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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⑤ 요리사 임 경 호

입력 : 2014-12-22 15: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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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빙과 설거지는 셀프입니다.” 

 

남들이 ‘요리사’라고 불러줘서 ‘요리사’가 된 사람. 임경호(37세) 씨를 만나러 문발동에 들어섰다. 가게가 있으려니 했는데, 주택단지 다세대 2층으로 부른다. 문을 여니 소박한 부엌이 보였다. 그의 집이다. 거실 한켠에 4인테이블과 메뉴가 쓰인 칠판, 예쁜 주전자 시계, 영국풍 나는 접시와 함께 장식되어 있었다.  

여기가 임경호씨가 예약제로 운영하는 식당(?)이다. 원테이블 홈 다이닝 식당. 하루 한 팀만 예약을 받고, 예약받은 메뉴에 맞게 장을 본다. 그리고 손님을 생각하며 요리를 한다. 닭고기 모듬 채소 스프, 바질 애플 드레싱 샐러드, 들깨 두유 크림 파스타. 메뉴판에 적힌 요리들이다. 

“저는 소비가 곧 생산이라는 생각으로 한 살림이나 초록바구니 등 유기농 식재료를 씁니다. 계약재배로 생산자가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할 수 있잖아요. 좋은 재료를 썼을 때 음식 맛이 좋지요.” 이윤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건강함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고생하면서 이윤도 안내고 어찌 일하나 싶었다. 슈퍼에서는 2개에 500원 하는 애호박을 1개에 1,400원 하는 유기농 애호박으로 쓰면서 무슨 고생일까? 

그가 이런 요리철학을 확고히 갖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그는 매일 4번 복막투석을 하고있다(만성신장병). 고 1때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그 이후로 제대로 된 ‘집 밥’을 먹지 못했다. 대학과 대학원 생활을 학교 급식으로 때우면서 각종 스트레스와 불균형한 영양으로 콩팥이 망가졌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니 건강함을 추구하는 것을 제일로 삼는 요리철학은 그의 삶에서 나온 절실한 것이다. 

그의 요리 철학의 특징 두 번째. ‘요리는 릴레이션쉽이다’. 보통의 식당은 요리사가 누구인  지 모르고, 주문하고 갖다 주면 먹고 나오는 시스템. 그러나 이곳은 모든 과정을 알고 누리게 하자는 것. 음식을 느리게 오랫동안 만드는 것이 슬로푸드가 아니라 누가 어떤 재료를 선택해서 어떤 과정으로 요리를 하는지 알고 음식을 향유하는 것이 슬로푸드라 생각한다. 이런 요리철학을 갖고 있다보니 그에게 요리는 ‘나눔’이 되었고, 생계는 숭실대에서 미디어아트(임경호 씨의 박사학위 분야) 강의와 도서관 계약직 사서로 잇고 있다.  

그의 ‘주부를 위한 요리교실’도 인기가 있지만, 그가 근래 마음을 두는 것은 청소년 진로교육이다. 특히 이번 달에 시작한 청소년 쉼터의 청소년들(여학생 11~12명)에게 재능기부를 한 것이 마음에 크게 남는다 했다. 파스타를 가르쳤는데, 아이들이 좋아했다. 가정 위기로 집밥을 먹은 지 오래된 아이들이 밥을 스스로 하게 되면 자존감을 갖게 되고, 생존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년문제 전문가인 이유진 박사가 만드는 [드림 위즈] 첫 행사로  요리교실을 할 예정이라 한다. 

“서빙과 설거지는 셀프입니다.” 이 식당의 규칙이다. 보람을 느낄 때는 음식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빈 그릇을 보여줄 때라 한다. 그는 정성으로 요리를 하여 음식을 내고, 사람들은 칭찬과 설거지로 답을 한다. 그래서 여기서는 요리가 마음을 주고 받는 행복만찬이 된다. 그의 집을 나오면서  ‘요리’가 자존감을 살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그에게 진심으로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글 · 사진 | 임현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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