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천의 생태환경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수정 : 2022-03-16 13:14:17
공릉천의 생태환경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죽음의 배수로 설치와 텃새들의 안식처 나무들 뿌리째 뽑혔다
생태보고였던 한강하구 지역에서 가장 환경보존 가치가 높았던 공릉천이 위기에 처했다. 지금 공릉천에 가보면 온통 콘크리트 바닥에 뚝 경사면에 있었던 나무들이 사라진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다. 작년부터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 정비공사가 시작되며 자연스럽고 정겨웠던 하구 풍경은 날이 갈수록 망가지고 있다. 군데군데 뚝방 경사로에 심어져 시원한 그늘을 드리웠던 나무들은 포크레인에 찍혀 뿌리째 뽑혀 있고 인근 논과 경사면을 연결하는 배수로는 깊고 넓다.
▲죽음의 배수로 (사진 고양신문 제공)
9사단 요구로 폭, 깊이 2m 죽음의 배수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수원청개구리, 말똥게, 너구리 등 생태계 구성원들의 이동을 원천 차단해 생태환경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이 하천 정비공사는 원래 한강유역환경청 소관이 아니었다. 2012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작성한 ‘공릉천 권역 하천 기본계획’에 근거해 홍수방지를 위해 설계됐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올해 1월부터 그동안 국토교통부가 담당했던 하천관리 업무를 ‘물관리 일원화’란 정부방침으로 맡게 됐다. 이 정비사업은 2018년에 착공했고 2023년 준공 예정이다. 배수로 깊이는 1-2m, 넓이는 2m나 된다. 논과 연결된 부분에 설치된 배수로가 이토록 깊은 이유는,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나도록 지금껏 전쟁 위협을 기치로 내세우며 자신들의 입지를 구축하려는 군부대의 방침에 있다.
▲ 공릉천 하구 공사구간
9사단: 공릉천변은 군사작전구역, 대전차방어시설 설치요구
공릉천 지역의 군사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9사단 군 관계자를 취재한 결과 2017년 6월 8일 당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9사단에 요청한 군보심의(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관리훈령심의)에서 9사단이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조건부 동의를 한 것이 현재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밝혀졌다. 9사단은 공릉천 지역이 군사작전지역이고 논을 통해 북한의 전차들이 밀고 들어올 수 있다는 근거로 배수로를 대전차방어시설로 만들어야 한다고 승인조건을 내건 것. 9사단은 뚝 경사면을 기준으로 깊이 1~2m, 폭 2m로 배수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내걸어 생태파괴의 큰 위험을 만들어 냈다. 9사단 공보 정훈참모인 A 중령은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당시 다른 사항을 고려할 지침도 없었고, 군 관점에서 작전 전개상 통상 대전차방어시설의 기준을 정했던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 나무가 잘린 경사면에 폭 2미터의 배수로가 설치되고 있다
사업주체인 한강유역환경청의 무성의한 대책
9사단의 요구사항이 아무런 협의 없이 실상 공릉천 사업에서 적용된 것이다. 군의 요구사항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파주시나 한강유역환경청 등 지자체나 정부 기관들의 안일한 태도도 이번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 또 한강유역환경청은 뚝 경사면에 있던 나무들 대부분을 제거했다. 이 나무들은 단순한 나무들이 아니다. 온갖 텃새들의 서식처였던 나무 밑과 갈대숲을 갈아엎어 아침과 저녁이면 들려오던 경쾌하고 신선한 새들의 울음소리들을 땅속에 파묻어 버린 것이다. 한강유역환경청 하천계획과의 고대관 주무관은 “생태환경 파괴를 걱정하는 뉴스는 알고 있다. 이의 신청을 하는 방법은 많이 있다. 청와대 국민신문고도 있고 우리 환경청에 민원접수를 해도 된다”라고 말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답변은 이뿐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한강유역환경청의 답변은 실상 너무 성의 없고 한심하다. 제기된 문제를 살펴보고 개선 하겠다던가 앞으로의 공사에 여론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 공사 표지판
습지보호 구역 지정을 거부했던 파주시 책임이 크다
파주시도 이번 사태에 큰 책임이 있다. 2006년 정부에서 한강하구 일대를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할 때 생태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공릉천 하구 3Km 구간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파주시는 “공릉천 하구는 우리가 적극 보호하겠다”라고 나서는 바람에 습지보호 지역에서 제외됐다. 자신도 없고 실행력도 부족했던 파주시의 이런 결정 때문에 공릉천의 생태환경이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공사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공사 주체에 대한 제대로 된 항의나 개선책 하나 내지 못했던 파주시가 사실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파주시는 9사단과 국토부간의 협약에도 관여 못 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방관자 역할만 했다. 파주시가 장담했던 ‘적극 보호 할 테니 습지보호 지역에서 제외해달라’ 했던 의지도 애초부터 없었던 셈이다. 파주시 하천정비과의 이경민 주무관은 “현재 생태보존 관련하여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늑장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 공릉천 하천정비공사 현장을 답사한 생태전문가들과 시민들(사진 제공 고양신문)
환경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현장답사 시작.
한편 공릉천 생태 훼손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자 지난 2월17일 환경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현장답사가 시작됐다. 박수택 시민탐조클럽 대표 주도로 진행된 현장답사에는 김진홍 환경정의 공동대표,김승호 DMZ 생태연구소 소장,지상훈 (사)하천연구소 소장, 한기식 고양자전거학교 대표 및 시민탐조클럽 회원들도 함께했다. 현장답사팀은 송촌교서 출발해 송촌 배수장-청룡교-영천배수장-영천 배수갑문까지 하천 왼쪽 둑방을 답사하고, 이어 갈현배수장-진구배수장-법흥배수장을 거쳐 출발점으로 복귀했다. 영천배수장에서 영천교까지의 구간이 가장 훼손이 심했다. 나무를 뽑아내고 갈대밭을 갈아엎은 둑 마루 긴 변이 7m에 이르고 포장도로의 폭도 3.5m나 됐다. 포장되면 이곳에 자동차 통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박수택 대표는 “둑 위에 포장도로가 생기면 그동안 흙길을 자유롭게 오가던 동물들과 개구리 말똥 개들이 로드킬의 위험에 빠진다. 또 차량통행에 예민한 새들이 공릉천 하구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공릉천에서 만난 고라니 (사진제공 송지빈)
▲ 공릉천에서 만난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제공 송지빈)
▲ 공릉천 하구조류를 오랫동안 모니터링해온 청소년 조류탐사가 송지빈 군(사진제공 고양신문)
오래전부터 공릉천 하구 조류를 모니터링 해왔던 청소년조류탐사가인 송지빈군(시민탐조클럽회원)은 “그간 공릉천 하구 지역에서만 모두 144종의 조류를 관찰했다. 그러나 공사가 시작 된 후 관찰되는 조류들의 숫자와 종류가 급격히 줄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이러다 공릉천 생태계가 다 망가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또 김승호 DMZ 생태연구소 소장은 “공릉천 하구는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이 깃드는 곳이다. 그리고 동아시아를 오가는 철새들의 거점인데 이렇게 생각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홍 환경 정의 공동대표는 “이곳은 보존가치가 높은 곳인데도 사람들에게 덜 알려져 이런 사태가 난 것 같다. 아직 손을 대지 않은 구간만이라도 지켜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고 지상훈 하천연구소 소장은 “공릉천은 해양생태계와 육지생태계가 만나는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하고 “ 시급히 생물 다양성 조사를 시작해 보존의 필요성을 찾아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공릉천 친구들이 공릉천문제에 대해 고양신문과 인터뷰를 했다(좌로부터 박종일 번역가, 정옥환 퇴직교사, 박관순 도예작가, 김언호 한길사대표)
21일 ‘공릉천 하구, 시민의 힘으로 지키자’ 시민토론회 개최
한편 공릉천 생태파괴 관련 기사를 보도했던 고양신문이 주최하고 본보가 참여하는 ‘공릉천 하구, 시민 힘으로 지키자’란 주제의 ‘공릉천 반환경적 하천 정비사업 대응 시민토론회’가 오는 21일 오후 4시 파주노동복지센터 프로그램실에서 열린다. 시민토론회에는 환경 전문가들의 의견 발표, 한강유역환경청의 답변 청취, 대책위 구성 협의 등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시민토론회에는 파주환경운동연합, 하천연구소, 에코 코리아, DMZ 생태연구소, 공릉천 친구 등 15개의 환경 관련 단체들이 초청됐다.
김석종 기자
# 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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