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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오해 ⑪ 주나라 후직의 탄생설화가 예수탄생 예언서가 되다

입력 : 2015-03-31 1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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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나라 후직의 탄생설화가 예수탄생 예언서가 되다

 

피겨리즘(Figurism=구약상징론)"은 17세기 말~18세기 초, 중국에서 활동하던 예수회 선교사들이 중국화된 선교방식을 찾기 위해 벌인 지적운동을 가리킨다. 예수회 선교사들은 중국 지식인들을 상대하기는 것보다 청 황제의 신임과 후원을 얻는 것이 선교에 더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그러면서《역경(易經)》을 고대 기독교의 비밀을 담고 있는 예언서로 받아들였다.

 

《시경- 대아(大雅) · 생민(生民)》은 주(周)나라 시조 후직(后稷)의 탄생설화이다. 제곡의 아내 강원(姜嫄)은 어느 봄날 나들이에서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 기이한 기운을 받고 그 해 말 추운 날에 태반에 쌓인 사내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비좁은 골목에 버리자 지나는 소와 양이 모두 피해갔다. 아이를 들판 가운데 얼어붙은 호수에 버리자 하늘에서 날아온 큰 새가 날개로 아이를 덮어주었다. 아이는 마침내 태반을 벗고 나와 울음을 터뜨렸다. 이 아이가 후직이다. 후직은 곡식의 신으로서 천상의 종자를 인간의 대지에 뿌렸고 신에게 올리는 제례를 창시했다.

 

선교사들은 이 탄생설화에서 강원을 성모 마리아라고 해석했다!! 후직은 버려졌고 예수도 말구유에 버려졌다. 둘의 탄생은 똑같이 겨울이다. 또한 신비한 새는 기독교의 비둘기, 날개로 후직을 감싸준 신비한 새는 천사. 천사가 하늘에서 맴돌면서 성스러운 아기의 얼어붙은 몸을 녹여 주었다.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 것은 신의 아들이 인간을 대신하여 받게 될 첫 번째 고통을 의미했다. 한자풀이도 독특한 계시로 해석되었다. ‘울다(제啼)"라는 글자는 ‘구(口)"와 ‘제(帝)"가 합해진 글자이니 하나님(上帝)이 우는 소리로 해석되었다. 후직의 어머니는 이름이 강원(姜嫄)이고 ‘강(姜)"은 ‘양(羊)"과 통하니 후직은 하나님의 어린 양이었다. 《생민》은 구세주 그리스도의 탄생 사건을 예언한 시가 되었다.

 

교회에서는 예수회 선교사들의 저작을 이단으로 단죄하고 폐기하도록 했다.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이 되는 영광을 중국인에게도 주다니!!! 뿐만 아니라 기독교 진리가 《성경》보다 먼저 쓰인 중국 고전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애써 증명하려 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교회는 중국인 신자의 조상제사를 금지시켰다. 이때부터 예수회 선교사들은 교회와 청 황실 양쪽으로부터 버림받았고 중국 선교사업은 위기를 맞아 쇠퇴기에 들어갔다.

 

다른 문화, 그것도 유럽문화보다 더 오래되고 어떤 면에서는 앞서 있던 중국에 유럽의 종교를 전파한다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 겪은 역사적 희비극의 한 단면이 이러했다.

 

 

 

 

박 종 일 (지혜의 숲 권독사)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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