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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렬 미디어칼럼<14> 국민연금 개혁, 언론은 무엇을 짚어야 하나?  

입력 : 2025-03-25 02:55:25
수정 : 2025-03-25 02:58:57

윤장렬 미디어칼럼<14> 국민연금 개혁, 언론은 무엇을 짚어야 하나?

 

 

                                                                           윤장열 (언론학자)

 

지난 320,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다. 이는 18년 만에 이루어진 연금 개혁으로, 여야가 오랜만에 합의한 중요한 개혁안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면, 개혁의 실질적인 의미와 문제점에 대한 비판적인 분석보다는 단순히 합의와 개혁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직접 연금을 부과하는 제도인 만큼, 이번 개혁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연금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먼저, 연금 개혁의 핵심 목표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면서도 노후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지금의 근로 세대가 보험료를 내고, 당대의 연금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부과방식과 적립 방식의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개혁안이 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은 당장 부족분을 메울 수는 있다. 하지만 연금 개혁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준다거나 또는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논리는 엄밀히 말해 어불성설이다.

 

둘째, 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현재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이미 생활비와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서민층과 중산층에게는 특히 큰 부담이 된다. 이는 개인의 경제적 부담을 넘어서 소비 위축을 초래하는 경제 전반의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연금 개혁이 국민들의 실제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국민연금이 앞으로도 개혁돼야 한다는 주장의 주요 배경은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이다. 노동인구 감소는 연금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연금 제도는 장기적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개혁안은 보험료율 조정과 지급 방식 개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논의가 부족하다. 노동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운영 방식과 제도적 한계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있다. 일자리 감소는 국민연금의 근간인 노동자들의 연금 납부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노동자 수가 줄어들면 연금 기금의 재정 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개혁안이 단순히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제시되지만,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언론은 이번 개혁이 가져올 장기적인 영향을 심도 있게 다뤄야 하며, 사회 구조적 변화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금 개혁은 단순히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차원을 넘어, 연금 제도의 지속 가능성과 국민 개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모로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는 국회에서 진행된 논의와 보험료율 조정, 또는 미래 세대를 보호를 강조하는 젊은 국회의원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받아쓰기식 취재와 무비판적인 언론 보도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재정 보전책이 아니라, 고령화 및 자동화 시대에 대비한 장기적인 생산과 분배 방식에 관한 논의이다. 그리고 정책적 개혁이 국민 개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래 사회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언론은 여야 합의로 이루어진 개혁의 단순한 사실을 보도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속 가능한 생산과 분배 방식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를 촉구해야 한다. 언론은 비판적이고 적극적인 분석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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