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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㉕ 기러기

입력 : 2017-01-13 15:23:00
수정 : 0000-00-00 00:00:00

 
㉕ 기러기
 

겨울마다 찾아오는 ‘단체 관광객’



 

V자 대형으로 맞바람 이겨내

청명하고 까마득한 하늘 사이로 ‘끼룩끼룩’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V자 대형을 이루며 서로를 격려하는 날개 짓이 대견하고 단단하다.

겨울을 나기 위해 북쪽에서 파주로 날아온 단체 관광객(?) 기러기다.

맨 앞에서 길잡이를 하는 기러기가 날갯짓을 하며 펄럭이면 맞바람과 부딪쳐 소용돌이 상승기류가 발생된다. 뒤에 오는 녀석들은 이 상승기류를 이용하여 맞바람의 저항을 덜 받고 힘을 아끼면서 날아갈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기러기들의 울음소리는 선두에 선 기러기에게 “지치지 말고 우리를 이끌어 달라”는 격려의 울음소리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이 경계

기러기는 한자어로는 안(雁)·홍(鴻)이라 쓰고 옹계(翁鷄)·홍안(鴻雁)이라고도 한다. 몸은 수컷이 암컷보다 크며, 몸 빛깔은 종류에 따라 다르나 암수의 빛깔은 같다. 목은 몸보다 짧다. 부리는 밑부분이 둥글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며 치판(齒板)을 가지고 있다.

다리는 오리보다 앞으로 나와 있어 빨리 걸을 수 있다. 땅 위에 간단한 둥우리를 틀고 짝지어 살며 한배에 3~12개의 알을 낳아 24~33일 동안 품는데, 암컷이 알을 품는 동안 수컷은 주위를 경계한다.



 

한반도 월동하는 쇠기러기와 큰기러기

새끼는 여름까지 어미새의 보호를 받다가 가을이 되면 둥지를 떠난다. 갯벌·호수·습지·논밭 등지에서 무리지어 산다. 전 세계에 14종이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는 흑기러기·회색기러기·쇠기러기·흰이마기러기·큰기러기·흰기러기·개리 등 7종이 찾아오는데, 한반도의 전역에서 흔히 월동하는 기러기는 쇠기러기와 큰기러기 2종 뿐이다.

쇠기러기는 몸길이 72㎝로 회갈색의 깃털로 덮여 있고, 큰기러기는 몸길이 85㎝에 흑갈색의 깃털로 덮여 있다. 쇠기러기는 특히 복부에 불규칙적인 가로줄무늬가 있으나 어릴 때는 없으며, 부리 기부 주위의 흰색 테도 어린 새는 없다.

 

추수가 끝난 농경지에서 먹이활동

이들 두 종의 새는 10월 하순에 우리나라로 날아오기 시작하여 이듬해 3, 4월에는 고향으로 먼 길을 떠난다.

논, 밭, 저수지 등과 해안 습초지 또는 해안 갯벌 등지에 내려앉으며 주로 초식을 하는데 벼 · 보리와 밀 같은 낙곡과 연한 풀, 풀씨 등을 먹는다.

파주의 임진강과 민통선 지역도 해마다 많은 기러기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하루에 두 번 서해의 바닷물이 한강과 임진강으로 밀려들어왔다가 빠져나가는 썰물 때엔 기러기들이 떼를 지어 강가로 모여든다.

추수가 끝난 농경지에 수 백 마리가 모여 먹이 활동을 하다가 공릉천이나 임진강, 한강 하구의 물이 빠져 드러난 퇴적층으로 몰려들어 쉬는 기러기들의 모습은 파주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얼마 전 국토부가 임진강을 준설하려던 계획이 백지화되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마터면 해마다 파주로 찾아오는 단체 관광객 기러기들이 쉬어갈 터전과 먹이를 잃었을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겨울손님 기러기들을 계속 만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김영금(파주생태교육원 원장)

 

#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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