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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보다 수다 / 권해진 래소한의원 원장

입력 : 2015-03-11 13:32:00
수정 : 0000-00-00 00:00:00

홍삼 말고 좀 다른 것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편하고 아이들에게 계속 홍삼을 먹였는데 좀 다른 것을 먹여 보려구.”



멀리 사는 친구라 그 가족들 진찰을 하기는 힘들고 이야기로나마 증상을 들을 수 있었다. 증상별로 탕약을 권하고 싶었지만 맥도 짚어보지 않았고 환자를 직접보지 않아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경옥고 어때?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내 생각에 우리남편이랑 애들 먹기 딱 좋은 것 같아서 말이야. 니 생각은 어때?”



 



경옥고



경옥고는 인삼, 복령, 생지황, 꿀이 1 : 2 : 10 : 7 비율로 들어가는 약이다. 용량은 단지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방약합편」에는 인삼이 900g으로 나와 있다. 인삼, 복령은 곱게 가루로 만들고 생지황은 즙을 짜서 꿀과 섞는다. 만드는 방법이 까다로워서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만들기는 어렵다. 



우선 「방약합편」 내용은 이렇다. 고루 섞어서 사기항아리에 넣고 유지(油紙) 5겹과 두꺼운 천 1겹으로 항아리의 아가리를 꼭 봉해서, 구리냄비 속에 넣어 수중(水中)에 매달아 놓되 항아리의 아가리는 물 위로 나오게 해서 뽕나무 불로 3일 동안 끓인다. 만일 냄비 안의 물이 줄면 따뜻한 물을 더 부어 넣고 끓여서 기일이 차면 꺼내어 종이를 바꾸어 동여매고, 밀봉을 단단히 하여 우물 속에 하루 동안 매달아두었다가 꺼내어 다시 먼저의 냄비 속에 넣고 1일 동안 끓여서 물기가 나간 다음 꺼내서 쓴다. 



 



누구에게나 권장할만한



만드는 과정이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환자 개인에 맞추어 그때그때 조금씩 만들기는 힘들다. 일 년에 한 번정도 한의사 여러 명이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어 나누어 보관한다. 경옥고가 꼭 필요한 환자는 많지 않다. 맥을 짚고 증상을 상세히 듣고 나면 경옥고보다 더 좋은 처방들이 떠오르고 다른 탕약을 처방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효능이 약한 약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삼이 들어가니 홍삼 그 이상의 기운보강과 면역력 강화 효능이 있다. 생지황은 혈과 음(陰)을 보강하는 물질로 인삼과 더불어 음양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 복령은 인삼과 다른 탕약에서도 자주 짝이 된다. 여기서는 복령이 비위를 강화시켜 온몸으로 약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꿀은 폐를 촉촉하게 하여 오래된 기침에도 약이 효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약재 4가지가 서로 어우러져서 각각의 효능을 증진시켜 진액을 보강하면서도 너무 진하지 않게 아이나 노인에게도 흡수가 잘 되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쉽게 말해 누구에게나 큰 부작용 없이 복용을 권장할만한 정성이 많이 들어간 약이다.



 



“니 생각은 어때?” 



친구는 아들이 둘이다. 활달한 아이들이라 밖에서 놀기를 좋아한단다. 그러다보니 감기에 자주 걸리고 감기가 다 나아도 기침을 자주 한다고 했다.



“오래된 기침에 경옥고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아. 텁텁한 맛이 있지만 꿀이 들어가 달달 해서 다른 탕약보다는 애들이 먹기에 좋을 거야.”



“어떻게 복용하는 거야? 그냥 1~2숟가락 물에 타서 먹으면 되나? 남편이 술 많이 먹거든. 집에 오면 꼭 맥주를 마시고 자. 술 마실 때는 약을 주면 안되지?”



친구의 남편이 들으면 좋아할 이야기가 있다. 사실 경옥고는 따뜻하게 데운 술에 타서 복용하라고 「방약합편」에 나온다. 술을 못 먹는 아이나 노인은 따뜻한 물로 복용을 권장한다.



“과음하는 날은 약 복용을 피해야 하지만 집에서 맥주 한잔 하고 싶어할 때는 청주에 타서 줘봐. 없으면 소주도 좋고.”



 



한의사의 선물용



한의사는 지인들 선물을 할 때도 직업의식에서 벗어 날 수 없다. 몸에 도움이 되는 선물을 줄것이라는  기대를 의식하게 된다. 그럴 때 고려하는 약이 경옥고다. 한의사가 되고 할머니에게 처음 드린 약도 경옥고이니 말이다. 친구에게는 선물로 주지는 못했지만 온 가족이 먹도록 큰 단지로 보냈다. 멀리서 믿고 전화 걸어준 친구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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