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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①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입력 : 2015-04-17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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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목련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이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흰 꽃이 흐드러지게 핀 목련 나무 아래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는 모습은 참 어울린다. 희고 큰 꽃잎은 크기만 할 뿐 바람에 쉽게 날리고, 땅에 떨어지면 금새 시들어 버린다. 젊음이 그렇고, 젊은 시절의 순수한 사랑이 그러한 것처럼.



 



한데 이 노래의 ‘목련꽃’은 실제로 백목련일 확률이 높다. 우리가 공원이나 화단, 집 주변에서 만나는 나무는 중국에서 들여온 백목련이다. 제주도가 자생지인 목련은 백목련에 비해 꽃잎이 더 가늘고 길게 보이며, 안쪽으로 오목한 목련에 비해 밖으로 활짝 핀다. 백목련이 우아한 귀부인의 자태를 하고 있다면, 목련꽃은 봄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이 수줍고 연약해 시골처녀를 떠올리게 한다.



 



목련이 우리 역사 기록에 처음 나온 것은 <삼국유사> ‘가락국기’이다. 김수로왕은 어느날 서쪽에서 붉은 깃발을 단 배가 오는 것을 보고, 목련으로 만든 키를 잡고, 계수나무로 만든 노를 저어 배를 맞는다. 그리고 그 배에 있던 아리따운 인도 아유타국의 허황옥을 하늘이 보내준 인연으로 여기고 왕비로 맞는다(서기 48년). 아름다운 이 이야기를 보아 아주 오래 전부터 목련이 자생하고 있었고 목재로서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파주삼릉에 목련과 백목련이 함께 있고, 심학산 감악산 등의 대부분의 산, 운정호수공원, 교하중앙공원 등에서 백목련을 볼 수가 있다. 마음과 몸의 눈을 활짝 열고 목련꽃을 보면 베르테르처럼 이 봄에 이 연약한 시골처녀와 새롭고 순수한 사랑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박은주 (생태교육연구소 산들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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