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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엔 걸어서 가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3) ‘처음 그리고 시작’ 숲속작은도서관 첫 번째 큐레이션  

입력 : 2023-11-01 06:53:45
수정 : 0000-00-00 00:00:00

우리마을엔 걸어서 가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3)

 

처음 그리고 시작

숲속작은도서관 첫 번째 큐레이션

 

 

당신이 알고 있는 도서관의 형태와 모양은 어떠한지 이야기할 수 있는가?

내가 방문했던 도서관은 다양한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어릴 적 방문했던 곳에는 어린이 자료실보다는 어른들의 자료실이 먼저였다. 1층에는 종합자료실과 사무실, 2층에는 독서실, 한쪽에는 시청각자료실, 그리고 휴게실이 있었다. 조금 더 큰 규모의 도서관을 방문하며 각 도서관의 특징에 따라 복도 공간에 그림을 전시하기도 하고 어린이 자료실도 유아의 눈높이에 맞게 꾸며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 경기도작은도서관협의회 멘티 사업을 통해 파주시의 몇 군데 도서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음악, 햇빛이 잘 드는 창가, 아이들과 청소년을 비롯한 도서관 방문자가 편안하게 앉아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처음부터 이런 공간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청소년들이 관심 있는 책을 읽고 사후활동 동아리를 하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뜨개질 수업을 하고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유용한 강좌를 열어 지속적인 발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는 얘길 들으니 우리 아파트에도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내 자생단체인 드림커뮤니티회원 중 한 분인 이유님이 같이 도서관에 가봐요라고 이야기하셔서 함께 방문했다. 지금은 쓰지 않고 집 한쪽에 둘둘 말려져 있는 어린이용 바닥 매트를 가지고 내려갔다. 이왕 작은도서관에 내려간 김에 매트도 깔고 큐레이션 작업도 진행할 겸 단톡방에 번개를 쳤다.

저녁 9시였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께서 모였고 매트를 깔면서 자연스럽게 책 읽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매트는 여름 내내 습기를 머금었는지 축축한 느낌이 있어 닦아내고 바닥에 잘 부착되도록 테이프로 고정을 했다. 마침 청소해주시는 커뮤니티 직원분께서 안 그래도 조금 전에 바닥을 닦아뒀어! 잘됐네하시는데 어찌나 감사하던지... “휴게시간에 이 공간에 오셔서 쉬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야기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매트 깔기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져 도서관 책장 가운데를 비우고 책장 구성을 다시 할 수 있었다. 전집 형태의 책은 구석으로 보내고 베스트셀러, 신간 위주로 책을 꽂아두었다.

 

 

 

처음 이 도서관을 방문하게 된 날이 떠올랐다. 작은도서관 멘티사업 진행으로 멘토님들이 방문했던 날이다. 나는 당시에 글쓰기 강사로, 책을 내고 마을에서 북토크를 한 저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일들이 하나 둘 스쳐지나가며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왜 하고 있는가?’ 생각했던 시간도 있으나 이왕이면 나와 다른 사람에게 좋은 것으로 이 공간을 구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도작은도서관협의회 지원으로 참여하게 된 멘티도서관의 일원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며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보육교사로 일할 때 수업을 준비하고 기획하고 사후활동까지 책임졌었지만, 큐레이션은 생소했고 도서관이라는 영역은 활동을 해본 적이 없어 두려웠다.

고민하던 중에 꿈더하기작은도서관 이진희 관장의 도움으로 첫 큐레이션 작업은 처음’ ‘시작을 의미하여 진행해보았다. 작은도서관이 있긴 했으나 나조차도 몰랐던 공간이니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첫마음을 담아 입주민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시작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멋진 일이고 희망찬 일이니 우리는 그 기쁜 마음을 기념하여 시작해보고자 한다. 그렇게 우리는 이전과 달라진 이 공간에 사랑의 온기를 불어넣을 생각이다.

 

-파주시 작은도서관 협의회의 지원과 파주탄현작은도서관의 권숙현관장님의 골판지의자, 어린이용 탁자, 미니쇼파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이서희 에세이스트

#1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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