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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과 스트레스 사이에서

입력 : 2015-02-26 10:46:00
수정 : 0000-00-00 00:00:00

컬럼보다 수다/ 권해진 래소한의원 원장



 



위안과 스트레스 사이에서



 





새해에는 담배를 끊으리라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대부분 금연을 목표로 정한다. 올해는 연초부터 담뱃값이 인상되었으니 다시 금연을 결심한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1월의 어느 날, 하루에 담배 한 갑 반을 피우던 사람이 내원했다. 그는 금연에 도움이 되는 침 치료를 받고자 했다. 사실 금연침이나 금연 보조제, 금연과 관계있는 약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2월 말부터는 금연상담, 금연 보조제, 금연과 관계있는 약은 보험이 적용되고, 9월쯤에는 금연침도 보험이 적용될 예정이어서 환자의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사흘 정도 침 치료를 하며 상담을 병행했다. “집에서는 건강을 염려해 끊으라고 하니 나를 걱정해서 그런가 보다 하며 이해합니다. 그런데 밖에 나오면 흡연자를 야만인으로 취급하는 것이 너무 싫어요. 길에서 낯선 사람에게까지 타박을 받는 처지가 되니까요.” 그렇다. 사회적으로 흡연자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다.



 



담배는 정말 백해무익할까?



치료 일주일이 지났을 때 한의원을 방문한 환자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고 손은 가볍게 떨고 있었다. 불안하냐고 물으니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나고 주변 사람에게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단다. 그를 보며 생각했다. 담배는 정말 백해무익하기만 한 걸까? 신체적인 중독을 떠나서 담배가 주는 위안, 담배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없는 걸까?



『장자』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견강부회일는지는 모르지만 이 환자의 경우와 연결해 보려한다. 『장자』「양왕편」의 이야기다.



중산의 모라는 공자가 첨자에게 물었다.



“몸은 강과 바다에 있어도 마음은 항상 위나라 궁궐에 있으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첨자가 대답했다.



“삶을 소중히 하세요. 그리하면 이익을 가벼이 여기실 수 있습니다.”



“그런 줄 알고 있지만 스스로를 이겨낼 수 없습니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겠거든 마음을 따르십시오. 그러면 정신적 고뇌가 없어질 것입니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면서도 ‘억지로’ 마음을 따르지 않는 것〔不能自勝而强不從者〕은 이중으로 자신을 손상시키는 것〔重傷〕입니다. 거듭 자신을 해치는 사람 중에 오래 사는 이는 없습니다.”



담배를 끊으려고 하면서 담배가 피우고 싶어질 때마다 스스로를 이기지 못하는 자신을 미워하기에 이르는 것은 이중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다. 쉽게 말해 담배를 끊으려고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담배를 피우면서 건강을 해치는 것보다 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끊는 것이 아니라 평생 참는 것이다



 금단증상으로 손을 떨면서 짜증을 내는 환자에게 담배를 다시 피울 것을 권했다. 사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금연을 시도한 것은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하루 한 갑 반을 피우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끊는다는 것은 무리다. 또한 이 환자의 경우 당뇨 약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금연 후 입이 심심해서 군것질거리를 찾게 되었다. 식사량이 늘어 체중도 불기 시작했다. 금연 때문에 당뇨가 악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9월에는 금연침에 보험이 적용될 테니 그 이전까지 하루 반 갑으로 줄여 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도 되지 않으면 금연보조제를 써보자고 했다.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평생 참는 것이다. 독약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참아야 이중으로 자신을 손상시키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이제 2월이다. 새해 벽두에 금연을 결심하여 실패한 분이 있다면 이 글이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단 며칠 동안이라도 참았으니 다음에는 그 기간이 늘어날 것이다. 담배를 끊은 이들은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을 그저 참고 있는 것일 뿐이다. 물론 담배는 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모든 일에 ‘억지로’라는 말이 붙으면 그 순간부터 내가 사는 세상은 지옥이 되어 버린다. 마음을 안정시키며 ‘차차’ 끊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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