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명과 안전의 의제’가 앞으로 나와야 한다 - ‘생명·안전 10대 과제’를 약속하는 정치를 원한다.
수정 : 2022-03-18 07:09:25
<사설>‘생명과 안전의 의제’가 앞으로 나와야 한다
- ‘생명·안전 10대 과제’를 약속하는 정치를 원한다.
작년 10월 경동건설에서 추락하여 사망한 정순규 노동자의 아들이 추모식에서 호소했다.
“오늘도 전국 어디선가 목숨이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건설현장 추락 노동자는 42,000여 명이며, 매년 300여명 이상의 故 김태규님, 故 정순규님 처럼 많은 가족들이 퇴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가족들은 땅을 치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산재사망은 추락사가 가장 많음에도 정녕 막을 순 없는 현실인걸까요? 막지 못하는 걸까요?
수많은 산재사망과 추락사 노동자들을 기억하며..경동건설이 기업살인한 故정순규 아버지를 추모해주세요.”
이 추모식이 있는 후에도 산업재해는 계속되고 있다. 작년 전남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잠수 작업)을 하다가 홍정운 학생이 사망한 일이 국민의 공분을 샀지만, 기업주는 징역 7년형에 그쳤고, 현장실습제도는 고쳐지지 않고 있다. 올해만도 2~3일에 한번씩 노동자들이 추락하고 사망하는 뉴스를 계속 접하고 있다. 광주버스정류장 참사,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참사, 성남 판교제2태크노밸리 건물 승강기 추락으로 2명 사망, 학교 옥상 작업중 추락, 오피스텔 공사현장 추락사....
“매일 5, 6명의 노동자들이 아침에 출근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오지 못합니다.”
근래에 출간된 [2146, 529]라는 책에 쓰여진 글이다. 이 책은 작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산업재해로 사망한 고인들에 관한 기사를 노동건강연대가 기획하여 만든 책이다. 2146은 1년간 산재사망자 추정치 숫자이다.
지난 2월 9일 서울시의회 세월호 임시 기억공간 앞에서는 20대 대선후보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이 열렸다. 가족을 산업재해와 재난 참사로 잃은 유가족들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각 정당 대선후보들에게 생명안전 공약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생명안전 시민넷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대구지하철참사 희생자대책위, 산재피해가족모임 ‘다시는’,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등이 국민약속식을 주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노동당 이백윤 후보, 기본소득당 오준호 후보,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20대 대선후보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 참석했다. 유력 대선 주자인 국민의힘 윤석열후보는 참여하지 않았다.
국민약속식에서 산재 및 재난 참사 가족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생명·안전 10대 과제’를 대선후보들에게 제시하고 실행 약속을 받았다. 단체들이 선정한 생명·안전 10대 과제는 △노동자 생명‧안전 차별, 불평등 해소 △모든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및 상병수당 도입 △중대재해법 개정과 실질 적용 △생명안전 일자리 창출 및 위험의 외주화 금지 △과로사 예방 및 정신건강 보장 △노동자 시민의 알 권리와 일터 참여권, 작업중지권 보장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및 피해자 권리 보장 △인권 원칙에 기반한 감염병 방역체계 및 공공의료 체계 확충 △교통안전 강화 △화학사고 및 화학물질 대책이다.
생명안전시민네트워크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훈 작가는 “20대 대선에서 생명과 안전의 의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대선후보들에게 재난과 참사를 막기 위한 정책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도 당부한다.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이 당부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도 던지는 요구이다.
#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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