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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 한글 글꼴 디자이너 1세대 최정호

입력 : 2015-10-07 13:05:00
수정 : 0000-00-00 00:00:00

한글 글꼴 디자이너 1세대 최정호 (1916-1988)



‘본문용 활자는 공기이고 물이며 쌀이다’



 





 



최정호는 활자에서 사진식자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한글 원도 설계와 연구에 몰두한 1세대 글꼴 디자이너이자 연구가이다. 최정호와 같은 원도 설계자가 등장하기 이전의 ‘손조각 활자’는 실제 크기의 씨글자를 활자 조각가가 도장을 파듯 새겨서 만드는 방식이었다. 반면 ‘원도 활자’는 자, 컴퍼스, 가는 붓, 잉크 등과 같은 레터링 도구를 이용해 한 글자씩 설계한 원도를 바탕으로, ‘자모 조각기(matrix cutting machine)’가 활자를 깎아 주었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바늘을 탑재한 자모 조각기는 활자의 크기를 자유롭게 확대 축소할 수 있었고, 작은 크기의 활자도 정밀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애초에 원도를 설계할 사람이 없다면 좋은 활자를 만들어 내기 어려웠다. 이때부터 활자의 완성도는 활자를 조각하는 사람이 아닌 원도 설계자의 능력에 따라 달라졌으므로 그들을 바로 글꼴 디자이너 1세대라고 부를 수 있다.



 





 



최정호는 오늘날 쓰이는 본문용 디지털 글꼴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특히 명조체와 고딕체는 그의 땀과 노력을 딛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컴퓨터 화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굴림체도 그의 작업이다. 한글로 글을 읽고 쓰는 대부분의 사람은 책을 읽을 때, 컴퓨터를 할 때, 길거리를 걸으며 수많은 간판을 볼 때마다 최정호가 남긴 유산의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큰 공로에 비해 그의 삶과 작업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최정호체’는 1978년부터 잡지 <꾸밈>의 ‘최정호 한글 조형 원리’ 연재를 기획하고 진행했던 디자이너 안상수의 의뢰로 개발되었으며 최정호가 타계하기 직전인 1988년 완성되었다. 안상수는 최정호가 만든 수많은 글꼴에 한 번도 최정호 자신의 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여겨 그의 마지막 원도를 최정호체라 지었다고 한다.



 





 



최정호의 원도와오늘날 디지털 글꼴



최정호는 원도 활자 시대에 활판 인쇄용 원도를 설계해 세로쓰기 글꼴의 완성도를 높였고, 사진식자판 원도를 그려 가로쓰기 글꼴의 균형을 제시했으며, 명조체, 고딕체와 같은 본문 글꼴에서부터 굴림체, 환고딕체, 공작체, 그래픽체, 궁서체 등의 목적과 용도에 따른 다양한 글꼴을 개발했다. 말년에는 글꼴 조형 원리와 구조 분석을 통해 한글 글꼴 디자인의 기초 개념을 정리했다. 이렇듯 한글 글꼴 디자인은 최정호가 다져놓은 바탕 위에서 싹을 틔우고 성장해 왔다.



 





 



‘본문용 활자는 공기이고 물이며 쌀이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곧 우리 생활 속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쉽게 그 가치를 느끼기 어려운 존재 중 하나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책을 읽을 때마다 명조체를 설계한 최정호의 노고를 생각하자고 말한다면 지나친 이야기일까? 그 답은 오늘날의 명조체와 똑 닮은 최정호의 원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 최정호의 원도를 바라보며 100년의 풍파에도 변하지 않은 글꼴을 만들어낸 그의 재능과 노력에 후배로서 한없이 숙연해진다. 이제는 그가 다져놓은 바탕을 넘어 조금 더 넓은 곳에서 글꼴의 꽃을 피워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글 노은유



글꼴 디자이너이자 연구자.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최정호 한글꼴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자공간을 거쳐 현재 안그라픽스 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안상수와 함께 최정호에 대한 책을 쓰며 최정호체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전



 





 



명조체와 고딕체의 원형을 설계한 1세대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를 알리는 전시가 10월 9일 한글날부터 11월 8일까지 한달 간 파주 안그라픽스 파주사옥 1층 ‘갤러리 16시’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15년 한글날을 맞이하여 안그라픽스와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PaTI)의 공동 주최로 열리며, 감춰져 있던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의 글꼴과 삶을 재조명한다.



이 전시에서는 최정호가 그린 1950년대 민간 최초의 원도활자로서 수많은 문학 전집류와 백과사전류에 사용된 동아출판사, 삼화인쇄 활자체를 비롯하여 1970년대를 풍미했던 모리사와, 샤켄의 사진식자체는 물론, 말년기 미발표작인 초특태고딕체와 그의 마지막 원도 최정호체 등을 소개한다.



또한, 안그라픽스 타이포그라피연구소에서 최정호 원도를 바탕으로 개발하고 있는 초특태고딕체와 최정호체 글꼴 개발과정과 이 글꼴을 활용한 현시대 그래픽 디자이너 10인의 포스터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 기간2015년 10월 9일 금요일(한글날)~ 11월 8일 일요일



관람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6시



전시 장소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25-15, 안그라픽스 파주사옥 1층 ‘갤러리 16시’



주최 : 안그라픽스,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PaTI)



웹사이트 : www.choijeongho.kr



여는 잔치 : 2015. 10. 9. 금, 한글날 늦은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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