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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⑰ 목소리로 우울증 진단할 수 있어

입력 : 2015-11-21 15:02:00
수정 : 0000-00-00 00:00:00

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목소리로 우울증 진단할 수 있어

 

        

 

몇 해 전,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그램에서 아주 예민한 청각의 소유자를 본 적이 있다. 그는 변기를 만드는 공장에서 완성품을 검수하는 사람이었다. 손바닥만 한 나무망치만 있으면 머리카락보다 더 얇아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실금도 놓치지 않고 찾아냈다. 검사법은 단순했다. 나무망치로 변기를 두드릴 때 울리는 소리를 듣기만 하면 된다. 불량이 있는 제품은 정상 제품의 울림과는 음의 두께나 톤이 반드시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불량 제품 중에서도 균열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체를 진단하는 방법에서도 이런 원리를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미국 매릴랜드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목소리를 통해 우울증을 진단할 수 있다고 한다. 우울증일 경우 목소리가 평소보다 무거워지고 더 쉰 소리가 나며 말을 매끄럽게 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를 패턴화하여 음성인식장치에 입력하면 우울증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우울증을 진단할 수 있는 것도 그리 먼 미래는 아닐 것이다.

 

사실 음성진단은 아주 오래전부터 주요한 진단법으로 사용되어 왔다.《예기(禮記)·악기(樂記)》에서 ‘무릇 음(音)이란 사람의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감정이 마음속에서 움직이는 까닭에 소리(聲)에 나타나게 되고, 소리가 문(文)을 이루는 것을 음(音)이라고 한다."고 하여 인체 내면의 상태가 소리로 드러나게 되며, 이 소리에 일정한 고저장단 등의 패턴(文=紋, 무늬)이 형성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기쁨을 마음에 느끼면 소리가 흐트러지며, 노여움을 마음에 느끼면 소리가 거칠어지고, 슬픔을 마음에 느끼면 소리가 급해지며, 즐거움을 마음에 느끼면 소리가 늘어지게 된다.

 

동의학에서도 이처럼 목소리를 듣고 장부의 상태를 진단하는 문진(聞診)법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장(五臟)만 살펴보면, 간(肝)에 병이 들면 목소리가 슬프게 나오고 폐(肺)에 병이 들면 숨이 차는 것처럼 말을 급박하게 하며 심(心)에 병이 들면 목소리가 둥글면서도 낮게 퍼지고 비(脾)에 병이 들면 목소리가 느릿느릿하며 신(腎)에 병이 들면 목소리가 기운이 없이 쳐진다. 자기가 말을 할 때는 무의식적으로 하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다보면 사람마다 말소리의 특징이 있고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자주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의 혈맥을 고동치게 하고 정신을 통하게 하는 율려(律呂)는 항상 황종(黃鐘)에서 시작한다. 여기서 황(黃)은 토대/기준을 의미하고, 종(鐘)은 소리/울림을 의미한다. 즉, 황종이란 율려의 기준음이라는 뜻이다. 건강이란 이 기준음을 확보하는 것이며, 질병이란 자기 삶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밖으로는 자연의 소리를, 안으로는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보자. 잃어버렸던 자신의 기준음이 다시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글 카페 방하 봄동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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