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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컬럼보다 수다

입력 : 2015-03-31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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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보다 수다 / 권해진 래소한의원 원장



 






꾸중했더니 손녀가 쓰러져… 할머니도 놀라 쓰러지고… 中氣증





할머니와 손녀와 딸



진료실에 할머니와 딸과 손녀 셋이 들어 왔다. 할머니는 흥분되고 떨리는 목소리로 손녀와 자신이 잠시 기절을 했다 깨어났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힘들어 하시는 모습이 역력했고, 목소리에도 불안함이 묻어났다. “밖에 나갔다가 들어 왔는데, 손자 둘이 싸우는 거예요. 계속 큰소리 내며 싸우길래 누나더러 ‘요즘 동생한테 왜 이러니’ 하고 꾸지람을 주었지요.”



친정엄마를 모시고 살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딸의 이야기인 즉 자기 딸이 할머니에게 혼이 난 후 울다가 쓰러져 버렸다는 것이다. 평소 한없이 자상하기만 했던 할머니의 충고가 손녀는 섭섭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할머니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어린 동생에게 화풀이를 할 수도 없어, 손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도 놀라 쓰러지신 것이다. 딸이 설명을 하는 동안에도 할머니의 얼굴은 어둡고 긴 한숨이 계속되었다.



 



화를 내면 기가 올라간다



손녀의 맥을 짚고 진료를 해보니 중기(中氣)증이다. 중풍(中風)이 풍(風)을 맞다(中)라는 의미이듯 중기증은 과도한 기(氣)에 맞은 것이다. 그렇다고 중풍처럼 후유증이 있거나 심각한 병은 아니다. 흔히 화를 내며 싸움을 하거나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실신하는 경우를 한의학에서는 중기증이라 부른다. ‘화를 내면 기가 올라간다(怒卽氣上)’라는 말이 있다. 화를 내면 과도한 기가 올라가 중기증을 유발하게 된다.



이런 중기증은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많고, 기 순환이 안 되고 허약한 체질인 사람에게 더 많이 일어난다. 대개 중기증으로 인한 실신은 깨어나면 저절로 낫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할머니의 안정을 바라며 우황청심환



이 손녀의 경우 발레를 해서 육체적으로 기력 소모가 많았다. 평소와 달리 동생과 싸우고, 할머니에게 꾸중을 듣고서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큰 감정의 골에 빠진 것이다. 즉 과도한 어떤 기(氣)에 맞은 것이다.



그런 손녀딸에게 할머니는 너무나 미안했다. 할머니 건강 상태가 염려되었다. 정작 손녀는 실신의 기억도 없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본 할머니의 머릿속에는 그 모습이 오래 지속되고 상처가 될 수 있다.할머니가 빨리 안정을 되찾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황청심환을 처방했다.



손녀의 경우 중기증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마음의 상처가 몸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체력도 보강해야 하지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견딜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모든 가족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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