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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민 무엇을 바라나 - 일국양제의 모순

입력 : 2019-12-18 10:41:34
수정 : 0000-00-00 00:00:00

홍콩 시민 무엇을 바라나 - 일국양제의 모순

 

지난 69일 송환법 반대를 주장하며 약 백만 홍콩인들이 결집한 지 반년의 시간, 홍콩 당국의 입법 철회로 시위대는 작은 승리를 맛보았지만, 열차는 가속력이 붙어 멈추지 않습니다.

전선은 넓어지고 갈등은 깊어지며 해결 기미는 요원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1997년 영국이 식민지 홍콩을 중국에 돌려 준 이후 후진 중국과 잘 나가는 홍콩의 공존을 가져다 준 일국 양제라는 대원칙이 일견 절묘해 보이나,

하나의 중국두 개의 다른 제도사이에는 일국이 말을 하면 양제가 다치고, 양제가 강해지면 일국이 손상되는 필연적 모순이 있기 때문입니다.

 

폭발의 촉매제였던 송환법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홍콩 시위는 표면적으로 민주화 운동(절차적 민주주의)의 양상을 띱니다만 그 운동이 실제로 겨냥하는 창은 중국을 찌릅니다. 우선 폭발의 촉매제였던 송환법과 갈등의 핵심 진원지인 행정 수반(장관) 선거 문제를 살펴 보겠습니다.

송환법은 범죄자 본국 인도에 관한 법으로 그 자체는 많은 나라에서 시행중이고 정치범은 인도 대상이 아니라는 견제 장치가 있어서(중국도 이를 약속함) 그 자체로는 중립적이지만 홍콩시민들은 중국에 대한 비판, 반대 의견을 표방하는 홍콩인들에 대한 본국 송환의 우려를 들어 반대합니다.

실제로 2015년말, 홍콩의 한 서점주인이 중국 지도부에 관련된 책을 판매하다 중국 당국에 의해 납치되어 조사받고 풀려나와 관련 사실을 폭로한 예가 있습니다.

보호 가치는 표현의 자유지만, 표현의 대상은 중국이라는 점입니다.

 

▲ 사진 : 학생들이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출처 : 지스트신문

 

홍콩 행정 수반의 선거문제

이제 홍콩 행정 수반 선거문제를 다뤄보겠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압도적인 지지로 자신들의 리더에 대한 직접선거/보통선거를 요구합니다.

이는 홍콩인들의 오랜 염원으로 2014우산시위의 핵심 주장이기도 했지요. 지금은 12백명의 각 직능 대표인 대의원들의 간접선거로 행정장관을 뽑습니다. 그런데 이들중엔 정재계의 영향력있는 인사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고, 사업 관계상 중국에 많은 눈치를 보는 자들이다 보니 선거 결과는 지금의 친중파 행정장관 캐리람처럼 항상 뻔한 결과가 나옵니다.

2017년 캐리람 득표 결과와 같이 약 3분의 2는 친중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주파와 민주파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홍콩 사회는 탈중국의 흐름민주주의을 향한 요구가 한 몸처럼 뒤섞여 있는데, 중국으로부터 자유로운 홍콩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민주주의 노선으로 나아가고(자주파), 민주주의를 원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저항에 직면하여 반중 노선으로 나아갑니다(민주파). 둘의 차이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만 중국으로부터의 자유가 목적이고, ‘민주화 운동은 이를 위한 실천 수단인 자주파가 대세인 듯합니다.

시위가 시작된 6월 홍콩대에서 18~29세 청년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스스로를 중국인으로 보는 사람, 홍콩에 있는 중국인, 또는 중국에 있는 홍콩인으로 보는 사람보다 자신이 그냥 홍콩인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75%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홍콩이, 특히 젊은이들이 자기 주체성에 대해 눈을 떴음을 잘 보여주는 일례입니다.

 

중국의 양제무력화 움직임

반면에 중국은 최근 일국원칙의 강화를 천명하며, 사실상 양제를 무력화하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지난 10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애국적인 홍콩인(친중국파)만 홍콩을 통치할 수 있고, 중국이 헌법과 홍콩기법법에 입각해 홍콩을 전면적 통제할 수 있는 법제도를 정비한다는 내용의 결의가 나온 거죠.

일국의 원칙을 강화하고자 하는 중국과 양제의 원칙을 밀어붙이는 홍콩인들 사이에 적절한 타협책은 없는 것일까요?

 

양제의 폭과 깊이를 최대한 인정해 주어야

홍콩은 우선 자신들의 움직임이 자치의 범위를 넓히려 하는 것일뿐 일국주의에 대한 어떠한 도전도 할 생각이 없음을 천명하여 중국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홍콩 자주파내에 소수지만 독립을 원하는 부류가 있는데, 이는 중국과 홍콩사이에 대 파국을 야기할 뿐 결코 성공하지 못합니다.

반면 중국은 홍콩이 일국주의의 틀안에서 움직여 준다면, 그 안에서 양제의 최대치를 인내해야합니다. 홍콩의 자치 범위가 넓어지고 정치적 민주주의가 확장되면, 중국 내 소수민족, 또는 다른 자치지역을 자극할 우려가 있고, 나아가 공산당 일당 지배 및 간접 민주주의 (천명이 백명뽑고, 선출된 백명이 다시 열명을 뽑고, 그 열명이 최종적으로 한명을 뽑는 이른바 소비에트식 집중민주제)를 기반으로 하는 중국 정치시스템에 도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강경책은 이런 위기 의식을 반영하지만, 홍콩은 다름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홍콩은 고유의 자기 제도와 문화를 누려왔고

홍콩은 중국 혁명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부터 고유의 자기 제도와 문화를 누려왔던 곳이고, 또 중국과 동일 민족이기도 합니다. 민족이 틀릴 뿐더러 혁명전 이미 중국에 편입되어 있던 티벳이나 신장 위구르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지지하고, 중국 지도부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기대하며 이만 마칩니다.

 

 

이종성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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