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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㉚ 왜 작심삼일일까 (8)

입력 : 2016-05-26 15:20:00
수정 : 0000-00-00 00:00:00

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인체면역 70~80% 담당기관은 대장

 

 

개인 또는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지만 딱히 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요즘은 ‘민폐’라고 한다. 본래 민폐는 관(官)이 주체가 되어 민(民)에 끼치는 폐해를 의미하므로 민(民)을 빼고 쓰는 것이 옳은 표현이지만, 피해의 범위와 정도가 공공의 영역까지 미치기 때문에 점점 ‘민폐’라는 표현이 일반화되고 있다. 민폐와 유사한 의미를 갖는 표현인 ‘경우가 없다.’나 ‘염치가 없다.’가 개인의 도덕성의 결여에 집중한다면 민폐는 단순히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사람 누구에게나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보다 중점을 둔 표현이다.

 

문제는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은 정작 본인은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옳고 당연한 행동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행동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 소위 가치관까지 바뀌지 않으면 민폐적 사고행동 패턴을 바로잡을 수 없다. 이는 그만큼 개인마다 상식이라고 인식되는 영역이 서로 공유는 고사하고 공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파편화되고 있고, 개인들이 갖는 사회성 또한 점점 무뎌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인체에서도 이런 민폐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한때 건강함의 척도로 인식되던 면역력이 그렇다. 각종 감염질환으로부터 인체를 지켜내기 위해 면역력은 꼭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면역력이 항진되면 피아를 구분하지 못해 정상조직에도 면역반응을 일으킨다.(이를 자가면역반응이라고 한다.) 개별 면역세포의 관점에서는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지만 인체라는 전체적 관점에서는 자꾸 해(害)가 되는 것이다. 아토피나 알레르기 등이 대표적이며 전체 면역계 관련 질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것이 작심실현의 일곱 번째 단계인 ‘경(庚)’이다. 앞서 기(己) 단계를 거쳐 본인의 주관이 뚜렷해졌지만 만일 그것이 오로지 개인만을 향해 있을 때 반드시 외부와 마찰을 빚게 된다. 자기에게는 주관과 소신이지만, 타인에게는 외고집이자 민폐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경(庚)을 ‘고칠 경/다시 갱(更)’으로 새겨, 기준을 명확히 하지만 그것에 집착하지 않고 주변을 살펴 계속 새롭게 해야 작심한 바를 가장 올바르게 실현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가 인체로 형상화된 것이 바로 대장(大腸)이다. 실제 인체면역의 70~80%를 담당하고 있는 가장 큰 면역기관으로 동의학에서는 대장을 전도지관(傳道之官) 변화출언(變化出焉)이라 하여 정보를 안팎으로 주고받아(傳道) 항상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관으로 정의하고 있다. 즉, 면역의 핵심은 방어와 공격이 아니라 정보전달을 통한 지속적인 업데이트인 것이다. 이처럼 자기만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타인과 공감/공유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할 때 새싹과도 같았던 한 개인의 작심은 세상을 이롭게 하는 공공재로 거듭날 수 있다.

 

 

 

카페 방하 봄동 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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