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기 마음보기1] 개망초
입력 : 2014-11-12 22: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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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망 초
반딧불이 (숲 교실 강사)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밭에 가면 늘 이 풀을 뽑아내느라 귀찮고 성가시곤 했다. 이 풀이 꽃을 피우면 내년에 더 무성해지고, 밭 농사를 다 망치친다고 꽃이 피기 전에 뽑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예쁜 꽃을 그냥 놔두면 좋겠는데 어머니는 다 뽑아내야 한다고 성화셨다. 어머니를 따라 한 아름씩 뽑아들고 밭울타리 밖으로 내던졌다. 그렇게 남김없이 뽑아 내던졌는데도 어디에 숨어있다 나타나는지 다음 해가 되면 또 무성하게 자라나곤 했던 개망초. 어찌나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이 좋았던지 그렇게 뽑고 또 뽑아도 사라질 줄을 몰랐다.
그렇게 귀찮고 번거롭게만 하는 풀이었지만 이름만은 참 예뻤다. 하늘깨 또는 천상의 풀이라 불렀다. 꽃의 모습이 하얗고 예뻐서 그렇게 불려지지 않았을까. 밭농사를 망칠까봐 수시로 뽑아내느라 성가시고 귀찮게 하는 풀이었지만 이름만은 하늘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예쁜 이름이었다. 어린시절의 기억과는 달리 성인이 되어서 새로 알게 된 이름은 개망초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길 무렵 우리나라에 들어와 많이 번식을 하게 되면서 망할 망(亡)가 붙여져 개망초가 되어버렸다. 어찌보면 좀 서글프기도 하다.
그래도 농사를 망친다고 뽑아버리면서도 이름은 고결한 천상의 풀이라 불러주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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