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에 '한민족자연사박물관'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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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DMZ에 '한민족자연사박물관'을 세우자!
- 미래와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작은 제안
- 남북공동으로 자연사를 기록해 놓자!
판문점 부근에 남북이 공동으로 한민족 차원의 국립자연사박물관, 가칭 '한민족자연사박물관'을 세우자.
시의적절(時宜適切), 명실상부(名實相符)라는 말이 이를 이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할 때가 된 것이고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가 '한민족자연사박물관'을 세우는 일이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앞두고
지금 우린 북미정상회담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65년 전, 1953년 7월 27일 김일성(金日成/남일이 대신), 팽덕회(彭德懷), 마크 웨인 클라크(대신 윌리엄 K. 핼리슨)이 각각 서명하면서 휴전선, 일명 DMZ이 생겨난 것이다, 그 많은 상잔(相殘)의 슬프고 더러운 긴 투쟁에, 겨우 12분 만에 승리도 없고 평화도 없는, 또 다른 전선이 생긴 것이다. 정말 더럽고 슬픈 전선인 것이다.
‘가시담’에 ‘한민족자연사박물관’을 세우자 나는 ‘DMZ’이라는 말 대신, ‘가시담’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가시’로 우리 민족의 가슴을 얹어 놓은 통한(痛恨)의 ‘담’을 우린 남들이 그어 놓은 DMZ을 이야기해 오고 있었다. 타인들이 낀 ‘DMZ’이 아닌, 이제 우리가 풀어야 할 ‘가시담’을 함께 ‘시의 적절한 일들‘로 하나씩 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 ‘가시담’ 바로 곁에 가칭 '한민족자연사박물관'을 세우자는 제안을 거듭 이야기 해왔다.
특히, ‘가시담’을 치게 된, 서명지(書名地)인 판문점이나 그 부근인 갬프 보니파스(Camp Bonifas)에 바로 '한민족자연사박물관'를 세우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 하필이면 그 지역이냐? 그렇다. 의미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지정학적으로,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적지(適地)중에 적지이기 때문이다.
‘한민족자연사박물관’은 통일 후까지 고려해야.
‘한민족자연사박물관'는 이곳이 최적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곳이라고 본다.
첫째, 국립자연사박물관은 통일 후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정학적 고려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판문점 부근 지역인 선상에 위치하고 있어 평화지향, 통일지향을 내 건 상징적 사업, 즉 민족공동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둘째,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이 부담 없이 주고받아야 한다. 남한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북한은 더 가치 있는 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연사박물관의 소장물이라고 아닐 수 없다. 남한에는 없는, 예를 든다면 ‘크낙새’, ‘승냥이’같은, 생물표본이 바로 그것이다.
셋째, 접근성이 매우 높다. 각종 도로(통일로와 자유로 등), 철길(경의선과 전철)이 발달되어 있으며 국제, 국내 공항과 인접거리에 있다. 여기에 임진강 뱃길까지 이용하면 육․해․공 입체적으로 접근아 가능하다. 북한도 개성의 근접기역이라 마찬가지다.
넷째, 생물다양성이 높은 ‘가시담’(DMZ)은 그 자체가 자연사박물관, 자연생태공원인 셈이다.
다섯째, 인접지역에 서울, 일산, 인천, 의정부 등 대도시가 있어 대규모 인적 자원의 유치가 지속적으로 가능하다.
여섯째, 판문점 지역은 역사적 유물과 안보 유적지가 많아 주변의 여타 문화 시설이나 레저 시설과 연계가 가능하다.
일곱째, '한민족자연사박물관'를 이곳에 세운다면 자연을 훼손할 필요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미 주한미군공여지인 ‘캠프 보니파스’는 건물과 연병장 등 시설이 되어 있는 공간이라 다시 자연을 훼손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이 시설을 리모데링하여 남북이 수집한 생물표본 수장고(收藏庫)로 활용하면 된다. 그러다가 통일이 되면 이 지역에 거창한 '한민족자연사박물관'을 남북이 힘을 합쳐 세우면 된다. 정녕 통일된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세우면 되는 것이다.
여덟째, 국내용이 아닌, 국제적 자연사박물관이 될 수 있다. ‘고랑치고’ ‘가재잡고 마당 쓸고 돈 줍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적 자연사박물관이 될 수 있다영국과 미국, 프랑스의 사례만 든다면, 영국의 자연사박물관은 영국의 수도 하이든파크의 남쪽 사우스 켄싱턴에 있다. 관람자 수가 연평균 330만명이며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이 외국인이다.
미국의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은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의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사이에 있다. 23개의 박물관과 연구소를 갖춘 세계 최대 자연사박물관. 이곳을 찾는 방문객 수는 매년 800만명이 넘고 5,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은 35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파리 중심부에 있는 파리대학 부근 한 공원에 자리잡고 있다. 산하에 35개 연구소를 갖고 2천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매년 평균 250만명이 방문한다. 이 박물관에는 인류학, 도서관, 동물원, 식물원 등이 부속되어 있다.
국립자연사박물관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명분(교육과 관광산업)’과 '돈(실리)'이 모이는 '법'이다. 여기에 각종 국내외 학회나 대회를 개최하는 컨벤션센터를 갖추고 기존의 관광자원이나 시설, 그리고 향후 새 패러다임의 레저시설을 유치한다면 ‘한민족자연사박물관’은 그 어떤 곳 보다 경쟁력이 있는 곳으로 성장할 것이다.
노영대 임진강생태체험학교장, 전 문화재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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