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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에 쌀을 보내자

입력 : 2016-09-21 16:46:00
수정 : 0000-00-00 00:00:00

두만강에 쌀을 보내자

 

올해 쌀이 풍년이다.

9월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쌀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2만ha 이상 감소(현재 쌀 재배면적 77만9천ha) 했음에도 태풍과 홍수의 피해가 거의 없어,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증가하였다한다. 풍년이 기쁨이 아니라 쌀값 폭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9월 5일 기준으로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80kg 한 포대에 13만7천152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15만9천972원보다 14.3% 하락했다.

 

작년 11월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던 백남기 농민이 살수차의 물대포로 의식불명이 된지 300여일이 다 되간다. 그 때 전국의 농민들이 이 대회에 참여한 이유도 대통령이 약속한 ‘쌀 수매가 인상 공약’을 지키라는 것이었다. 2014년 80kg 1가마당 17만 원에서, 2015년에는 15만원 수준으로 떨여졌다. 올해는 어찌될 것인가?

 

쌀 재고 175만톤, 보관비 4천억원

이처럼 쌀값 폭락이 예측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보유한 쌀 재고가 산더미 같다는 것이다. 올 6월기준으로 쌀재고가 175만톤이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은 72만톤(~80만톤) 수준이니 적정 재고량의 2배나 되는 쌀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

 

쌀 재고가 많은 만큼 재고 관리 비용도 커지고 있다. 전국 양곡창고 3900곳에 나눠 보관되고 있는 재고 쌀의 경우 10만t을 보관하는데 연간 316억원의 비용이 든다. 4,000억원의 예산이 쌀을 보관하는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쌀 사료화? 해외원조? 대북지원?

일본은 오래전부터 쌀을 동물 사료로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부감이 크다. 농식품부에서는 쌀을 사료로 쓰는 데 법적 문제는 없지만, 결식아동과 기초생활수급자가 있고, 북한 기아 문제가 있어 반대여론이 클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에 대북 지원이나 해외 무상원조 등을 통한 적극적인 쌀 재고 감축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해외 원조는 대상국이나 국제기구와의 협의 기간이 오래 걸린다. 대규모 식량원조를 하려면 해외 원조 규약에 가입하고 상대방 국가의 이의 제기가 없어야 한다. 쌀 운송·수송 비용이 쌀 원가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북지원은 정부의 결단만 있으면 가능하다.

 

실제 2000년대 초 쌀 재고량이 증가했지만 2003년부터 쌀의 대북 지원이 늘면서 재고량이 많이 감소했다. 2003년 북한에 40만t의 쌀을 지원했고, 이후 지속적인 대북 지원으로 국내 쌀 재고량은 60만∼80만t을 유지했었다. 대북지원으로 쌀 재고를 감축하여 재고 관리 비용을 줄이고, 쌀값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남북교역이 중단된 2010년 5·24 조치 이후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은 물론 민간 차원의 쌀 지원도 끊긴 상태다.

 

 

두만강 유역 홍수피해, 14만 이재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는 9월 12일 태풍 ‘라이언록’으로 인한 폭우와 홍수피해로 북한 함경북도 일대에서 133명이 숨지고 395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3만 5천 500가구 이상 피해를 봤으며, 이 가운데 69%는 완전히 무너지고, 훼손된 공공건물도 8천 700채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14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달 초 수재민 1만 명이 석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의료구호장비 26개 세트를 현장에서 분배했으며, 대북 의료보건지원금 17만5천 달러(약 2억원)도 투입키로 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태풍과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 14만 명을 대상으로 긴급구호에 착수 했다. WFP는 당장 이재민들에게 시급한 것은 쉼터와 오염되지 않은 물, 보건 서비스, 식량과 영양 지원이라고 밝혔다. 4만 4천명을 대상으로 영양비스켓과 콩을 배급하였다고 밝혔다. WFP는 취약계층인 어린이와 여성 구호를 위해 당장 12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년 8월까지 계속 지원하려면 2,1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계가 돕는다, 우리도 쌀 보내자

3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달 홍수에는 못 산다고 했다. 더구나 해방 이후 최대의 대홍수라고 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 반대한다. 규탄한다.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1992년 1월 31일 남북간에 체결된 조약이다. 남북한의 총리가 1992년 1월 14일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비핵화공동선언에 서명한 후 교환했고, 보름뒤인 1월 31일 북한과 IAEA 사이에 핵안전협정이 체결됐다. 지금 북한이 핵 개발로 체제를 유지하려는 모든 행위는 남북간의 협정과 국제기구와의 협정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사람을 보자. 지금 우리는 북한 정권의 핵실험과 전쟁위협 체제유지에 분노하고 반대하고 있는 것이지,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 마저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집을 잃고 길에 나선 주민이 14만명이나 된다. 세계기구와 여러 나라에서 대북원조를 시작하고 있다. 바로 옆집이 홍수로 무너지고 길거리에 나앉았으면 밥을 나누고 잠자리를 챙겨주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이제 10월이 되면 홍수 피해 지역은 밤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한다.

 

쌀을 북한으로 보내자. 북한 정권이 아니라 두만강 홍수피해지역으로 보내자. 그렇게 해서 수천억원의 쌀 재고 비용을 줄이고, 풍년에 쌀값 폭락 시름하는 농민들의 한숨을 걷어내자.

 

어느 단체가 내건 이 구호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사랑과 용서로 하나된 국민이 최강의 국가안보입니다’이다.

 

 

 

#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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