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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통신] ⑮ 19대 대통령 선거와 언론

입력 : 2017-05-11 13:19:00
수정 : 0000-00-00 00:00:00

 

19대 대통령 선거와 언론 

 

대선 정국이다. 5월 9일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언론매체는 물론 만나는 사람마다 선거 이야기가 한창이다. 박근혜 구속 수사나 세월호 인양 조사와 같은 혼란한 정치 국면이 이번 선거를 더욱 가열시켰다. 그래서 대권 주자들이나 유권자들 모두가 대선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열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적폐 청산’과 ‘통합’이라는 단어가 일찌감치 등장했다.

 

‘적폐 청산’과 ‘통합’

사실 ‘적폐 청산’은 촛불에서 기인했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수많은 시민들을 분노케 했으며, 거리에서 행진하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폐단과 잘못된 관행들이 촛불을 모이게 했으며, 지금 대선에서 적폐 청산을 구호로 선정케 했다. 물론 선거에서 전략적인 구호로만 한정될 수 있으나, 전체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현 사회를 개혁이 요구되는 사회로 인식, 변화시켰다.

그리고 ‘통합’은 박근혜 탄핵 후, 정치인들의 구호에서 기인했다. 최고 권력자도 시민들의 요구가 있다면 법을 통해 권좌에서 물러난다는 우리 사회의 평등이 촛불의 성공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사회적 혼란을 마감하고 미래를 향한 통합의 시대를 만들고자 주창됐다.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은...

선거일을 앞둔 요즘,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은 “당신은 누구를 선택하십니까?”로 대두되고 있다.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는 여론조사 결과들은 누가 더 높은 지지도를 얻고 있는지, 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지 떠들썩하다. 대권 주자들은 ‘적폐 청산’과 ‘통합’ 그 이상의 구호들을 내세워 세상을 바꾸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일지 쉽지 않은 고민들이 한창이다.


▲ 독일 대통령 선거포스터에는 후보 번호가 없다.

언론의 작동, 표면적 문제에만 동의

대중매체의 위험은 혼란한 정국에서 제 역할을 더없이 발휘한다. 일련의 과정들에서 나타나는 언론의 작동 방식을 살펴보면, 먼저 촛불정국에서 사회적 개혁의 요구는 박근혜 탄핵으로 올인하기 위한 언론과 정치권의 합의였다. 왜냐하면 오늘날 한국 사회의 폐단과 잘못된 관행들이 무엇인지 사실상 구체적으로 나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수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탄핵을 넘어, 자신들이 처한 삶의 문제를 사회적 구조의 문제로서 토로했었다. 그러나 언론과 정치권은 표면적인 문제에만 동의할 뿐, 사회적 개혁이나 구조적 변화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다가 언론과 정치권은 ‘통합’을 주장했는데, 바로 이들의 분명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혼란의 원인을 오늘날의 사회적 구조가 아닌, 대중적 집회나 사상적 다양함에서 비롯된다고 일괄하기 때문이다. 어떤 언론매체도 어떤 정치 정당도 그리고 어느 대권 주자도 더 많은 촛불의 민심이 계속되어야 하며, 이것이 사회적, 정치적 개혁의 근원임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촛불의 연속성은 철저히 거부되었고, 박근혜 탄핵은 이미 무엇인가 쟁취된 승리로 호들갑을 보였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대선으로 또다른 혼란 정국이 고조되는 지금, 언론과 정치권은 “누구를 선택하는가?”의 물음으로 정치적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적폐 청산의 의미는 단지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는 선거용 구호, 즉 표를 얻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의 확산으로 사용되었다. 언론도 정치권력도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라는 의제는 대선에서 전혀 제외시켰다. 이는 대선 후 일련의 변화란 박근혜에서 000로 바통을 넘기는 수준의 변화만을 예측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앞으로 남은 대선 정국은 혼란과 혼동 속에 사회적, 정치적 개혁을 위한 과정이 아니며, 촛불이 만들었던 개혁에 대한 요구가 오히려 은폐, 축소되는 과정이 될 상황이다. 2017년 5월 9일은 '적폐 청산'은 사라지고 권좌에 새로운 인물만이 등장하는 날이다. 더 나아가 이 날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종료일이다.



 

#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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