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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㉘ 왜 작심삼일일까 (6)

입력 : 2016-04-29 13:39:00
수정 : 0000-00-00 00:00:00

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평소 식습관 따라 행동지속력 결정

 

 

 가족(家族)과 식구(食口)는 어떻게 다를까? 가족이 주로 혼인이나 혈연관계로 형성된 집단이라면 식구는 문자 그대로 식사(넓게는 생계)를 함께하는 입(口)—사람들이다. 과거에는 두 단어가 거의 같은 의미로 쓰여 가구(家口)란 합성어도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확연하게 구분돼가고 있는 듯하다. 한 가족이 다 모여 식사하는 것은 기념일에나 하는 행사가 됐고, 직장동료와 같이 먹거나 아예 홀로 식사를 하는 ‘혼밥’이 더 흔한 일상이 됐다.

 

 물론 혼밥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는 혼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든 혼자서 해야만 하는 분위기의 확산은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신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진 않다. 예를 들어 와이파이 공유기 하나면 주변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지만 서로 붙어있는 원룸에서조차 각각 공유기를 두고 암호를 걸어 혼자만 사용한다. 정보보안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만큼 주거를 함께하는 이웃들과도 서로 관계할 수 없고 밥 한 끼 같이 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앞서 심장을 통해 완성된 작심(作心)을 실행할 때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관계설정능력이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식사를 자주 하라는 말처럼, 관계설정능력은 우리 몸의 소화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를 동양의 부호로 무(戊)라 하며 나무줄기가 무성(茂盛)하듯이 관계가 촘촘하여 충만함 뜻하는데, 이에 상응하는 신체기관이 바로 위(胃)다.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제때 적정량을 먹는 사람들이 실제로 여러 사람과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이들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주변관계를 잘 활용해 혼자인 사람들보다 더 수월하게 위기를 극복해낸다.

 

 그래서 평소 어떤 식습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행동지속력이 결정된다. 식습관이 불규칙한 사람들은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지만 금세 엔진이 꺼져버리는 반면, 규칙적인 식습관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영양분이 전신에 고루 전달되어 실행에 큰 부침 없이 꾸준하게 해나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몸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듯이 주위 사람들과도 원활한 관계가 이루어졌을 때 실행의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신체내외 환경이 형성된다. 즉 혼자가 아닌 둘이서 둘이 아닌 여럿이서 함께할 때 작심실현의 성공률은 높아진다.

 

 안타까운 점은 한 개인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글로벌 시대임에도 식사 때는 홀로 앉아 스마트폰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은 많아졌지만 참된 음식은 줄어들었듯이, 관계의 외연은 확장됐지만 내실은 허무할 정도로 성글다.

 

 칭기즈칸도 19명의 친구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했기에 천하를 호령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작은 결심이라도 누군가와 함께 했을 때 세상을 바꾸는 기적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카페 방하 봄동 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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