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주택 소유가 아니라 주거복지로 가야한다. - 베를린의 대형부동산기업의 주택 국유화 시민투표를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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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주택 소유가 아니라 주거복지로 가야한다.
- 베를린의 대형부동산기업의 주택 국유화 시민투표를 앞두고
▲ 5월 23일 베를린에서 열린 '미친임대료' 및 '도이체보넨 몰수' 시위
오는 9월 26일에 독일에서 총선이 있다. 또 다른 투표도 있다. 부동산 기업의 국유화를 결정하는 시민투표이다. 이 투표는 베를린의 거대 부동산 기업이 소유한 주택 24만채를 모두 국유화하자는 것이다.
이 투표는 의원이나 정부가 발의한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베를린 유권자 35만명의 서명을 받아 시민투표가 성사된 것이다. 이 결과 ‘대형 부동산기업의 주택 국유화 법률안 마련을 위한 시민 결정’안에 찬반 투표를 하여, 투표자의 과반수 찬성, 베를린 유권자의 4분의 1이상이 찬성하면 결정된다.
만일 찬성으로 결정하게 된다면 다음사항을 입법화해야한다.
1. 기본법 15조에 따라 베를린에 주택 3000채 이상 소유한 부동산 기업의 주택을 국유화한다.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하는 주택조합 등은 국유화하지 않는다.
2. 국유화한 주택 관리는 공기업(Anstalt des öffentlichen Rechts)을 통해 이윤이 아닌 공익에 따라 운영한다.
3. 주택 관리는 직원들과 세입자, 시가 다수결에 따르는 민주적 방식을 따른다.
4. 공기업 정관에 재민영화를 금지한다.
5. 국유화 대상 기업에는 시장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보상한다.
놀라운 일이다. 민간 임대사업자의 주택을 국유화하다니!!
부동산이 계속 뛰고 있다. 세계적 현상이다. 소득으로 자산이 형성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과 무주택자들이 소위 ‘영끌대출’(영혼까지 끌어다가 대출받아 부동산투자하는 것)을 하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용어까지 유행했다. 여기에다 LH공사 직원들의 불법 부동산 투기가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부어, 집권당이 보궐선거에서 패배했다.
이후 정치권에서 각종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다. 투기과열지역 및 조정대상지역지정, 대출규제 등 금융대책,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다주택자 세금강화, 분양가 상한제. 이 외에는 행복주택, 신혼부부 주택, 공공임대주택 보급 등의 정책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박정의원은 ‘누구나보증’을 통한 LH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주거비 부담 완화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부동산 정책은 주거복지정책이 아니라, 주택소유를 기조로 하는 정책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4.2%로 전체 가구 수보다 84만여채가 더 많다. 그럼에도 주택공급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고, 최근 대통령 예비후보들도 주택 100만호 건설, 기본주택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주택소유를 기조로 하는 부동산정책은 주거복지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서울의 1인 20∼34세 청년가구 중 주거빈곤가구의 비율은 30%에서 2015년 37%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국 전체 청년 가구 중 주거빈곤상태에 있는 가구는 17.6%인 45만 가구다(2018년 통계청의 'KOSTAT 통계플러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집이 아니라, 주거 복지이다.
이제 베를린의 시민투표에서 보듯이, 국가와 지방정부가 직접 공공임대, 평생주택, 사회주택과 같은 공공주택의 보급자로 나서야한다. 싱가포르처럼 땅과 주택은 나라의 소유이되, 시민들의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토록 하면 되는 것이다.
더 이상 민간 건설업자의 주택 공급, 민간임대사업자에게 주거복지를 내맡겨서는 안된다.
#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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