이용자들은 자조 모임을 꾸려 환경미화 활동까지 시작했다. 머무는 공간을 넘어 다시 사회로 연결되는 통로가 된 것이다. 단, 안정적 운영 재원, 돌봄인력 확보, 의료·복지·재난 체계 연동 등 제도적 연결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사례 3|그린리모델링으로 만드는 동네 일자리
에너지전환·돌봄·녹색건물 등 생활 기반 기후정책은 새로운 지역 녹색일자리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 통합돌봄 체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91개 민간기관과 연계돼 900명 이상의 지역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기후정책이 비용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새로운 연결 구조를 만드는 과정임이 드러난 것이다.
그린리모델링 역시 좋은 예다. 이는 흔히 단열과 창호 교체 같은 사업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지역 기반 녹색일자리를 만드는 대표 사업이다. 에너지효율 개선은 건물 부문 배출량 감축효과가 크지만, 현행 체계에서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투자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공공이 설계하고 움직여야 하는 영역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구조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꿈주택’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이 사업은 노후 주택을 대상으로 단열, 창호, 배관 등 성능 개선을 지원하면서, 지역 시공업체·에너지진단사·설계사·주택 컨설턴트 등 지역 기반 공급망을 함께 육성한 점이 특징이다.
당초 사업은 5년 간(2023-2027년) 연간 200억 원씩 1,000억 원 지원을 계획했으나 이후 지원 규모가 급격히 축소됐다. 이는 정부의 그린리모델링이 아파트 중심이라, 가장 취약한 단독·연립·다세대 주택이 소외됐기 때문이다.
백서는 민간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의 핵심 과제로 제도 기반 부족과 임대인–임차인 이해관계 조정 문제를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효율 의무화, 지구단위 리모델링, 보조금 확대, 녹색임대료 등 정교한 제도와 인센티브 마련이 필요하다.
사례 4|마이크로 그리드로 뒷받침하는 에너지 자립
대전 대덕구 미호동은 방치된 마을 공판장을 주민·협동조합·지자체가 함께 ‘넷제로공판장’으로 재생하며 지역 에너지전환의 거점을 만들었다. 미호동은 RE50+ 마이크로그리드 실증지로 선정돼 태양광·태양열·지열을 결합한 에너지 자립 모델을 구축했고, 2024년 기준 주민 93가구 중 66가구가 참여해 총 329kW를 확보했다.
설비 설치가 어려운 가구도 제외하지 않기 위해 임대주택 옥상 195kW 발전소를 가상으로 연결하고, 수익을 에너지바우처·농산물로 환원하는 공유햇빛발전소 모델을 구축해 참여 문턱을 낮췄다. 이는 국내 최초 수준의 가상상계·P2P 전력거래(개인 대 개인) 실증으로 평가된다.
넷제로공판장은 주민 장터·학교 운영과 RE100 실천을 결합해 생활경제와 기후대응을 동시에 추진했으며, 지열 난방을 도입한 마을회관은 돌봄·폭염대응의 커뮤니티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주민들이 앱으로 발전량·자립률을 직접 확인하는 ‘프로슈머 운영’이 가능해졌고, REC 기반 RE100 상품 실험 등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미호동은 현재 자립률 75%를 달성했으며, 추가 설비와 제도 정비가 이루어질 경우 RE100 마을로 완성될 잠재력을 보여준다. 다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는 아직 이뤄지지 못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례 5|지속가능한 축제로 기후도 살리고 지역도 살리자
지역 축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핵심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여가·문화 수요가 늘면서 지방정부와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와 육성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사단법인 시민자치문화센터의 ‘그린피겨스(Green Figures)’ 프로젝트 역시 이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 이 프로젝트는 축제의 환경적 영향을 데이터로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운영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체크리스트·관객 튜토리얼·탄소배출량 계산기 등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등 몇몇 축제에 시범적으로 적용하였으나 현장에서는 지속가능성 검증에 필요한 여력이 없고, 참여 동력이 부족해 실질적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백서는 이러한 시민참여형 모니터링의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각 사례마다 다른 지역에서도 실천이 가능하도록 정책적 제언을 함께 담았다.
사례 6|가축분뇨를 에너지로, 농촌 자립의 해법
34가구가 모여 사는 충남 홍성군 결성면 원천마을은 2016년 태양광 설치를 시작으로 주민 합의에 기반한 ‘가축분뇨 에너지화 사업’을 추진하며 에너지 자립을 모색해왔다.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은 2014년 결정됐지만, 수용성 확보와 주민 협의를 거쳐 2020년에 완공됐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머내협동조합’을 설립해 공동 운영 체계를 마련했다. 협동조합은 500kW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수익의 절반을 주민에게 배분하고, 절반은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가스 시설은 하루 110톤의 축분을 활용해 시간당 최대 430kW(현재 약 300kW)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한국전력에 판매 중이다. 34가구 규모의 작은 마을임에도 발전소 운영에 8명이 근무해 상당한 정규직 일자리 창출 효과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밖에도 주택 태양광 보급·그린리모델링·농촌형 RE100 실증 등도 병행하며 마을 단위 에너지 전환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사례 7|도서관을 시민의 거실로, 폭염 사회의 안식처
폭염이 일상화된 한국 사회에서 그늘과 냉방 제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폭염 대응은 지역 공동체의 붕괴를 막고, 시민들의 일상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공공 인프라 확충’과 맞닿아 있다. 그 속에서 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드나들며 머무를 수 있는 ‘시민의 거실’이자 기후위기 시대의 사회적 안전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서울 성동구청은 여름철 폭염 대응을 위해 구청 1층 책마루 도서관을 무더위 쉼터로 개방하고 있다. 평소에는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되지만, 체감온도 35℃ 이상이 이틀 이상 이어지는 폭염경보가 발령되면 24시간 쉼터로 전환된다. 최대 5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실제 폭염 시기에는 하루 10~20명이 이곳에서 잠을 청하기도 한다. 공공 도서관이 안전망 역할을 하며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현장 사례다.
전북 전주시는 ‘책의 도시’를 선포하며 도서관을 기반으로 한 인문관광 정책을 추진해 왔다. 시집도서관·여행자도서관·예술전문도서관 등 다양한 특화도서관을 조성해 시민 접근성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존 건물을 재생한 사례가 돋보인다. 덕진공원 팔각정은 호텔 개발 논의를 넘어 ‘연화정 도서관’으로 재탄생했고, 낡은 산업단지는 팔복예술공장으로 재생돼 도서관과 예술 공간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이처럼 도서관은 도시의 문화 플랫폼을 넘어, 폭염·재난·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 시대에 지역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