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I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다 날개 덕분입니다. 오랫동안 날개와 알게 되니, 자연스레 PaTI를 알게 되었죠. PaTI를 공식적으로 설립하기 전에 서울에서 설명회를 연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도 함께 있었답니다.
PaTI를 처음 방문한 때가 기억나시나요?
칭화대학교 정년 퇴임을 하고 2013년 징런페이퍼로그의 학생들과 함께 PaTI를 방문했던 게 처음이었어요. 그때는 PaTI가 이상집이 아니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 있을 때였죠. 교실에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어요. 당시 날개가 커다란 세미나실에 편지, 봉투부터 가방, 기계까지 10여 년간 모은 갖가지 물건들을 바닥에 전시했었거든요. 아마 제 생각에는 날개가 그동안 모은 정보를 정비하고, 분석하고, 보여주는 방식에 대한 영감을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다 내놓나’ 싶었는데 ‘저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그랬다’는 농담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죠. 열린 마음, 창의적인 방식으로 날개가 우리를 환영해준 첫날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PaTI에서 수업도 진행하셨는데요. 그때를 추억해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세 단어의 중국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운율을 맞추는 게 꽤나 통속적으로 보일지라도 이해해주세요.(웃음) 첫 번째로는 ‘개방(开放)’입니다. PaTI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따르지 않아요. 매우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교실을 보았을 때, 거기가 교실인지 생각도 못 했어요. ‘이게 무슨 교실인지, 쓰레기장 아닌가’ 하고 물어봤을 정도였어요. 날개는 학생들이 학교를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적어도 디자인을 배우고 실천하는 학교라면, 학교를 디자인하는 데 학생을 참여시킬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교육 방식이 열려있기 때문에 기존 교육 기관처럼 선생이 학생에게 지시를 하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요. 제가 PaTI에서 처음 수업을 할 때도 뭔가 가르치기 보다 태극권을 했어요. 하하. 다 같이 태극권을 하면서 수업을 시작했죠. 날개도 옆에서 엄청 열심히 따라 했어요. PaTI의 교육 이념을 보면 동양적인 방식과 함께 학생들이 제 몸을 직접 사용해 체험하고 느끼는 걸 강조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수업을 디자인하는 과정부터 해외에 나가 여행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것까지 모두 개방의 개념과 맞닿아있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개발(开发)’입니다. 매번 PaTI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지만, 날개는 학생이 특정 기술을 어떻게 개발하는 것보다 사고방식의 변화를 더 중시하는 것 같아요. 제 수업에서 날개는 책 한 권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손에 잡히는 한 권의 책을 꼭 만들어야 하는 제약은 없었어요. 저는 문자를 통해 책 한 권에 필요한 서술 방식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붓에 물을 묻혀 땅바닥에 글자를 쓰는 것부터 시작했죠. 붓과 땅이 맺는 관계를 통해 문자를 한층 더 이해하는 수업 과정을 옆에서 보면서 날개 또한 이런 걸 항상 명심해야 한다고 학생에게 조언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깊은 인상은 ‘개심(开心)’이에요. 중국어로는 ‘기쁘다’라는 뜻인데요. 날개는 학생들이 무겁지 않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수업하기를 바랐어요. 유쾌하게 디자인하고, 유쾌하게 일을 하자는 태도는 지금도 계속 생각이 납니다.
선생님은 저희의 오랜 친구입니다. PaTI는 어떻게 변하고 있나요?
제가 학교를 만드는 데 내부적으로 참여하지 않아서 말하긴 쉽지 않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학생 수도 많아지고, 공간도 커지고, 건물도 생겼어요.(웃음) PaTI의 소개 책자를 보면 해외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수업을 이끌어간다는 걸 알 수 있죠. 해외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한국의 디자이너와 한국에서 계속 활동하는 디자이너들 또한 PaTI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요. 학생과 스승이 함께 여행을 가는 기회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내몽골이나 신장에 갔다고 들었는데 쉽지 않은 일이죠. PaTI의 가장 큰 특징은 이처럼 학생을 교실에만 가둬두지 않고 교실을 벗어나, 더 많은 도시에 가서 문화를 경험하고 그 가치와 소양을 키우는 기회를 장려한다는 거예요.
그리고 또 중요한 건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책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매해 PaTI 학생들이 디자인한 책을 보면 생각을 시각화하는 과정, 문자 디자인, 편집 디자인을 비롯해 직접 쓴 글도 좋아서 모두가 하나로 융합되는 걸 느껴요. 제본과 인쇄까지 마무리하면서 하나의 완성된 책을 만드는 건 학생들의 생각을 시각화하는 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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