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 정조지(林園經濟志 鼎俎志)》 음식요리백과사전 전4권 출간
수정 : 2020-08-28 07:52:48
《임원경제지 정조지(林園經濟志 鼎俎志)》 음식요리백과사전 전4권 출간
○ 4종의 현존 필사본 모두를 대조하고, 인용문헌(총 178종)을 대조하여 원문을 교감⦁표점함으로써 정본화(定本化)를 거친 최초의 완역본
○ 《정조지》 음식을 그대로 재현한 음식 사진 536장 수록
○ 총 1,748개(조선 최다)의 방대한 한⦁중⦁일 레시피(recipe: 조리법) 소개
○ 심지어 서양의 카스테라 만드는 법도 수록
○ 치밀한 음식이름⦁음식재료 고증
○ 체계적인 음식 분류
○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고사와 시 소개
○ 풍석 서유구가 직접 요리한 레시피도 수록
2020년 풍석문화재단과 임원경제연구소가 조선 후기에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했던 풍석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의 16개 분야 중 음식요리 백과사전인 《정조지(鼎俎志)》(전4권)를 번역 출간했다.
이번 출간본은 정본화(定本化)를 거친 《정조지》 최초의 완역본으로서 전체 4권, 총 1,368쪽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정확한 교감을 거친 한문 원문에 구두점을 찍어 번역문과 나란히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편집하였으며, 재료와 도구, 임원경제연구소⦁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및 여러 음식 전문가가 《정조지》 음식을 재현한 사진 536장, 그림 99장, 표 17개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책 제목에 들어 있는 ‘정조鼎俎’는 솥과 도마를 뜻한다. 이들은 고대 제사에서도 사용한 오래된 기물이다. 정鼎은 희생을 삶고 조俎는 고기를 크게 잘라 올리는 데 썼다. 음식의 의미를 오래된 제의(祭儀)에서부터 살펴보려는 생각을 엿볼 수 있겠다.
그림. 청동솥과 옻칠한 도마(적대, 적틀)
사전의 형식을 취한 이 《정조지》는 얼핏 보면 당시 조선의 음식문화를 풍부하게 소개한 민속학적 보고서로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19세기 전반기 조선 최고의 학자중 한명이자 관료였던 서유구는 조선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비전으로서 《임원경제지》를 구상했으며, 음식의 기초지식과 텃밭에 뿌리를 박고 인간의 삶과 깊은 관계를 맺은 음식생활의 청사진으로 제시한 미래상이 바로 《정조지》인 것이다.
의학서적으로는 세계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은 중국의서의 핵심 위에 우리의 지식을 얹은 명저라고 할 수 있는데, 《정조지》는 서유구 자신이 지은 우리의 음식서적인 《옹치잡지》를 중심으로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중국⦁일본⦁서양에서 흡수하여 집대성한 역작이다.
《정조지》의 대표 역자 정정기 박사는 서울대학교에서 가정학을 전공하고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와 도올서원에서 한학과 동양사상을 수학했다. 그러나 막상 《정조지》를 번역하면서, 한학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전문적인 음식 분야의 벽을 느꼈다. 그러던 중 2005년 3월 한양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효지 교수팀을 자신의 교열역회에 모시고 2007년 6월 8일까지 47회의 세미나를 진행했다. 또 생소하고 난해한 영역으로 다가왔던 “술”을 이해하기 위해 (사)한국전통주연구소에서 박록담 소장에게 전통주 빚는 법을 배웠고, 그후 계속해서 술을 빚으며 궁금한 점을 해결하여 번역에 반영함은 물론, 농부, 음식연구자, 조리사들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임원경제지》와 《정조지》에 관한 다양한 강의를 해왔다.
그림. 짚불로 항아리를 소독하는 정정기 박사
일반인 대상의 강좌뿐만 아니라 음식 전공자들과 세미나와 공동작업도 진행했다. 2014년에는 음식전문가 문성희 선생과 《정조지》 음식을 재현하여 《풍석 서유구 선생의 생명밥상》이라는 책을 펴냈으며, 떡 전문가 탁준영 원장과 《정조지》의 떡을 재현하여 2019년 세계요리경연대회 떡부문에 참가하여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림. 2019년 세계요리경연대회에 출품한 《정조지》의 떡
한편 풍석 서유구의 생애와 업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서유구 저술의 번역⦁출판 및 현대적 문화콘텐츠 생산에 힘쓰고 있는 풍석문화재단에서도 《정조지》와 관련해서 많은 일을 해왔다.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 곽미경 소장은 풍석의 삶과 음식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낸 《조선셰프 서유구》를 펴냈다. 또한 음식연구소에서는 《정조지》 음식 재현과 현대적 창조 및 출판, 요리 교실과 유튜브 방송을 통한 대중과의 소통, UCC공모를 통한 새로운 인재와 콘텐츠의 발굴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음식연구소의 활발한 사업으로 출판된 책으로는 《조선셰프 서유구의 김치 이야기》, 《조선셰프 서유구의 포 이야기》, 《조선셰프 서유구의 떡 이야기》, 《조선셰프 서유구의 술 이야기》, 《조선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 《조선셰프 서유구의 과자 이야기1: 밀전과편》이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방대한 《정조지》의 음식들을 차근차근 풀어낼 계획이다.
사진. 풍석문화재단에서 펴낸 책들
임원경제연구소와 정정기 박사가 번역하는 틈틈이 직접 밭 갈고 농작물 심고 술을 빚어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데 힘쓰려 했던 이유는, 번역의 질을 높이기 위함뿐만 아니라 바로 풍석 서유구의 실용정신을 실천하고자 함이다. 머리와 입으로만 실사구시를 외쳐봐야 서유구가 경계했던 ‘흙으로 끓인 국이나 종이로 만든 떡(土羹紙餅)’처럼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림. 《임원경제지》 오사카본 《정조지》 오사카본
《임원경제지》의 구성과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본리지》: 곡식농사
2. 《관휴지》: 채소⦁약초농사
3. 《예원지》: 화훼농사
4. 《만학지》: 과실⦁나무농사
5. 《전공지》: 옷감농사
6. 《위선지》: 농업기상
7. 《전어지》: 목축⦁사냥⦁어로
8. 《정조지》: 음식⦁요리⦁술
9. 《섬용지》: 건축⦁도구⦁일용품
10. 《보양지》: 양생⦁건강
11. 《인제지》: 의학
12. 《향례지》: 의례
13. 《유예지》: 교양⦁기예
14. 《이운지》: 문화예술
15. 《상택지》: 주거선택
16. 《예규지》: 가정경제
이를 간단히 요약하면, 《임원경제지》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급한 의식주를 해결하고 병을 치료하며, 필수적인 관혼상제를 적절하게 치루고, 여가가 생기면 취미생활을 하며, 더 나아가 좋은 집과 부를 추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정조지》를 중심으로 보자면, 《정조지》 이전 단계는 곡식농사를 손수 짓고 채소를 텃밭에 기르고, 마당가에 과실나무를 심고, 농한기에 사냥과 길쌈을 하는 등 모든 요리의 재료를 직접 준비하는 과정이다. 이후의 단계는 음식문화가 넉넉하게 밑받침이 되고 어우러져야 의미가 있는 분야들이다.
《정조지》는 크게 〈음식재료 요점정리〉, 〈익히거나 찌는 음식〉, 〈달이거나 고는 음식〉, 〈볶거나 가루 내어 만든 음식〉, 〈음료〉, 〈과줄〉, 〈채소 음식〉, 〈가르거나 삶아서 조리하는 음식〉, 〈조미료〉, 〈술〉, 〈절식〉의 11개 분야로 구성되었다. 표제어는 총 1,059개, 전체 기사수는 2,288개, 인용문헌은 전체 178종, 전체 글자수는 129,099자이다.
《정조지》에 보이는 음식의 레시피는 총 1,748개이다. 조선 문명에서 나온 음식 요리서적 중 비교할 대상이 없는 최대의 분량이다. 《정조지》의 규모를 짐작하기 위해서 조선의 대표적인 고조리서 《음식디미방》과 《규합총서》의 요리법 가짓수를 조사한 결과 각각 192개와 541개였다.
「《정조지》 해제」(정정기 씀)를 중심으로 《정조지》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음식재료 요점정리〉에서는 음식 재료를 물⦁곡식⦁채소⦁과일⦁짐승⦁새⦁물고기⦁양념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음식 재료에 대한 설명은 본초학적 사유에 기반해서, 중국의 《본초강목(本草綱目)》⦁《식료본초(食療本草)》⦁《신농본초(神農本草)》⦁《명의별록(名醫別錄)》⦁《식물본초(食物本草)》⦁《본초습유(本草拾遺)》⦁《본초연의(本草衍義)》⦁《석씨식감본초(石氏食鑑本草)》, 일본의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 조선의 《동의보감(東醫寶鑑)》⦁《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등 동아시아 삼국에서 의학을 다룬, 다양한 고서를 인용한다. 예를 들어 물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하늘이 사람을 낳고 물과 곡식으로 기르므로 물과 곡식이야말로 사람의 영혈(榮血)과 위기(衛氣)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라고 설명한다.
“물”에서는 11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곡식”에서는 37가지를 소개하고, “채소”에서는 74가지를 소개하며, “과일”에서는 48가지를 소개하고, “짐승”에서는 11가지를 소개하며, “새”에서는 13가지를 소개하고, “물고기”에서는 35가지를 소개하며, “양념”에서는 8가지를 소개한다.
〈익히거나 찌는 음식〉에서는 “밥”과 “떡”을 다루고 있다. “밥”에서는 영양밥⦁옥정반⦁고구마밥 등 24가지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 《정조지》1, 청정반(靑精飯) 짓기(청정반방)
그림. 밥 푸고 상 차리는 모양(기산풍속도)
풍석은 자신의 저서인 《옹치잡지》를 인용하여 ‘영양밥’과 ‘고구마밥’ 짓는 법을 설명하면서 직접 밥을 해본 경험이 없으면 쓸 수 없는 친절한 표현을 쓰고 있다.
“떡”에서는 시루떡⦁과일떡⦁무떡⦁불떡⦁아랍부꾸미⦁외랑병 등 97가지 요리법을 소개한다. 장단(현 파주시 군내면)에 거주했던 서유구는 가까운 황해도 연안(延安)의 ‘인절미’를 좋게 평가했다. 그 이유는 단지 찹쌀이 다른 지방보다 좋아서만이 아니라 반드시 먼저 쌀을 찧어 가루를 만든 뒤에 무르게 푹 쪄서 떡메로 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가루 내지 않은 인절미에 비하여 기름지고 찰지며 밥알갱이가 남아 있지 않는 것이다.
그림. 《정조지》1, 무떡(내복병) 만들기(내복병방)
〈달이거나 고는 음식〉에서는 “죽” 107가지 요리법, “조청과 엿” 11가지 요리법을 소개한다. 현대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죽은 그 종류가 다양하여 부록까지 포함하면 87개 표제어에 요리법은 107가지나 된다. 옛날의 죽 요리는 곡물, 채소, 약물로 죽을 쑤어 병을 다스리는 경우가 매우 많았는데 그 중에는 밥 대신 먹어도 손색이 없는 죽들이 많다. 식혜를 졸여 조청을 만들고 조청을 수백 번 잡아당겨 하얗고 긴 엿가락을 만드는 방법도 소개한다.
〈볶거나 가루 내어 만든 음식〉에서는 “미숫가루” 16가지 요리법, “면” 33가지 요리법, “만두” 28가지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미숫가루는 음식 중에 소박한 끼니거리인데다, 휴대가 간편하여 여행이나 산행길에 빠뜨릴 수 없는 음식으로 꼽힌다. 파리번데기즙미숫가루, 천금미숫가루, 대추미숫가루, 산딸기미숫가루 등 특이한 미숫가루도 보인다. 밀이나 보릿가루를 면(麪)이라 하고 곡물, 채소, 과일, 콩 가루도 가차하여 면이라 한다.
그림. 국수 누르는 모양(기산풍속도)
“만두”에서는 김치, 꿩, 숭어, 오리, 양, 게, 참새, 연밥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만두가 호기심과 입맛을 자극한다.
〈음료〉에서는 “탕(뜨거운 물로 우린 음료)” 21개 요리법, “장(숙성음료)” 11개 요리법, “차” 23가지 요리법, “갈수(청량음료)” 7가지 요리법, “숙수(달인 음료)” 7가지 요리법 등 모두 69가지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탄산음료와 첨가물 가득한 요즘의 음료를 대신할 수 있는 건강한 음료들이다. 이 중에서 밤송이를 달인 물인 ‘율추숙수(栗皺熟水, 밤송이숙수)’는 흉격을 맑게 하고 담을 삭이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소박한 음식이면서 약이 되는 이러한 음료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의 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림. 《정조지》2, 율추숙수(栗皺熟水, 밤송이숙수) 만들기(율추숙수방)
〈과줄〉에서는 밀전과(과일꿀조림) 49가지 요리법, 당전과(과일설탕절임) 36가지 요리법, 포과(말린과일) 49가지 요리법, 외과(과일구이) 20가지 요리법, 법제과(법제과일) 14가지 요리법, 점과(유과) 22가지 요리법을 다루고 있다. 법제과에는 ‘승련옥로상(升煉玉露霜)’의 제법이 그림과 함께 전하는데, 《정조지》에 수록된 유일한 그림 자료이다. 승련옥로상은 입에 머금으면 담을 삭이고 화(火)를 내려주어 차에 견줄 수 있고 화증(火症)도 겸하여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림. 《정조지》2, 밀전서과(蜜煎西瓜, 수박꿀조림) 만들기(밀전서과방)
그림. 승상도(오사카본)
〈채소 음식〉에서는 “채소 절이기(엄장채, 醃藏菜)” 35가지 요리법, “채소 말리기(건채, 乾菜)” 38가지 요리법, “식향채(食香菜, 식향을 가미한 채소)” 13가지 요리법, “자채(鮓菜, 담금채소)” 10가지 요리법, “제채(韲菜, 절임채소)” 45가지 요리법, “김치(저채, 葅菜)” 18가지 요리법, “자잡채(煮煠菜, 삶거나 데친 채소)” 57가지 요리법, “외증채(煨烝菜, 굽거나 찐 채소)” 17가지 요리법, “유전채(油煎菜, 기름에 지진 채소)” 13가지 요리법, “수채(酥菜)” 9가지 요리법 등 모두 255가지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 《정조지》2, 식향과(食香瓜, 식향을 가미한 오이) 만들기(식향과방)
냉장고와 첨가물이 없었던 전통사회에서 데치고 찌고 말리고 절이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신선하고 맛있는 채소음식을 공급했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두부’ 만드는 법은 풍석의 할아버지인 서명응(徐命膺, 1716~1787)의 《고사십이집》에서 인용했다. 또 ‘청포’에 대해서는 할아버지의 《고사십이집》과 본인의 저서 《옹치잡지》에서 나란히 인용했다. 서명응⦁서호수⦁서유구 3대가 농서를 쓴 일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업적인데, 이곳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요리법을 나란히 볼 수 있으니, 매우 이채로운 일이다.
그림. 두부 짜는 모양(기산풍속도)
〈가르거나 삶아서 조리하는 음식〉에서는 “갱확(고깃국)” 121가지 요리법, “번자(불에 구워 조리하는 음식)” 52가지 요리법, “회생(육회와 생선회)” 23가지 요리법, “포석(육포와 어포)” 34가지 요리법, “해자(젓갈과 식해)” 54가지 요리법, 생선이나 고기 절여 저장하기(엄장어육) 19가지 요리법, “고기의 기타 요리법” 6가지 요리법 등 모두 309가지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갱확”에서 최고의 요리로 손꼽히는 열구자탕은 조리 도구인 신선로가 독특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로 유명하다. 소 가슴 밑살⦁소 위살⦁소 천엽살⦁돼지 살코기⦁저장하육[猪腸下肉, 돼지막창 일명 사기가(沙器家)]⦁닭고기⦁꿩고기⦁붕어⦁숭어⦁말린 전복⦁해삼⦁파⦁부추⦁미나리⦁배추⦁순무⦁무⦁오이⦁생강⦁고추⦁천초⦁후추⦁잣⦁말린 대추⦁계란 흰자 등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그림. 《정조지》3, 전립투
풍석은 돼지를 구울 때 냉수 한 동이를 옆에 두었다가 굽자마자 물에 담기를 10여 차례 반복한 뒤에 기름간장과 양념을 바르고 다시 구우면 매우 연하고 맛이 있다고 했다. 쇠고기를 연하게 구운 설하멱(雪下覓)처럼 고기를 굽다가 물에 넣었다 빼는 과정을 반복하는 고기 굽기의 새로운 방식을 소개한 것이 이채롭다. 쇠고기육회는 소 위장과 소 천엽을 함께 끓는 물에 약간 데쳐 내고, 얇게 썰고 다시 실처럼 채로 썰어 간장 식초와 함께 먹거나 겨자장과 함께 먹는다고 한다. 생선회로는 동치회(凍鯔膾)가 있다. 겨울에 숭어를 잡아 얼음이나 눈 위에 하룻밤 내어두어 충분히 얼린 뒤에 비늘과 껍질을 제거하고 잘 드는 칼로 나뭇잎처럼 얇게 저며 겨자장에 찍어 먹으면 극히 상쾌하고 맛있다고 한다.
그림. 《정조지》3, 사슴고기육포(녹육포) 만들기(녹육포방)
〈조미료〉에서는 “소금” 7가지 요리법, “장” 46가지 요리법, “두시” 14가지 요리법, “식초” 47가지 요리법, “기름과 타락” 42가지 요리법, “누룩과 엿기름” 37가지 요리법, “양념” 16가지 요리법 등 모두 209가지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림. 《정조지》3, 메주 만들기[造末醬]
우리가 보통 깨소금이라고 지칭할 때는 참깨만을 볶아 찧은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조지》에 인용된 《옹치잡지》의 배염마설(配鹽麻屑)을 통해서 보면 말 그대로 깨와 소금을 합해놓은 양념임을 알 수 있다. 어디에 써도 잘 어울리는 만능 양념으로 소개되어 있다.
〈술〉에서는 술 빚는 여러 방법⦁이류⦁주류⦁시양류⦁향양류⦁과라양류⦁이양류⦁순내양류⦁제차류⦁앙료류⦁예류⦁소로류⦁술 고치는 여러 방법⦁술 보관할 때 주의사항⦁약재로 빚는 술⦁술 마시는 여러 방법 등 모두 296개의 요리법을 소개한다.
그림. 《정조지》4, 소국주(少麴酒) 빚기(소국주방)
“시양류”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약산춘(藥山春)’은 서유구의 직계조상인 충숙공(忠肅公) 서성(徐渻)이 빚은 술이다. 풍석은 서성의 집이 약현(藥峴)에 있었기 때문에 약산춘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인식을 명료하게 하고 있다.
술을 탁주, 청주, 소주로 나눠서 볼 때 북쪽 지방의 추운 곳에는 소주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퍼지고 남쪽 지방의 따뜻한 곳에서는 청주나 탁주의 소비가 더 활발하다. 탁주에서 청주로 가는 변화는 청주에서 소주로 가는 변화에 비하면 지엽적인 변화이다. 소주의 발명은 술의 유통기한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거의 무한대로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탁주나 청주에 비하여 소주는 알콜도수가 높은 고급의 주종으로, 신체적⦁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주기도 한다. 소주의 다른 장점을 들자면 맛이 간 술을 증류하여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이다. 상한 술도 증류하면 마실 만한 소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제지》 등에서 의료적 쓰임도 넓다. 평생 고구마 재배와 그 활용법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 풍석은 고구마술과 이를 증류한 고구마소주도 소개하여 주목할 만하다.
그림. 《정조지》4, 부의주(浮蟻酒) 빚기(부의주방)
〈절식〉에서는 설날⦁입춘⦁정월대보름⦁중화절⦁중삼절⦁등석⦁단오⦁유두⦁삼복⦁중구⦁동지⦁납평의 절식 등 모두 104가지 절기 음식을 소개한다. 현대에 와서는 그 의미가 퇴색되어 많이 사라졌지만, 전통 사회에서는 삶의 리듬을 주는 절식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설날의 떡국, 입춘의 오신반(五辛盤), 정월 대보름의 밤 깨물기, 중화절의 송엽병(松葉餠), 삼짇날의 탕평채(蕩平菜), 등석의 볶은콩, 단오의 수리떡, 유두의 상화병(霜花餠), 삼복의 구장(狗醬), 중양절의 국화떡과 국화주, 동지의 팥죽, 납평(臘平)의 참새지짐 등 총 12가지 명절의 대표적인 절식을 몇 가지씩 소개하고 있다.
그림. 《정조지》4, 잡과반(雜果飯, 약밥) 만들기(잡과반방)
절식의 유래는 계절의 도래와 그 특성을 알려주는 절물(節物)이나 한 시대의 고사로, 지역마다 다르고 일정한 규칙이 없다. 그중에는 쓸 만한 것인데도 빠진 것이 있어, 따로 설날의 초백주(椒柏酒), 인일(人日)의 칠종채갱(七種菜羹), 정월 대보름의 춘사반(春社飯), 한식의 한구(寒具), 단오의 창포주(菖蒲酒), 하지의 건종(健糉), 복날의 탕병(湯餠), 칠석의 화과(花瓜), 중원(中元)의 우란분병(盂蘭盆餠), 추석의 월병(月餠), 중양절의 마갈고(麻葛糕), 동지의 혼돈(餛飩), 초파일의 납팔죽(臘八粥) 등 34종을 모아서 소개했다.
그럼에도 풍석은 그가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음식 철학인 소박함과 검약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즉 교묘함을 뽐내고 재물을 낭비하여 산가(山家)에서 품위 있게 먹는 데 적합하지 않은 음식은 모두 수록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앞서 2009년에 출간된 ‘곡식농사 백과사전’인 《본리지(本利志)》(3권)는 토지제도, 수리, 토질, 농사짓기, 개관과 경작법, 곡식이름 고찰, 농가달력표, 농기구와 관개시설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12에 출간(2019년 개정)된 ‘개관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1권)은 총 1631쪽에 달하는 분량으로, 방대한 임원경제지의 내용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여기서는 서유구의 삶과 학문, 판본 소개, 필사본 분석, 해제, 서문, 목차에 대한 설명, 인용문헌 통계, 각종 사진과 삽화를 각 지(志)별로 수록했다.
2017년에 완간된 ‘건축⦁도구⦁일용품 백과사전’인 《섬용지(贍用志)》(3권)는 건물 짓는 제도, 건물 짓는 재료, 나무하거나 물 긷는 도구, 불로 요리하는 도구, 복식 도구, 몸 씻는 도구와 머리 다듬는 도구,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구, 색을 내는 도구, 불 때거나 밝히는 도구, 탈것, 수송 기구, 도량형 도구, 공업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에 완간된 ‘교양⦁기예 백과사전’인 《유예지(遊藝志)》(3권)는 독서법, 활쏘기 비결, 산법, 글씨, 그림, 방중악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2019년 3월에 출간된 《상택지(相宅志)》(1권)는 ‘주거선택 백과사전’으로서, 집터 살피기, 집 가꾸기, 전국의 명당에 관한 지식들을 담고 있다.
2019년 5월에 출간된 《예규지(倪圭志)》(2권)는 ‘가정경제 백과사전’으로서, 예산의 조절, 재산 증식, 전국의 시장, 전국 거리표에 관한 지식들을 담고 있다.
2019년 8월에 출간된 《이운지(怡雲志)》(4권)는 ‘문화예술 백과사전’으로서, 은거지의 배치, 휴양에 필요한 도구, 차, 향, 악기, 검, 꽃, 돌, 동물, 물고기, 서재에 필요한 도구, 골동품, 예술작품, 도서의 보관과 열람, 명승지 여행, 명절과 놀이 등에 관한 지식들을 담고 있다.
《임원경제지》는 2024년까지 총 67권의 완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임원경제지》의 전반적인 소개서인 개관서(1권)와 용어사전(3권)이 포함되어 있다.
2003년 《임원경제지》를 완역하려는 정명현 소장의 발심 이래, DYB교육(대표 송오현)의 순수 민간후원으로 번역이 시작되었다. 이후 2011년에 임원경제연구소후원회가 결성되고 한국고전번역원(교육부 예산, 2013~2019)과 풍석문화재단(문체부 예산, 2016~)의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임원경제지》의 완역과 출간도 활성화되었다. 그동안의 번역사업과 출간소식은 여러 차례 언론에 회자되었다. 그럼에도 《임원경제지》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여전히 극소수다.
2024년에 《임원경제지》가 완간된다면 총 21년만에 한글로 완역된 ‘조선의 브리태니커’를 대한민국에 선보이는 셈이다. BTS, 손흥민, 봉준호 등의 엄청난 활약과 효과적인 코로나 방역으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부상된 지금, 우리 문화의 저력의 근원과 관련된 콘텐츠 역시 절실한 상황이다. 《임원경제지》는 그에 걸맞은 조선의 걸작 중 하나다. 이에 임원경제연구소에서는 완역본 전체를 영역하여 해외 학자들에게도 조선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자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임원경제지》가 완간되면 서유구 선생의 집필 이후 최초로 DT(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도 완료되는 사건이기에 그 의미가 크며, 이를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에게 교육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 동력으로 활용함은 물론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자 하는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임원경제연구소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자체 역량의 육성 및 민간과 정부의 지원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으나, 적지 않는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정조지》
- 목차 -
1. 음식재료 요점정리
1) 물류
2) 곡류
3) 채소류
4) 과일류
5) 짐승류
6) 조류
7) 어류
8) 양념류
2. 익히거나 찌는 음식
1) 밥
2) 떡
3. 달이거나 고는 음식
1) 죽
2) 조청과 엿
4. 볶거나 가루 내어 만든 음식
1) 미숫가루
2) 면
3) 만두
- 1책
5. 음료
1) 탕
2) 장
3) 차
4) 갈수(청량음료)
5) 숙수(달인음료)
6. 과줄
1) 꿀과자(밀전과)
2) 설탕과자(당전과)
3) 말린 과일(포과)
4) 과일구이(외과)
5) 약과자(법제과)
6) 점과
7. 채소 음식
1) 채소 절임(엄장채)
2) 건채
3) 식향채
4) 자채
5) 제채
6) 저채
7) 자잡채
8) 와증채
9) 유전채
10) 수채
- 2책
8. 가르거나 삶아서 조리하는 음식(할팽지류)
1) 갱확
2) 번자
3) 회생
4) 포석
5) 해자
6) 어육을 절여 저장하는 법
7) 기타 고기 요리법
9. 조미료
1) 소금
2) 장
3) 두시
4) 식초
5) 기름과 타락
6) 누룩과 엿기름
7) 양념
- 3책
10. 술
1) 주례 총서
2) 술을 빚는 여러 방법
3) 이류(청주)
4) 주류(중양주)
5) 시양류(계절주)
6) 향양류
7) 과라양류(과실주)
8) 이양류(특이주)
9) 순내양류(속성주)
10) 재차류(홍백주)
11) 앙료류(탁주)
12) 예류(감주)
13) 소로류(소주)
14) 술 고치는 여러 방법
15) 술을 보관할 때 주의할 것
16) (부록)약재로 빚는 술
17) 술 마시는 방법
11. 절식
1) 원조절식
2) 입춘절식
3) 상원절식
4) 중화절절식
5) 중삼절식
6) 등석절식
7) 단오절식
8) 유두절식
9) 삼복절식
10) 중구절식
11) 동지절식
12) 납평절식
13) (부록)절식 보유
- 4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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